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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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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뉴시스]이재훈 기자 = "왜 '꿈의 무대'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아요."(호시) "태어나길 잘했어요. (객석으로) 뛰어들고 싶네요."(도겸)

25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닛산 스타디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7만2000여 캐럿봉이 하나둘씩 빛나기 시작했다. 플로어석과 1층 사이에 자리 잡은 일(一)자형 중앙 무대에서 그룹 '세븐틴'(SVT) 멤버 13명이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절경(絕景)이었다.

2015년 데뷔 이후 다인원 그룹이라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겠냐"는 물음이 따라다녔던 이 팀은 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하고 있다.

팀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우지를 중심으로 열 세 멤버 누구도 동의하지 않으면, 앨범에 곡을 싣지 않는다는 이 그룹의 장점은 특히 대형 콘서트에서 빛이 난다. 열 세 멤버가 드넓은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쉴 틈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공연장인 '꿈의 무대' 닛산 스타디움에서 연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재팬(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JAPAN)'에서 특히 이들이 빛을 발한 이유다.

K팝 그룹 중에선 '동방신기'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에 입성했다. 지난해엔 일본 밴드의 현재로 통하는 '킹 누(King Gnu)', 일본 록밴드 '우버월드(UVERworld)'만 공연했을 정도로 현지에서도 문턱이 높다.

2018년 일본에서 정식 데뷔한 세븐틴은 최근 5년간 일본 오리콘에서 방탄소년단·트와이스에 이어 K팝 그룹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작년 수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그 해 세븐틴이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걸 감안하면, 추후 조사 결과에서 이들이 압도적인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이 넓을수록 에너지도 커진다

지난 3월 30~31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지난달 27~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달 18~19일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서 증명했든 '마에스트로' 무대가 화룡점정이었다.

강렬한 비트와 피아노 사운드가 특징인 댄스 R&B다. 이 곡의 퍼포먼스는 마치 클래식음악 협주곡을 보는 듯했다. 보통 협주곡은 화려한 연주기교를 구사하는 독주악기와 관현악을 위해 쓰인 기악곡을 뜻한다.

'다양한 우리가 모여 우리의 세계를 지휘해 나가고 흐름을 주도하는 최고가 되자'는 의미를 담은 곡으로, 세븐틴이 독주악기군 환호를 지르는 팬덤 캐럿이 관현악이 된 셈이다.

펼쳐지다가 이내 응집하는 군무가 특징인 곡인데 호시를 비롯 디에잇, 원우 등 지휘봉을 들고 있는 멤버들의 지휘에 따라 조화를 이뤘다. 화려한 색채의 동작들인데, 강렬함과 절제라는 오묘한 조합이 균질적으로 엉키며 생명력을 뿜어냈는데 공연장이 넓을수록 점층적으로 그 에너지도 커진다.

사실 최근 세븐틴의 노래 제목은 '음악의 신', '마에스트로'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기반 삼는다. 일견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 싶지만 거기에 맞게 폭발시키는 무대를 보면 절로 수긍이 된다. 이날 앙코르 전 본 공연 마지막 노래였던 '핫(HOT)'에선 화려한 불꽃놀이와 폭죽으로 공연장에 걸맞은 규모감 있는 연출을 선보였다. 강렬한 라이브 연주가 생생함을 더했다.

유닛이 이미 또 다른 팀처럼 자리잡은 것도 이 팀의 강점이다. 보컬팀인 정한·조슈아·우지·도겸·승관의 감미로운 목소리, 퍼포먼스팀인 준·호시·디에잇·디노의 거칠면서도 신나는 에너지, 힙합팀인 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의 관능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다른 멤버들이 체력을 보충하고 한 숨을 돌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

'홈런'을 시작으로 '레프트 & 라이트', '뷰티풀', '음악의 신'까지 놀이공원 축제 같은 무대가 본질적으로 세븐틴의 유쾌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도겸의 위트 있는 진행과 스윙을 연상케 하는 호시의 현란한 발재간이 더해지는 이 신(scene)이다. 1960~70년대 브로드웨이 쇼 풍의 분위기와 함께 세븐틴의 '쇼 스토퍼(show stopper)'적 유쾌한 기운이 마음껏 묻어났다. '고잉 세븐틴' 같은 웹콘텐츠로 예능감을 뽐낸 이 팀의 에너지는 콘서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비교적 얌전하다고 알려진 일본 팬들이지만, 세븐틴 같은 유쾌한 에너지로 뭉친 팀 앞에선 장사 없다. 특히 관객 수가 많고 공연장이 넓어 꽤 오랜시간 진행되는 캐럿봉 파도타기는 장관이었다. 양 측면의 무빙 스테이지 사용으로 세븐틴은 구석구석 팬들을 만나러 다녔는데 그 때마다 함성은 더 커졌다.

