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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15일 발매한 정규 4집 '너머' 첫 번째 파트 '너머 [1. 블랙 시머(Black Shimmer)]'는 우아하게 자기 인식에 도달한다.

우주, 먼지, 일렁거리는 희미한 빛은 명확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그곳에서 지어낸 선우정아의 음악 무늬는 완벽한 고유성을 가진다.

음악적 상상력을 채울 콘텐츠가 빈곤한 시대, 내용과 형식의 빤하지 않은 조합의 다섯 곡은 아직 밝혀지지 우주의 어떤 가능성에 대한 선험적 선율이다.

휘트니 휴스턴, 샤카 칸, 프린스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의 오마주는 뻔한 패턴을 생성하지 않는다. 타자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만큼이나, 자족하는 미학이 있다.

선우정아가 새 정규음반을 내는 건 2019년 말 발표한 3집 '세레나데(Serenade)' 이후 5년 만이다. 2006년 데뷔한 선우정아는 이렇게 여전히 예리한 역작을 만들어낸다. 다음은 빛나는 먼지 가득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선우정아 식(式) 80년대 안내서다. 최근 서울 홍대 앞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그녀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번 '너머' 시리즈는 찬란한 해방을 담은 블랙 사이드(Black Side)와 날숨의 고요 같은 화이트 사이드(White Side)로 나뉜다. '너머 [1. 블랙 시머]'는 블랙 사이드에 해당한다. 화이트 사이드는 가을께 발매가 예정됐다.

-5년 만에 정규 음반을 내시는 건데요. 정규 모양에 맞는 곡들이 있을 텐데, 항상 그랬지만 이번엔 더 그라데이션(gradation)이 느껴지는 곡들이 실렸습니다.

"그라데이션이라는 표현이 너무 재밌었는데요. 저는 뭐라 그럴까… 극단적인 걸 좋아하는 취향이에요. 자를 때는 완전히 확 자르고, 섬세하게 연결할 때는 예리하게 연결하는 게 제 편곡 기법의 둘 중 하나죠. 또 파트가 확 바뀔 때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라데이션 같이 서서히 커지거나 작아지는 기법들도 많이 있어요. 그런 기본적인 제 취향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빈티지'라는 키워드를 제일 먼저 떠올렸어요. 특히 80~90년대 음악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60~70년대까지 익숙해졌고 또 그러다 40~50년대까지 간 거죠."

-이번엔 80년대가 가장 큰 화두였다고요.

"제게 80년대 빈티지 느낌은 선명하지 않은데 기분 좋은… 그러니까 노이즈들이 우주에 있는 별들같이 느껴졌어요. 빈티지가 저한테는 '우주의 배 같다'라는 말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그래서 우주를 하나 탄생시켰어요. 우주 속에 있는 희미하게 빛나는, 아직 별이 못 된 먼지들이 제겐 동기화가 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제 자신이 별이라기보단 먼지인데 빛이 되려고 하는 먼지… 되게 귀엽고 희망적이고 소박해서 저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음반 타이틀 블랙 시머(Black Shimmer·검은 희미한 빛)는 참 잘 지었네요. 뿌윰한 이미지의 제목입니다.

"보통은 노이즈가 있으면 좀 줄이거나 없애거나 숨기거나 하는데 이번 앨범에선 '먼지를 가득 뿌린다는 느낌으로'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것 같아요. 원래도 노이즈를 좋아했지만, 이번엔 더 적극 사용했죠."

-정아 씨의 설명을 들으니 타이틀곡 '별사탕' 곡 이미지가 확 다가옵니다.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신 이후에 '별사탕'이 나오게 된 건가요?

"'별사탕'이 지금 세계관의 형태를 가진 건 최근이에요. 뼈대는 몇 년 전에 있었죠. 4년 전쯤에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만들었는데 섹시한 거예요. 그래서 당시 '섹시 댄스'라는 폴더 제목에 곡을 넣어뒀어요. 뭔가 섹시하게 만들 수 있는 곡 같았는데, 대중적으로는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스타일의 곡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곡을 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을 때 '빈티지'라는 키워드랑 함께 우주가 딱 떠올랐어요. 어떻게 보면 숨겨진 먼지 속에서 별사탕을 찾아낸 거죠."

-사운드가 정말 별사탕처럼 알록달록합니다. FX 프로그래밍(Programming)을 써서 일부러 그런 사운드를 의도하신 건가요?

