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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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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흰 복면에 검정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50명가량의 인파를 이끌며 모래 언덕을 유유히 누비는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예(Ye)·칸예 웨스트)의 모습은 흡사 종교 지도자였다.

그 순간 미국 래퍼 타이 돌라 사인과 협업한 곡 '카니발(CARNIVAL)'이 울려 퍼졌는데, 그간 금기와 제도에 갇혔던 이들의 사육제(謝肉祭)를 위한 일종의 의식이었다.

23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예 x 타이 달라 사인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Ye x Ty Dolla Sign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 전반부 공연은 사실상 맥거핀이었다.

애초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사인과 협업한 앨범 '벌처스 1(VULTURES 1)'를 음원으로만 듣는 리스닝 파티로 예고됐던 행사다. 해외에서도 열린 같은 리스닝 파티도 이 성격에 충실했다.

하지만 전 세계 힙합 팬들이 열광할 만한 일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다. 믿는 자에게 라이브가 있나니…. 리스닝 파티가 끝난 직후 흰색 후드티를 입은 웨스트의 즉흥 라이브 파티가 벌어진 것이다.

말을 탄 연기자가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돈 뒤 몸을 모두 가린 채 등장한 두 명이 웨스트와 타이가 맞는지 의심하는 이들에 대한 웨스트의 답이었다. 또 리스닝 파티 내내 '이것이 공연인가 아니가'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졌던 이들에게 느낌표를 단숨에 안겼다.

해당 공연은 웨스트의 유튜브 채널로도 생중계됐고 해외에서도 난리가 났다.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5만명을 훌쩍 넘겼고 채팅창엔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웨스트는 '스타즈(STARS)'를 시작으로 '런웨이(Runaway)', '온리 원(Only one)', '고스트 타운(Ghost town)', '데빌 인 어 뉴 드레스(Devil In a New Dress)', '제일(JAIL)' 등 대표곡을 쏟아냈다. 피날레를 장식한 '컴 투 라이프(Come To Life)' '24'까지 총 77곡을 들려주는 파격을 선보였다. 개명 이름인 예가 아닌 '올드 칸예'가 돌아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애초 오후 8시에 예정됐던 행사는 70분 지연돼 오후 9시10분부터 시작했다. 웨스트 마니아들이 모인 만큼 이에 대한 불만이 처음부터 크게 없었으나 그의 예상치 못한 라이브 선물에 지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연은 오후 11시2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77곡을 모두 풀로 소화한 건 아니다. 국내 유명 웹콘텐츠 '킬링벌스'처럼 히트곡 주요대목을 메들리 형식으로 들려줬다. 곡들의 비트가 무작위로 흘러나왔고 웨스트의 마음이 동하지 않는 트랙이 나오면 "넥스트"를 외쳤다. '웨스트 노래방'이 차려진 것이다.

최근 상당수 무대를 리스닝 파티로 대신해온 웨스트가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것 자체가 이색적이었는데, 평소 그를 잘 아는 팬들 사이에선 다소 낯선 풍경도 빚어졌다.

그가 손을 들어 호응을 유도하거나 "아이 러브 유 코리아"라고 외치는 등 살가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전 부인인 미국 모델 킴 카다시안과 사이에서 낳은 딸들인 노스, 시카고도 이날 공연에 출연했다. 일부에선 웨스트가 이후에 예정됐던 대만 공연을 취소한 것이 한국에서 모든 걸 쏟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추정도 한다.

웨스트의 이런 예상치 못한 전력질주로 인해 일부 힙합 팬들 사이에선 양양 한 고깃집의 위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웨스트가 2010년 8월 강원 양양 낙산도립공원 낙산해수욕장에서 펼쳐진 힙합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서머 위크 & 티 2010' 첫날의 헤드라이너로서 첫 내한공연했을 당시 방문했던 고깃집 얘기다. 당시 웨스트가 방문한 이후 이 집은 "칸예 웨스트가 극찬 '한국 최고 맛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웨스트의 내한은 이번이 두 번째로 14년 만이다.

사실 웨스트는 각종 기행으로,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미국 팝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막말 그리고 각종 혐오 발언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공연 퍼포머로서, 쇼 기획자로서, 힙합계와 패션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스타로서 그의 영향력과 역량은 무시하기 힘들다는 걸 이날 공연이 보여줬다.

공연을 하지 않는 리스닝 파티만 예고했음에도 3만5000명이 몰렸고, 오후 11시가 넘었는데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상당수가 자리를 지켰다. 뉴진스 하니·민지·다니엘, 2NE1 씨엘·공민지, 자이언티, 딘(Dean), 트레저 지훈·최현석 등 K팝 스타들도 대거 현장을 찾았다.

웨스트는 이번에 공연은 취향을 넘어 변수가 넘치는 인식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웨스트의 입장에 대한 이견, 그의 평소 언행에 대한 문제의식을 떠나 자신의 자아를 서사화하는 연예인으로서 능력은 그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공동체적 경험'을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데 그 현상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이번 공연은 미디어 기업 넥스티스(NEXTIS)(채널 캔디)가 주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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