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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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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박결 인턴 기자 = 'K팝 대부'로 통하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K팝의 저작권과 K팝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프로듀서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4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 세계 총회' 세션에서 K팝 특별 기조 연설자로 나서 "K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서 한국 아이돌 산업을 세계화하는 여정을 저도 모르게 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지식재산권(IP)은 제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K팝 산업 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K팝 신(scene)에 대해 "제작자, 프로듀서의 초기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이 드는 분야"라면서 "데뷔 전까지 아이돌 지망생들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하고 육성하는 수년의 기간을 거쳐서 시작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의 K팝 신엔 훌륭한 프로듀서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게 됐다고 봤다. 그 가운데 저작권이 "가수들 활동 권리와 물질적 대가를 보호해주고 그들의 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듀서는 현역 가수 출신이다. 1971년 백순진과 함께 포크 듀오 '4월과5월'의 음반을 녹음했다. 하지만 음반 녹음 직후 건강 문제로 팀에서 빠졌다. 이듬해 해당 앨범이 나왔고, 이 프로듀서는 목소리로 먼저 데뷔했다. 1972년 나온 양희은 '고운노래모음' 2집에 코러스로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 농대 그룹 사운드 '샌드 페블스' 2대 멤버(1972), 록 그룹 '들개들' 베이스 주자(1974)로 활동했다.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MC를 맡은 후 사회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1980년엔 하드록 밴드 '이수만과 365일'을 결성한 뒤 1집을 내놓았는데 선구적인 하드록 사운드를 선보였다. 밴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필청하는 음반이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귀국해 홍종화·곽영준과 컴퓨터 음악, 즉 미디 기반의 프로젝트 밴드 'CPU'를 결성했다. 하지만 너무 앞서갔던 음악이라 호응을 얻지 못했다. 1989년 역시 앞서가는 음반으로 평가 받는 '뉴 에이지'를 끝으로 그는 더 이상 가수 활동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MTV의 부흥을 보고 비디오 시대를 예견한 이 프로듀서는 이후 음반 제작자로 변신했다. 특유의 강렬한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에스엠피(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장르 탄생의 출발이었다.

이 프로듀서는 이날 자신의 이 같은 이력을 돌아봤다. 그는 "저는 어릴 때 매우 유명한 가수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아이돌이었다. 또 컴퓨터나 기계를 좋아하고, 로봇의 세상을 꿈꿨는데 지금 로봇 세상을 보니 컴퓨터 공학 학위를 받을 때 논문 주제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렇지만 제가 노래를 했었고, 공부보단 노래 듣는 게 더 좋고, 그쪽의 문화와 음악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다 보니 프로듀서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이 프로듀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AI다. 'AI 챗봇 빌리버(believer·믿는 사람)'를 자처한 이 프로듀서는 "이젠 AI와 챗봇의 기술이 빛과 같은 속도로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혹은 더 매력적인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인간 팬들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팬들 질문에 실시간으로 대답까지 해주며 창작자들을 대신해서 팬들과 소통을 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I 챗봇은 조만간 우리 인간 저마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어쩌면 연인으로서까지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AI의 접목은 K팝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는데 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접목은 제가 오래 전부터 얘기해왔던 컬처와 테크놀로지의 융합이며, 셀러브리티와 프로슈머인 팬들과의 더 길고 폭넓은 전면적인 만남을 예후하고 있다. 직접적인 전면적인 만남"이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기술의 진화는 콘텐츠 산업 비즈니스 구도를 발 빠르게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AI가 원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슈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IP 침해 ▲불법 복제 배포 ▲표절 ▲창작물이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상태로 세상에 노출 ▲창작자들의 경제적 손실 등을 우려했다.

AI 챗봇이 보이스 피싱에 이용되는 사례를 짚으며 이건 창작자들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슈이기도 하다며 각국 기술 콘텐츠와 관계된 정부 기관, 협회들이 관련 정책과 법을 빨리 만들어줘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은 AI 챗봇, 로봇 등에게 주민등록증 ID가 발급돼 실명제가 돼야 한다는 걸 여러번 얘기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아무리 작은 사이트라도 모두 실명제를 해야한다고 이 기회에 주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사용료의 지급, 라이선스 관리 등과 관련 스마트 계약 시스템 기준이 전세계적으로 일원화 된다면 창작자들의 권리와 재산권을 보호 받는데 최적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지식 재산권에 해당되는 일들이 용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은 문화창작 발전에 큰 저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더불어 보호받을 수 있는 AI 세상을 여는 데에 이 자리 모인 여러분들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총괄이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지난해 8월 '2023 동아시아미래포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 전 총괄은 이날 하이브(HYBE) 방시혁 의장과 SM 크리에티브 디렉터를 지낸 민희진 대표의 분쟁에 대해선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총괄은 작년 3월 SM 경영진과 분쟁 끝에 자신이 창업한 SM을 떠났다. SM이 카카오에 인수되자 "늘 그래왔듯이 저는 미래를 향해 간다"고 예고했다. 이후 블루밍 그레이스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 활동을 해왔다.

이 전 총괄은 창업자의 이름을 딴 대중음악 기획사가 연습생을 훈련시켜 아이돌그룹을 선보이는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노년에도 NCT, 에스파 같은 선진적인 시스템의 그룹을 프로듀싱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리고 K팝 그룹 프로듀싱에 나서면, 업계에 지각변동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이 전 총괄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 전 블루밍그레이스는 지난 3일 'A20 엔터테인먼트(A20 Entertainment)' 상표를 출원했다. 블루밍그레이스는 해당 상표의 상품을 09·25·28·35·36·38·39·41·42·43·44·45류 등으로 분류했다. 음반, 음악 레코딩, 의류, 응원봉, 장난감, 전자게임기 등이 포함된다.

이 전 총괄이 엔터사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그가 작년 2월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와 SM 지분 매매 계약을 맺었을 당시 포함됐던 '경업금지 조항'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총괄이 향후 3년간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경업금지는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는 임원 등이 퇴사 하거나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일 업종의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기존 회사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취지로 법적으로 인정된다.

당시 하이브는 SM인수를 타진했다가 카카오와 대립 끝에 SM 인수를 포기했다. 그러자 이 전 총괄은 해당 조항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하이브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이와 관련 현재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사안은 없다.

한편 1926년 창립된 CISAC은 전 세계 116개국 225개의 저작권 단체를 회원국으로 둔다. 세계 저작권 산업의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저작권 관련 비정부 기구다. 이번 서울 총회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가 주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pakky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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