"원래 그런 사운드를 워낙 좋아해요. 이것저것 소리를 비틀고 왜곡시키는 걸 너무 좋아해요. 평소에 라이브 할 때 종종 보컬 이펙터를 만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요. 작업할 때 FX를 기본적으로 많이 만들고 확장시키는 편이죠. 제 상상력을 구현하는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제게는 보컬과 FX가 가장 좋은 편하게 쓸 수 있는 도구처럼 느껴져요."

-수민(SUMIN·박수민) 씨가 함께 한 신스 베이스 라인도 근사해요.

"몇 년 전에 수민 씨한테 이 노래를 공유 했었어요. 언제 어떤 형태로 발매될 지 모르겠지만, 이 곡을 작업한다면 수민 씨랑 같이 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고요. 이번엔 세션이나 공동 작업 형태가 아닌, 신스 베이스의 피처링 같은 느낌으로 잠깐 등장하면 멋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죠."

-해외 뮤지션들 중에선 이런 작업 형태가 많잖아요. 유명한 뮤지션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유명 뮤지션의 세션으로 등장하고요.

"그쵸. 스티비 원더 노래에 프린스가 그냥 리듬 기타만 치고 있었던 것처럼요. 수민 씨도 너무 곡의 흐름을 잘 이해해 줬어요. 워낙 또 그가 잘하는 스타일의 곡이다 보니까 덕분에 에지가 더 살아난 거 같아요."

-말 나온 김에 '별사탕'엔 프린스, 샤카 칸이 오마주가 돼 있다고요.

"이번에 80년대 빈티지 중 제가 가장 연결돼 있다고 느낀 뮤지션은 휘트니 휴스턴, 샤카 칸, 프린스였어요.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요. 예컨대 프린스의 펑키하게 쪼개는 기타는 멋있게 신나는 게 아니라 헐렁헐렁 하면서 신나는 거라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 나요. 되게 해맑아서 어떻게 보면 되게 소년 같기도 하고요. 프린스는 또 진짜 다양한 장르를 했어요. 진지하고 아름다울 때는 한없이 깊었다가 또 가벼울 때는 한없이 가볍고… 이런 것들이 너무 멋있어요. 이번 곡의 뒤에선 또 많이 지르고 화려하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 동경한 휴스턴과 또 휴스턴의 뮤즈였던 샤카 칸의 창법 스타일을 흉내내고 싶었어요."

-휴스턴은 정아 씨가 예전부터 계속 존경을 표해온 가수입니다. 혹시 이번에 새롭게 느끼게 된 그녀의 면모가 있나요?

"언제나 정말 대단해요. 그걸 새롭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매번 느끼는 그 느낌이 새로워요. 저를 무력화시키는 목소리는 휴스턴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닮고 싶은 물리적인 측면을 보자면, 다양한 장르를 한 부분이요. 그것 또한 너무 멋있어요. 발라드, R&B, 댄서블한 솔을 소화하는 부분에서 독보적이죠. 머라이어 캐리와 많이 비교가 됐었잖아요. 캐리가 할리우드화된 디바라면, 휴스턴은 좀 더 장군 같다고 할까요. 제게는 아름답게 호통치는 느낌이에요. 무대에서 소리 내는 몸의 모습을 봐도 딱 깃발을 꽂는 느낌이고요. '내가 짱이야. 들어라' 같은 느낌이요. 그런 정도로 저를 압도하는 보컬은 아직도 없는 것 같아요."

-수많은 무례함에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우아하게 음악으로 담아내신 '왓 더 헬(what the hell)'과 연결되는 태도입니다. '잠시 오케스트라도 나오고 불꽃도 터지고 침도 뱉고, 큰 고민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만들었습니다. 찬란한 해방의 순간!'이라고 표현하신 것처럼요. 이 곡은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죠.

"오랜만에 마음 가는 대로 쓴 곡이에요. 곡의 스타일이 아닌 에너지에 방점이 찍힌 노래죠. 제가 평소에 '울분을 우아하게 토해내고 싶어'라는 욕망을 가지고 기타를 치면서 일기처럼 가사들의 덩어리를 적어두거든요. 그중에 어떤 울분의 한 덩어리가 있었어요. 기타를 치면서 '왓 더 X'도 했다가 다양한 말을 내뱉었는데 한 번 정리가 되더니 술술 써졌습니다. 그리고 보통 편곡할 때 좌절의 시간을 느끼거든요. 근데 이 곡은 그냥 끝날 때까지 실실 웃으면서 끝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곡은 데이비드 보위를 진짜 많이 생각했어요. 보위가 우아하고 이상한 음악들을 많이 했잖아요. 그의 우아함을 오마주했어요."

