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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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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발라드 어원은 라틴어 '발라레(ballare)'다. '춤춘다'라는 뜻이다. 본래 춤곡의 리듬으로 부르던 노래였다.

현재 그 의미는 퇴색돼 느린 템포의 사랑 노래를 주로 발라드라 칭한다. 그런데 발라드로 인한 '감정의 춤'은 여전하다. '김오키 새턴발라드' 음악을 들으면 이 말 뜻을 저절로 안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를 주축으로 작·편곡가 겸 재즈 피아니스트 진수영, 베이시스트 정수민으로 구성된 이 팀의 발라드 연주는 감정이 새턴(Saturn·토성)까지 올라가는 체험을 안겨준다.

이들의 불가피한 발라드 문법은 사랑으로 수렴된다. 사랑은 그 흔한 말들이고 이들은 그것을 연주하지만, 클리셰는 몰아낸다. 낭만주의와 모던함이 꼬리를 서로 물고 있는데, 그 균형감이 탁월하니 이것이 동시대성이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이 오는 5일부터 9월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내 블랙박스 극장인 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 첫 번째 주자로 김오키 새턴발라드가 나서는 이유다. '싱크 넥스트'는 동시대성·실험성을 갖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블랙박스 극장에서 선보이는 시리즈다.

김오키 새턴발라드가 오는 5~6일 선보이는 재즈 트리오 공연 '러브 인 새턴'은 토성을 배경으로, 사랑 노래를 유영한다. 작가 이연경이 세 뮤지션과 머리를 맞댄 뒤 이야기를 썼고 김오키가 공연 연출까지 맡았다. 배우 강정윤, 고규빈, 마광현, 배병휘, 아누팜, 정수민, 한양희가 출연하는 단막극이 음악의 여백을 채운다.

'우리 만나고 헤어짐이 이미 정해져 있지 않기를' '서로 말하지 않아도' '코타르 증후군' '그게 그러니까'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쉼' '어둠 없이는 별을 볼 수 없다' '새턴 엔트란스' '볕처럼 빛나는' 등 세 뮤지션의 음악이 "사랑 없이는 못 사는 모두를 위한 시간"을 지어낸다.

한국형 발라드의 전형이라 하면, 그 유명한 가수들의 몇몇 이름이 떠오르지만 복잡다단하게 격정적이며 집요하게 현대적인 발라드 음악 명단을 떠올린다면, 김오키 새턴발라드는 그 앞에 있을 것이다. 다음은 최근 연남동에서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세트리스트는 어떻게 구성이 된 건가요? 평소에 하시던 무대와 달리 극이 있는 공연인데 주제는 어떻게 정한 겁니까?

"주제는 일단 사랑이었죠. 근데 사랑도 여러 종류잖아요. 가족, 친구, 연인, 자아… 사랑에 대한 이런 것들을 한 장 씩 한 장 씩 풀어 네 개로 만들었어요. 음악 위주의 공연만 했고 뮤직비디오도 많이 없는 상황에서 저희 음악을 극으로 풀어내면, 저희를 아셨던 분들이 좀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진수영)

-세 분은 연주 자체만으로 서사가 그려지는데요. 더 상상하게 만드는 지점도 있었고요. 배우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저희 음악이 가사가 없어서 감상자로 하여금 열려 있는 것이 있었는데, 이번엔 어떤 감정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다만 노랫말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정수민)

"제가 영화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보니까 연계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냥 공연만 하기에는 식상해서 새로운 걸 찾다가 이렇게 만들게 됐죠."(김오키)

-극은 사랑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고 보면 되나요? 사랑의 범위를 좀 좁힌 느낌이에요.

"글은 이연경 작가가 쓰시긴 했는데요. 이전엔 큰 사랑의 주제가 있었다면, 지금은 흔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의 문제들을 다뤄요. 지구 삶에서 지친 사람들이 새턴(Saturn·토성)의 세 신을 만나요. 마지막에 다 같이 우주선을 타고 토성으로 떠나면서 행복해지는 내용입니다. 저희 곡들에 대한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단막극이 조금씩 들어가요."(김오키)

-토성엔 이상향 같은 게 반영이 된 건가요?

"이 대목은 멤버들이랑 얘기 안 한 부분인데 토성을 사후 세계인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사후 세계라고 생각했어요."(김오키)

-세 분은 재즈 긱(Gig)을 하시다 만난 것으로 압니다. 원래부터 유연하게 작업을 해오신 분들이죠. 세 분의 개성이 워낙 강한데 뭉쳐서 내는 시너지는 무엇입니까?

"일단은 '정형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커요. 여러 가지의 새로운 음악들을 많이 표현해 볼 수 있어요."(정수민)

-올해 초에 김오키 새턴발라드로 일본 투어도 도셨는데 현지 반응은 어땠습니까?

