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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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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이 역할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을 때 느끼는 희열이에요. 주먹을 전혀 쓰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주먹을 쓰고, 어머니에게 처음 반항도 하면서 문 밖으로 스스로 나가는 것들에 뿌듯함과 쾌감을 느꼈어요."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오정세(47)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Mr. 플랑크톤' 시나리오를 읽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8일 공개된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조재미(이유미 분)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오정세는 극 중 500년 대를 이어온 종가 증손이자 5대 독자 한의사 '어흥'을 맡았다. 이름과 다르게 매사 소심하고 내성적인 어흥은 어머니 범호자(김혜숙)가 주선한 소개팅을 번번이 망치며 괴로워한다. 반항 한 번 못 하고 속을 앓던 어느 날 종갓집 요리 수강생으로 온 재미에게 한 눈에 반해 결혼까지 약속한다.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아 행복을 알게 되던 찰나. 결혼식 당일 재미가 사라진다. 눈 앞에서 잃어버린 재미를 찾아 어흥은 전국 팔도를 헤맨다. 하지만 힘들게 찾은 재미는 해조와 사랑에 빠진 후였고, 방황하던 어흥은 한의사를 그만두고 유튜버가 된다. 비록 어흥에겐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는 재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진다.
사랑도 연애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재미를 살뜰히 챙기며 한결 같은 순애보를 보여준 어흥. 그래서 오정세가 표현한 어흥에는 순수함이 가득하다. 오정세는 "(어흥이라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 '처음'이라는 키워드를 잡았다"며 "처음 사랑, 처음 이별, 처음 가출, 처음 삶까지. 어흥이 스스로 내딛는 첫발에 포인트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제 의지 없이 물 흐르듯이 살아왔던 사람인데, 처음으로 제 의지로 결정한 것이 전공 선택이었어요. 나는 이 전공으로 이렇게 인생을 펼쳐나가겠다.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첫 발이죠. 어흥 역시 첫 발 없이 살아왔던 인생인데 재미를 만나면서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 사랑 만큼 소중한 첫 삶을 내딛게 되는 전체적인 서사를 그렸던 것 같아요."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인 데 대해선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로 인연을 맺은 조용 작가를 언급했다. 오정세는 "시나리오를 보고 저들이랑 같이 여행을 같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독특한 개그 코드도 있고 진한 울림도 있고 과하지 않은 메시지도 있어서 이게 어우러지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어떤 역할이든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배우로서 좋은 역할로 또 만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1997년 영화 '아버지'로 데뷔한 오정세는 2010년 '부당거래'에서 김 기자 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은 만큼 연기 스펙트럼도 넓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2013)의 이승재, '극한직업'(2019)의 테드 창,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의 노규태, '스위트홈'(2023~2024) 임박사까지.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로 자신만의 인장을 선명하게 새겼다.
매 작품 제각기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오정세는 "정답은 없다"고 했다.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야 될지 매번 혼란스럽고 어려운 것 같은데 인물을 그릴 때 어땠으면 좋겠는지 키워드를 정하는 것 같아요. 대본을 통해 혼자 해석한 부분과 실제 현장에서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상황에 맞는 것들을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내려는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매년 다작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을 못 놓는 것 같다"고 했다. 오정세는 "예전에는 작품이 없어서 굶주림을 느끼다가 (작품을 만나면) 신남이 계속 유지가 되는 것도 있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나서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즐거우니 이 즐거움을 잘 못 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오정세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여행길'에 빗댔다. 자신을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어흥의 모습과 닮았다. "제 여행이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지만 당분간 이런 캐릭터로 사랑을 받아서 좋고, 다른 도전을 했을 때 배우로서 인정 받으면 좋겠습니다. 시도를 했는데 부대낌이 있으면 반성하면서 배우로서 여행길을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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