-존중할 만한 뮤지션들을 자연스럽게 오마주한 음악들을 내놓은 것도 멋있는 작업이에요.

"제겐 이걸 밝히게 되는 과정까지가 새로웠어요. 저 역시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받고 오마주를 하게 되는데 이전까지는 특정 뮤지션의 이름을 거명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래야 되겠더라고요. 곡마다 특정 뮤지션들과 아주 긴밀한 연결이 돼 있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밝히는 것까지가 앨범의 전달이라고 생각했어요."

-음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더 생겨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이름을 발화하는 순간 그 사람의 카리스마에 압도되거나 그 사람의 색깔에 곡에 규정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 정아 씨의 앨범에 실린 곡들은 누가 들어도 정아 씨의 곡이에요.

"자신감보다는 확신 같아요. 영향 받은 스타일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작업자들한테 다 있는 것 같아요. 80년대 빈티지스러운 펑크를 만든다고 치면 정말 누가 들어도 80년대 빈티지 펑크를 만들고 싶어요. 근데 이 부분은 제 장점이기도 하고 제 아쉬움이기도 한데 그런 마음으로 시작을 해도 되게 희한한 게 돼버려요. 결과물이 다 섞여서요. 그런데 어쨌든 저는 창작자니까 제 식(式)이 돼 버리는 게 앨범을 만드는 측면에서는 재미있어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은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정아 씨가 오마주하신 뮤지션들은 당연히 각자 개성이 특별하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너무 순수해서 아팠던 분'들입니다. 그런 부분들은 아티스트들의 숙명인가요?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한없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아티스트들에 대한 애정이 더 있냐고 묻자) 정말 '감히'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영리한 분들도 동경하는 데 제가 그렇게는 못 하거든요. 똑똑하고 멋있고 싶은데 그쪽보다는 순수한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맨 처음에 정아 씨 수식 중 가장 이해가 안 됐던 게 지금은 쓰지 않지만 '홍대 마녀'였어요. 하하.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으니 정아 씨 진짜 성향과 별개로 프레임을 짠 거잖아요.

"그걸 느끼고 계셨다니 속 시원해요. 하하. 처음에는 열심히 부정을 하다가 나중에는 '소용이 없구나' 생각했어요. 나중에 소심하게 반격하는 의미로 스스로 만든 수식어가 괴물이었어요. 여러 괴물이 있지만 도깨비 같은 귀여운 괴물 있잖아요. 그런 괴물이요. '도망가자'라는 곡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깊이 있는 쪽으로만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부분도 너무 감사하지만, 제 안에 살아 숨 쉬는 괴물들은 아직 못 느끼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 들으시는 분들은 반드시 그 괴물을 느끼실 겁니다. 이번 앨범 세 번째 트랙 '부른 소리(Youth, for a while)'는 2017년에 만들고, 2019년에 피아노와 듀오로 녹음한 뒤로 꺼내보지도 않았던 곡이었다고요. 어떤 중력에 이끌려 이번 앨범에 실리게 된 겁니까?

"창작자들이 많이 하는 얘기지만 이 곡은 '정말 끌려나왔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어요. 사실 2019년에 정규 3집에 실을 것으로 염두에 두고 녹음했던 곡이에요. '도망가자'와 결을 같이 하는 발라드 곡을 생각하면서 녹음했죠. 근데 막상 녹음을 하고 나서는 질질 짜는 느낌이 너무 싫은 거예요. 이후에 한 번도 꺼내지 않았고 말 그대로 정말 먼지가 뽀얗게 쌓였죠. 이후 '별사탕'을 만들고 '블랙 시머'라는 우주를 형성했는데 이 곡이 머릿속에 확 떠오른 거예요. 당시에 별로라고 생각했던, 너무 솔직한 감정 표현들이 귀여운 거예요. 만약 이 곡을 지금 녹음했으면 되게 예쁘게만 불렀을 것 같아요. 정제되는 기술이 생겼는데, 그런 점들이 노래의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켰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세계관 속에서 더 예뻐 보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피아노, 보컬만 있는 것보다 밴드가 빈티지한 느낌을 확 살려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밴드와 어떤 청춘의 느낌을 함께 하고 싶었어요. 보컬과 피아노는 처음 그대로예요."

