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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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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크리에이터 풍자가 20년 만에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

25일 방송한 MBC TV '전지적 참견 시점'에선 풍자가 어머니 묘소에서 오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엄마 살아있을 때 내 모습과 (성전환 수술 후가) 달라서 망설여졌다. 30~50년이 걸려도 엄마한테 떳떳하게 인사할 수 있을 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 받고 내려오는데 '(산소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엄마 생신이 6월이라 '이번이 기회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풍자는 "어렸을 때 우리 집이 조금 잘 살았는데 엄마가 사기를 당했다. 1년 동안 말을 안 하고, 죄책감에 속앓이 했다. 아빠가 알게 돼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며 "엄마나 아빠가 소주 한 잔만 입에 대도 나는 방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그날도 부부싸움을 해서 동생과 같이 방에 들어가 있었고, 아빠가 집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날과 같은 상황인 줄 알았는데, 그때 엄마가 농약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풍자는 15세였다며 "내가 잠만 안 잤다면 말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 농약을 먹으면 옆에 있는 어린아이 피부에 옮는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약이 셌다. 어린 동생들은 동네 교회에 맡겼고, 내가 엄마를 간호했다. 트라우마가 생겨서 20대 중반까지는 잠을 못 잤고 약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엄마 돌아가신 나이가 딱 이때 쯤이었다. 점점 엄마 목소리랑 얼굴이 기억 안 나서 무섭다. 20년이 흐르니까 엄마 목소리, 습관, 향기가 희미해진다"며 "사진 한 장이 없다. 아빠가 엄마가 원망스러워서 사진을 다 불태웠다. 동생들은 엄마 얼굴을 전혀 모른다.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라고 물을 때면 가슴이 찢어지더라. 원망하고 좀 많이 미워했다. 아빠는 지방에 일하러 갔고, 할머니가 돌봐줬지만 1년 만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내가 동생들을 키웠다"고 했다.

풍자는 어버이날을 맞아 엄마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미워서, 싫어서, 원망스러워서 안 찾아온 게 아니야. 엄마가 살아있어도 반대했을, 내가 선택한 내 인생에 떳떳하고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딸이 됐을 때 찾아오고 싶었어. 동생은 청년, 숙녀가 됐어. 엄마에게 든든했던 큰 아들은 큰 딸로 인사를 하게 되네. 엄마 지켜보고 있지? 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어. 작년에는 상도 받았어. 내 걱정은 하지마. 동생들도 아빠도 우리 모두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다. 항상 그리워. 이제 자주 올께. 사랑해."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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