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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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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대형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원년은 1999년을 삼는다. 그 해 인천 송도에서 한국형 대규모 첫 록 음악 축제인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렸다. 기록적인 폭우로 난항을 겪었지만, 여러 측면에서 우리 페스티벌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같은 해 부산에서도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올해가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 25주년이 되는 셈이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 최윤정)이 지난 22~23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처음 연 도심형 음악 페스티벌 '아시안 팝 페스티벌(Asian Pop Festival·APF·아팝페) 2024'는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그간 성숙도를 확인한 자리다.

페스티벌 첫 날 가장 넓은 공간인 야외 잔디광장 '컬처파크'의 문을 연 밴드 '실리카겔' 멤버 김춘추의 1인 밴드 '놀이도감'의 노래 제목 '두고 온 우산'처럼, 관객들이 우비를 입고 폭우를 맞으며 축제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런 기상 상황은 오히려 이 페스티벌 사무국의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궂은 비에도 페스티벌 운영은 효율적이었고 공간마다 비로 인한 불편함이 없었다. 고급 리조트에서 열린 만큼 곳곳의 실내 공간이 유효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의 주최·주관은 APF 컴퍼니가 맡았다. 홍대·망원의 유명 공연장 벨로주를 운영하는 박정용 씨가 이 회사의 대표다.

◆왜 아시아인가

박 대표는 홍대 앞 인디 음악 축제 '라이브 클럽 데이'를 운영하는 주요 멤버 중 한명이기도 하다. 이 클럽데이는 '아시안 팝 스테이지'를 2017년부터 선보이며 아시아 뮤지션들을 꾸준히 주목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K팝과 J팝뿐 아니라 중화권의 록밴드 그리고 I(인도네시아)-팝, T(태국)-팝 등도 각광을 받았는데 일찌감치 흐름을 파악해온 것이다.

이번엔 한국을 포함 7개국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노 파티 포 차오동(No Party For Cao Dong)'은 록 사운드의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일본의 전설적인 뮤지션 사카모토 신타로(Shintaro Sakamoto)는 사운드의 명징함이 축제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를 이끄는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 미셸 자우너의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커버 무대도 주목 받았다. 한국의 싱어송라이터 이민휘, 이랑이 무대를 협업했다. 자우너는 이선균·아이유 주연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감명 깊게 봤다며 이 드라마에 삽입된 해당 곡을 불렀다.

'J팝 열풍' 팀 중 하나인 그룹 '수요일의 캄파넬라(WEDNESDAY CAMPANELLA·웬즈데이 캄파넬라)'의 보컬 우타하는 에어볼에 들어가 관객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이번 아팝페의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샤나 사라스바티(Isyana Sarasvati)는 현지 팝의 다양성을 증명했다. 이번 페스티벌엔 유독 '산울림' 곤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그 만큼 이 전설적인 밴드를 이끈 김창완의 '김창완 밴드'에 대한 호응도 컸다.

내달 중국 베이징에서 단독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주최 측의 사정으로 인해 취소된 한국 인디밴드 '세이수미'는 이번 축제에서 글로벌 밴드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세미수미의 중국 공연이 성사됐으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후 8년 만에 현지에서 한국 대중음악 콘서트가 재개되는 것이라 의미가 컸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 중국 드립팝 밴드 '스쿨걸 바이바이(Schoolgirl Byebye)'가 출연하는 등 아시아 음악 교류는 계속 이어졌다.

이처럼 '아시아계 문화적 정체성'을 내세운 페스티벌은 축제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빚어냈다. 무조건 유명 헤드라이너 섭외 목표가 1순위가 아닌 축제의 지향성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라인업을 구축하며, 1회부터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아시아가 주체인 만큼 오리엔털리즘으로 빠질 위험도 없었다.

◆왜 파라다이스 문화재단과 협업했나

파라다이스 문화재단과 협업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라다이스 시티의 쾌적한 공간을 활용하며 도심형 록 페스티벌로서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클럽 '크로마', 라이브 뮤직 라운지 바 '루빅'도 축제 무대로 들어왔는데 특히 기존 록페 마니아들은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사용하며 "황송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공간만 놓고 보면, 일본의 대표적인 도심형 페스티벌인 '서머 소닉'보다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

무엇보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이 아시아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연결고리로 삼은 아시안 팝에 크게 공감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쌍방형 교류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아시아 지역 페스티벌 기획자를 페스티벌에 초청하고, '파라다이스 초이스(Paradise Choice)'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음악가의 아시아 무대 진출을 지원한다. 한 때 드러머로 활약하기도 한 파라다이스그룹 전필립 회장은 미국 음악명문 버클리 음대를 졸업했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이를 위한 공헌에 관심이 높았고, 이에 따라 이번 축제의 수익을 따지지 않아 가능한 대목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도 아시아 문화교류의 상징성 중 하나다. 컬처파크 무대를 보고 있으면, 다양한 국적기가 떠오르고 내리는 풍경이 배경영상처렴 겹쳐지는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음악 페스티벌에 무르익은 관객들의 성숙한 문화도 이번 음악 축제 성료에 큰 보탬이 됐다. 수시로 '서클 핏'(Circle pit·기차놀이)이 만들어졌고 낯선 이들끼리 하이파이브가 수시로 이뤄졌다. 일주일 전 강원 철원군 고석정 일대에서 열린 음악 축제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과 관객 성향이 상당히 겹쳤는데, 국내 좋은 음악축제를 찾아다니는 음악팬층이 단단히 형성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라는 평이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과 APF 컴퍼니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장기간 끌고 가겠다는 계획이다. 페스티벌 외에도 링크와 워크숍을 통한 대상별 특화된 사업들도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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