-이번 앨범의 키워드인 먼지와도 연결되는 곡이네요.

"먼지를 터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이 세계관에 우주 먼지들이 잔뜩 있다 보니, 얘한테도 빈티지하고 로파이한 소리 질감으로 먼지들을 뿌려줬죠. 원본은 되게 클리어했거든요. 원래 곡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했으면 괄호 치고 '무슨 버전'이라는 부제를 붙였을 거예요. 이 곡은 지금의 완성을 기다렸구나라는 생각에 그런 걸 붙이지 않았어요."

-뮤지션으로서 정아 씨의 심미안 본질은 바뀌나요, 바뀌지 않나요?

"때에 따라서 본질을 건드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바뀌지만 세상의 기준이 바뀌고 어차피 저는 세상에 내보내야 제 행위가 완성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대중음악 뮤지션이니까 대중분들이 듣고 남기는 피드백까지가 제 음악의 완성인 거죠."

-지금은 완전히 깨졌지만 사실 정아 씨에 편견 중 하나는 아티스트연연한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다양한 작업을 하고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도 좋은 결과물을 내시는 걸 보면서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또 몇 안 되는 작가주의 대중음악 뮤지션이기도 하고요. 그 균형감은 어떻게 맞추시는 겁니까. 절대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뭔가 명확해지면 선택하는 거는 덜 어려워요. 그런데 대중음악이라는 거는 명확하지 않아서 매번 이렇게 손으로 더듬더듬하는 느낌으로 만들죠. 그래서 그게 너무 힘들어요. 다만 대중음악을 해야 한다는 건 명확해요. 제 큰 의무 중 하나이고 제가 바라는 음악인 모습 중 가장 첫 번째죠. 힘들지만 그래서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나름의 어떤 기준들이 듣는 분들에게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제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주는 것 같고요. 다만 전문가답게 하고 싶은데 아직도 걸음마 떼는 애처럼 걷는 거 같아요. 아마 끝날 때까지 그럴 가 같아요."

-네 번째 트랙 '시머'는 본인만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정아 씨의 움직임을 담아낸 곡입니다.

"이번엔 희미하게 일렁이는 빛을 계속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부분을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왓 더 헬'을 가이드처럼 녹음 해둔 어느 날, 제 의도에 없었는데 '퉤!'가 튀어나왔어요. 그 때 정신적으로 너무 해방감이 들고, 너무 행복한 거예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곡을 하나 더 써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쓴 곡이에요. 우주가 흘러가는 듯한 신스와 가사와 후렴의 멜로디 같은 큰 덩어리가 다 그 자리에서 쭉 나왔어요. 다른 곡들이 주제가 있고 거기에 '블랙 시머'가 스며들었다고 한다면, 이 곡은 처음부터 '블랙 시머' 때문에 써진 곡이죠. 태양이 아니어도 이 캄캄한 어둠에서 어쨌든 빛을 내긴 낸다. 그리고 계속 낼 거다. 연약하고 미약하지만 계속 낸다 그런 흘러가는 과정을 표현한 노래예요. 전 그걸 발광이라고 표현했어요. 제겐 말 그래도 발광하는 건데 밖에서 봤을 때는 미약한 거죠."

-사실 처음엔 이번 음반 마지막 트랙인 '재즈 박스(JAZZ BOX)(Beyond ver.)'가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편곡 방향성을 비롯해 말씀하신 내용들을 듣고 사운드적으로나, 맥락적으로나 왜 마지막 트랙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됐어요.

"이번 음반을 듣는 게 '우주선을 타고 여행 가는 느낌'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함께 제가 만든 '블랙 시머'라는 우주를 여행하는데 종착점이 재즈 박스인 거죠. 종착 기념 파티를 열고 재즈를 연주하는데 그게 스탠더드한 재즈가 아닌 거예요. '블랙 시머' 우주 방식의 재즈인 거죠. 영화 '제5원소'를 보면 다양한 외계인들이 오가는 정류장이 있잖아요. 그 정거장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이길 바랐어요. 진지하게 시작한 여정의 마지막을 뒤풀이 같은 느낌으로 즐겁게 마무리하기를 바랐죠."

-선우정아의 '지기 스타더스트'(데이비드 보위가 만든 가상 인물)가 그 정거장에 있는 느낌이에요.