원우는 막판에 일본어로 "닛산스타디움은 굉장히 크네요. 하지만 전 스타디움보다 여러분의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오늘도 달이 예쁘네요('사랑합니다'라는 뜻을 지닌 일본 관용구).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日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

이렇게 넓은 공연장에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상당수 팬들은 밖에서 진을 쳤다. 경기장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만족했다. 엄마 딸 모두 캐럿인 미야모토 모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딸을 따라 세븐틴의 팬이 됐다는 미야모토 사유리 씨는 "도쿄에 사는데 표는 못 구했지만 닛산 스타디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소풍 겸 나왔다. 멤버들이 정말 유쾌해 나도 젊어지는 거 같다. 일본에서 더 자주 콘서트를 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요코하마와 도쿄는 '팀(TEAM) SVT'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지역 대표 관광지와 랜드마크에서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파크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요코하마'가 펼쳐져 팬들과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세븐틴 더 시티'는 역대 일본에서 진행된 하이브의 '더 시티 프로젝트' 중 처음으로 지자체와 공식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여 곳에 달하는 요코하마의 주요 장소에서 쇼핑, 숙박, 전시, 불꽃놀이, 라이트 업 등 다양한 이벤트가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세븐틴의 공식 색상인 로즈쿼츠와 세레니티 빛으로 물드는 것이다.

도쿄 도심 역시 캐럿들로 가득찼다. 유동 인구가 밀집하는 곳 중 하나인 도쿄 이케부쿠로 파르코 본점 7층에선 뮤지엄이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미야모토 씨는 "여자친구를 따라 왔는데, 세븐틴 멤버들의 다양한 사진을 보니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고 웃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세븐틴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고 봤다.

모리 마유미 아사히신문 음악 담당 기자는 "닛산 스타디움, 나가이 스타디움은 모두 일본에서 가장 큰 콘서트장이다. (현지 콘서트계 상징인) 도쿄돔보다 큰 이곳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건 일본에서 톱스타가 됐다는 의미"라면서 "세븐틴은 이 거대한 두 곳의 티켓을 모두 순식간에 매진시켰다"고 짚었다.

나가이 스타디움 콘서트를 직접 관람한 모리 마유미 기자는 "멤버들이 자유자재로 라이브를 선보이고, 폭우 속에서도 애드리브를 구사하고 장난 치며 즐거워했다. 정말 실력(과 체력)이 있는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된 '놀이'를 보여 주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실력·인기 모든 측면에서 톱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특히 모리 마유미 기자는 일본 내 세븐틴의 팬층이 다채로워졌다는 점을 특기했다. 사실 특정 연령대의 팬덤만 보유하고 있을 경우 대형 공연장을 매진시키는 건 힘들다. 그녀는 "약 2년 전까지는 중학생, 고등학생의 젊은 팬이 많았지만, 이번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오는 등 팬층이 폭넓어졌다. 일본 지하철이나 편의점의 광고 얼굴이 돼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을 지낸 '한류 전문가'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하이브 비즈니스와 일본 시장에서 활동력이 세븐틴의 10년을 이끌었고, 최대 좌석 확보 영광의 상징인 닛산 스타디움 공연을 맞이한 것"이라면서 "멤버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팬을 확보하며 활동한 점도 장점"이라고 짚었다.

세븐틴 멤버들은 마지막에 앙코르 붙박이 곡 '아주 나이스'를 부르면서 강강술래 대형으로 섰고 수차례 뱅뱅 돌았다. 이제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이 확실히 단단해진 세븐틴의 모습을 은유하는 듯했다. 이전엔 다인원을 기반 삼아 원심력의 에너지으로 더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려고 했다면, 이젠 구심력의 에너지로 자신들과 미래를 위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럿들도 이들에게 더 결집하고 있다.

세븐틴은 26일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양일 간 14만4000명이 운집하는 셈이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서울월드컵경기장·스타디움 나가이에서 모은 23만6000명을 더하면 이번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으로만 한국과 일본에서 모은 관객은 무려 38만명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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