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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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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잘못된 봉합이었을까. 지난해 균열이 났던 그룹 '엑소' 유닛 '첸백시'(첸·백현·시우민)와 SM엔터테인먼트의 갈등이 심화됐다. 양측의 입장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갈리고 있다. 결국 법적 분쟁으로까지 치달으면서 다시 봉합하기에는 어려운 단계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갈등이 재점화된 건 지난 10일 첸백시 측의 긴급 기자회견에서부터다. 이날 오전 '긴급'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자회견 공문이 배포됐고, 취재진들은 계획된 일정을 미루고 첸백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참석했다. 미리 예고한 것처럼 당사자인 첸백시는 없는 자리였다. 대신 첸백시 소속사 아이앤비100(INB100)의 모기업 원헌드레드 차가원 회장과 김동준 아이앤비100 대표,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린 이재학 변호사가 입장을 대신했다.

◆음원·음반 유통 수수료율 5.5%, 약속인가 불공정 관행인가

간략히 말해 아이앤비100의 입장은 SM이 먼저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첸백시 측도 요구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지난해 6월 전속계약 갈등 당시 SM 이성수 CAO가 음원·음반 유통 수수료율 5.5%를 보장하겠다고 제시한 타협안이다. 아이앤비100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양측은 구두로 해당 사안을 논의했고 합의서에는 적시하지 않았다. 아이앤비100은 구두 계약도 법적 효력이 있다는 취지다. 반면 SM은 "분쟁 과정에서 첸백시 측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유통사와 협상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언급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첸백시 측이 '유통 수수료율 5.5%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도, '차별적 부과는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는 것에 어폐가 있다고 본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지난 1월 "카카오엔터가 일반 업체에는 20% 안팎의 유통수수료를 요구하는 반면, SM 같은 관계사에는 5∼6% 정도의 유통수수료를 부과하는 정황과 이와 관련된 증언을 확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빅플래닛메이드는 원헌드레드 자회사, 즉 아이앤비100의 관계사다. 김동준 대표가 빅플래닛메이드와 아이앤비100 양사 대표를 맡고 있다.

공정위가 11일 카카오엔터 현장조사에 나서자, 첸백시 측은 "앞선 기자회견 본질은 이런 불공정한 음원 유통수수료 문제를 바로잡고, SM엔터테인먼트가 바로 이런 행태를 악용해 첸백시에게 불공정한 재계약을 종용했던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기자회견 당시 SM에게 통상적인 유통 수수료보다 낮게 적용하는 약속을 불이행한 것을 인정하라고 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입장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첸백시와 SM의 계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파트너사들과 협의해 계약을 체결하며, 특정 파트너사에 그 어떤 불공정한 혜택도 제공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부당 지원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카카오엔터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 CAO의 유통 수수료율 인하 타협안이 합의 종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SM에 매출 10% 지급 합의했는데…IP 사용료는 별개?

아이앤비100은 첸백시가 개인 매출 10%를 SM에게 지급하겠다는 조항도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독자 레이블로 신규 법인까지 설립하여 독자적으로 자기 명의 앨범 발매, 콘서트, 광고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새삼 SM에게 금원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SM은 이 조항은 엑소 중국 멤버들과 전속계약 분쟁 시에 법원 중재에 따라 실행된 선례가 있는 것이고, 첸백시와 합의했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안은 SM IP 사용료 지급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엑소 및 첸백시 표지, SM 음반·음원 등에 대한 이용료를 의미한다. 기자회견 당시 아이앤비100은 매출 10% 지급은 거부하면서 IP 사용료에 대해서는 협의해 지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첸백시가 지난 1월부터 아이앤비100에서 일하면서 SM에게 IP 사용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의서에는 매출액 10% 안에 IP 사용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첸백시 측은 매출액 10%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IP 사용료도 내지 않았다. 아이앤비100은 "합의서에서 우리에게 IP 사용을 허용했고, 얼마를 대가로 준다는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SM으로부터 IP 사용료 지급 요구를 받은 바가 없는데, IP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 소송전 엄포는 첸백시가, 시작은 SM이…엑소 완전체는 누가 지키나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기 갈리면서 법적 분쟁이 본격화됐다. 아이앤비100이 SM에게 전면전을 선포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실행에 옮긴 건 SM이 먼저다. SM은 지난 12일 서울동부지법에 첸·백현·시우민를 상대로 계약 이행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아이앤비100은 "SM이 법적 대응이라는 무시무시한 칼을 뽑아 들었다"며 격노했다. 그러면서 SM을 상대로 정산금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전속계약 불공정성과 관련해 공정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아이앤비100은 SM의 탬퍼링(tampering)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거나, SM이 계속해서 정산근거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등사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첸백시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아직 소를 제기한 건은 없고, SM과의 소통은 전무하다.

분쟁 속에서도 양측이 입모아 말한 건 엑소 완전체다. 아이앤비100은 기자회견 당시 "앞으로도 엑소를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을 위하여 엑소라는 그룹을 지키기 위하여 더욱더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엑소 완전체 활동의 지속과는 관계가 없으며, 이후에도 첸백시는 SM과 엑소 완전체 활동을 성실히 할 것을 다시 한번 팬분들께 약속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SM 역시 "작년 첸백시와 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MC몽, 차가원 측과 첸백시 간 템퍼링에 대한 부분을 문제 삼지 않는 대외적 메시지를 배포하면서까지 엑소를 지키고자 노력했다"며 "당사는 기자회견을 접하고는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엑소를 향한 당사의 진심을 더 이상 왜곡하지 않길 바란다"고 완전체를 언급했다.

SM에 따르면 엑소는 올겨울 완전체 앨범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첸백시가 돌연 갈등을 공식화하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SM이 "앨범 계획 변경에 대한 추가 논의는 아직 없다"고 했지만, 이 앨범은 물론 앞으로 완전체 활동이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엑소는 리더 수호를 비롯해 카이, 찬열, 세훈이 SM 소속이다. 디오(도경수)는 1인 기획사 컴퍼니수수를 설립하고 엑소 활동만 SM에서 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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