"이번 앨범의 에너지는 데이비드 보위가 참 많이 만들어 주셨어요. 사실 보위에 대해 엄청 잘 알지 못했었어요. 최근에 많이 알게 됐는데 그를 알면 알수록 용기가 엄청 생기더라고요. 사실 보위에 대해 편견이 있었어요. 우주적인 것, 전지적 것만 했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편안한 포크, 모던록, 펑크, 댄스 너무 다양했습니다. 특히 편곡도 한 곡 안에 희한한 흐름이 많고, 중간에 갑자기 이상한 게 튀어나오고 해요. 그러다 '난 왜 그런 걸 다 봉인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오픈시켜놓은 게 이번 앨범이에요. 제 음악적인 창작 행보가 되게 들쑥날쑥하다고 볼 수 있을 있잖아요."

-빤하지 않은 그런 지점이 정아 씨 매력인데요.

"저는 그런 것들에 대한 고통이 있었어요. 평균을 지어줘야 될 것 같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었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고 제 모양을 못 받아들이시는 것 같고 또 그런 방식이 생산적이지 않다 보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거든요. 저라는 브랜드는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위를 알면 알수록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다라는 용기가 생겼어요. 들쑥날쑥한 창작 활동을 계속했는데 이게 제게 너무 잘 맞아서 한 것이거든요. 도저히 한 스타일로 곡을 못 쓰겠고, 한 스타일로 제 이미지를 정립하지 못해서 참고 참다가 그렇게 한 거죠. 역사적으로 보위 같은 사람이 있는데 저도 그렇게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원래 보위는 정아 씨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였던 거네요.

"그렇죠 어린 시절에 그 매력을 몰랐던 이유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것 같아요. 덜 대중적이었으니까요."

-기자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 특정 프레임을 짜는 게 습관처럼 돼 있어요.

"근데 이게 참 괴리인 것 같아요. 불특정 다수한테 전달하려면 프레임이 필요하잖아요. 한마디로 정의할 게, 소개할 게 필요한 거죠. 그래서 그걸 찾아야 한다는 강박의 여정을 갖고 있다가 꼭 그렇게 찾지 않아도 방법이 있을 것 같아라는 희망을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본 거예요. 제가 좀 괴롭겠지만, 사람들한테도 다가갈 수 있는 다른 방식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된 거죠."

-앨범 제목의 '너머'에선 고민에 대한 현재진행형이 느껴집니다.

"'비욘드'라는 영어 제목을 했을 경우엔 비장한 느낌이 있어 오그라들 수 있다고 캐나다 친구가 얘기하더라고요. 너머를 영어로 하면 비욘드니까 다른 걸 찾아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진짜 제가 거기를 바라보고 있고 거기로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에 현재의 제 시선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라고 판단했어요. 현재 진행형이라는 어감이 맞는 거죠."

-파트1과 파트2는 처음부터 분리해서 내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나요?

"파트 하나만으로는, 한 개의 앨범만으로는 이번에 만든 얘네가 다 담기지 않더라고요. 파트를 두 개로 해야 이야기가 정리되는 느낌이라 처음부터 파트를 나눴습니다. 파트2는 일단 9, 10월 발매가 목표예요."

-파트2까지 나와봐야 더 말씀을 해주실 수 있겠지만, 이전보다는 희망 쪽으로 더 넘어간 듯한 느낌이 드시나요?

"내가 진짜 '싱어송라이터로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에요. 이전까지는 완전히 싱어송라이터가 됐다는 느낌이 덜 들었거든요. 그걸로 먹고 살고, 프로로서 매번 최선을 다했지만 세상이 뭔가 다 인정을 안 해준 듯한 느낌이 살짝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아직 평가가 되지 않았지만, 세상의 인정을 더 받은 것 같아요. 대중의 세상 말고 그냥 제가 살고 있는 세상 있잖아요. 이 세상에서 제가 싱어송라이터로 살고 있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어요. 그렇게 싱어송라이터가 넘어갔다는 느낌이 대중의 평가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근데 그런 인정이 좀 천천히 된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기다릴 여유도 생겼거든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제 희한한 모양을 저 역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설명도 못하는 상황이 있었던 거죠. 완벽하게 스스로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얘기하기도 힘들었던 거예요. 제 곡들에 대해 완벽한 3D 프린터 기능을 스스로 못한 거죠. 이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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