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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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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스칼릿 조핸슨과 채닝 테이텀이 주연한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한 마디로 양품(良品)이다. 소재가 신선하고,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가 유려한데다 이야기를 짜맞춰 놓은 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캐릭터는 명확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낭만과 야망과 열망이 한 데 어우러지고, 유머를 던질 때와 웃음기 싹 빼고 진지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존중이 있고 위엄도 있다. 보이는 그대로 즐겨도 무방하고, 어떤 대목에선 고민에 빠지게 한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보는 이를 휘어잡을 만한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것. 모난 곳 없이 너무 점잖은 스토리텔링은 마라탕후루가 일상인 관객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1960년대 말 아폴로11호를 달에 보낼 계획을 세운 미국 정부가 달 탐사에 대한 대중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하면서 출발하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일단 배우 보는 재미가 있다. 마케터 '켈리'를 맡은 조핸슨은 때론 강아지처럼 때론 고양이처럼 움직이며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이 인물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든다. 발사 책임자 '콜'을 연기한 테이텀은 때론 곰처럼 때론 사자처럼 행동하며 원칙과 소신으로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이 인물에 지루함을 없앤다. 외모부터 대조적인 두 인물이 캐릭터에 딱 맞아 떨어지는 화법으로 정확한 대사를 내뱉으며 때로 대립하고 때론 교감할 때 완성되는 케미스트리는 '플라이 미 투 더 문'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조핸슨과 테이텀이 유독 돋보이는 건 그들이 좋은 연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이 좋은 이야기 위에 있어서다. 영화 '프리 가이', 시리즈 '너의 모든 것' 등 각본을 쓴 그렉 버랜티 감독은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와 내재된 이야기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이들을 정교하게 엮어 가며 '플라이 투 더 문'을 다채롭게 한다. 이 영화는 너무 다른 남녀가 상대를 이해하며 완성해가는 전통적인 로맨스로 봐도 되고, 달 착륙과 음모론에 관한 독특하고 유쾌한 접근으로 봐도 되며, 일 하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방식에 관한 코멘트로 봐도 된다. 진실과 거짓과 판타지에 관한 알레고리로 보이기도 하고, 결국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로 볼 수도 있다.

달에 관한 영화라고 하면 가장 최근에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2018)이 있었고,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13'(1995)이 있었으며, 멀게는 '카프리콘 원'(1978) 같은 영화도 있었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달 착륙과 음모론을 창의적으로 재해석 했다는 점에서 달에 관한 영화를 언급할 때 앞으로 이런 작품들과 함께 거론될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달 착륙 영상 조작설'을 시종일관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다루면서도 이 오래된 음모론을 진실의 승리라는 보편적 메시지와 함께 품위 있게 반박하는 건 이 작품의 가장 탁월한 부분이다. 여기에 이 음모론과 메시지를 켈리와 폴의 로맨스에, 판타지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영화 예술의 본질에, 어떤 이물감도 없이 녹여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인 대목이다.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지만 너무 매끈해서 모범생 같기만 한 이 영화를 갈수록 더 크고 더 명확한 도파민을 원하는 요즘 관객이 얼마나 좋아해줄지는 알 수 없다. 바꿔 말하면 '플라이 미 투 더 문'에는 저 정직한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도전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좋게 얘기하면 클래식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번뜩이는 소수의 장면을 제외하면 할리우드식(式) 화법이 익숙한 관객에겐 대체로 예상 가능한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러닝타임이 132분으로 다소 긴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12일 개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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