"이사를 갈까 생각 중입니다. 진지하게요. 도쿄 진출을 10년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인구가 많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수요가 많기도 하고요. 이번에 다섯 지역 투어를 했는데 각 지역마다 색다른 느낌이 재미있었어요. 도쿄는 젊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적극적이라면, 지역 쪽은 공연 내내 반응이 비교적 조용한데 앨범을 무조건 다 사신다든지 이후 피드백이 많았어요."(김오키)

-다양한 형태로 수많은 작업을 하셨는데 새턴발라드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지금 하고 있는 밴드는 새턴발라드랑 뻐킹매드니스 두 개뿐이에요. 예전에는 피처링을 많이 했는데 새턴발라드 활동을 주로 하면서 다른 건 안 하고 있어요. 친분에 의해서 많이 작업을 했는데 제 일을 하기도 바빠졌어요. 또 굳이 재미없는 것을 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김오키)

-반대로 얘기하면 새턴발라드 작업은 되게 재밌다는 거네요.

"전 김오키 씨랑 새턴발라드, 뻐킹매드니스 두 팀을 같이하고 있는데 각 팀의 색깔이 다르잖아요. 뻐킹매드니스에 들어가서 재미를 많이 느껴요. 재즈는 보통 분위기를 잡고 하는 편이 많은데, 뻐킹매드니스는 관객 분들이 진짜 호응을 해주시거든요. 이 팀은 계속 재밌를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건 새턴발라드 역시 마찬가지에요. 전 재밌으면 무조건 하자는 주의입니다. 저희끼리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진수영)

-세 분은 싸울 일도 없을 거 같아요.

"네 안 싸워요. 재즈가 베이스인 팀들은 각자의 포지션이 있잖아요. 그것만 잘하면 되거든요. 크게 싸울 일이 없죠. 만약에 서로 마음에 안 들면, 나가면 되는 거니까. 제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살면서 느낀 경험은 재즈가 미국에서 많이 발전해서 현지 사고 방식이 묻어 있지 않나 해요. 미국 농구를 봐도 개인 플레이 위주잖아요. 이건 그냥 완전 완벽하게 제 생각입니다."(김오키)

-배우들이 함께 하는 단막극 형식은 어떻게 떠올리신 겁니까? 이야기를 설명한다고 하면 자막이나 낭독을 택하실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사실 제가 2013년부터 연극도 했었어요. 해보고 싶어서요. 이번에 나오는 배우들 중 상당수는 저랑 같이 연극했던 배우들이에요. 좋은 기회가 생겨 음악과 연극을 섞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함께 하게 됐죠. 제가 활동한 곳은 실험극 팀이었어요. 음악 외적인 것으로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큰 공연도 많이 하곤 했어요. 무대에서 라이브로 이뤄지니까 음악 라이브 연주와 비슷한 지점이 있더라고요."(김오키)

-수영 씨랑 수민 씨는 이런 형식의 공연은 처음이죠?

"네 처음이에요. 연습을 하면서 상상을 많이 하고 있어요."(진수영)

"처음 해봐서 너무 재밌어요. 음악이 극과 잘 어우러지게 되는 것들을 많이 기대하고 있고 그런 관객들의 감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정수민)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신데 현재 창작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제 것을 기반으로 해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더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정수민)

"전 개인 앨범을 낼 때 '기존에 하던 풍을 계속 유지해야 되나' 아니면 '비슷한 맥락이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되나' 고민이 있어요. 그 사이 절충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죠."(진수영)

"전 하고 싶은 걸 하기는 하는데 지금까지 너무 많이 해서 사실은 현재는 음악적인 무엇인가가 잘 떠오르지 않아요. 지금은 음악 만드는 일도 안 하고 있어요. 당분간 쉬려고 해요."(김오키)

-오키 씨는 예전에 인터뷰에 다작을 하는 이유로 시간이 남을 때 작곡을 한다고 답하셨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럼 영감이 소진된 건가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한계에 찼다고 할까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거기에 적응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엔 연출만 하면 되니까, 스태프와 저희 팀이 있으니까 편하더라고요. 또 영화 작업과 달리 후반 작업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연극은 그냥 공연하면 끝나잖아요."(김오키)

-그러면 이번을 계기로 연극이나 공연 연출을 계속하시게 되는 게 아닌가요?

"이번에 하면서 재밌어서 일주일 정도 소극장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했던 배우들과 일부 같이 할 수도 있고, 더 연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음악적인 부분은 덜어내고요."(김오키)

-사랑이 음악으로 온전히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오히려 다른 매체보다 더 쉬운 것 같아요. 속일 수가 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요. 영화나 극 같은 건 정확히 보이잖아요. 글이 있어서 속임수가 잘 안 통하는데 음악은 기술적으로 감정을 건드려주면 울릴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울리거나 웃기거나 모두 사기 치는 거죠. 사실 예를 들어서 난해한 것을 만들어놓고 제목을 '사랑'이라고만 써 놓아도 사람들은 그걸 듣고 '이게 격정적인 사랑인가 보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제목만 잘 지으면 되는 부분인 거죠. 연주할 때도 '여기서 감동하겠다'를 정확히 계산하기 때문에 제 입장에선 더 쉬워요."(김오키)

-흥미로운 지점이네요. 다음부터 오키 씨 음악은 제목 혹은 감동적인 연주 대목에 대해 의심부터 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음악은 제목을 가장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제가 연주 전 곡 제목을 우선 보시면, 감상자의 어떤 면을 먼저 건드리게 됩니다."(정수민)

"저 역시 마찬가지로 느껴요. 시각적인 이미지가 없다 보니까 더 해석의 여지가 많죠. 그래서 대부분의 표제 음악들은 주제가 일단 사랑을 품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진수영)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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