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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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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겨울의 초입 현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발라드는 이문세의 신곡이다. 차트가 팬덤 결집의 장이 된 상황에서, 차트 장외의 실물 지수를 알기 위해선 직접 탐문하는 것이 여전히 좋은 방법이다.

이문세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후배들의 존경을 인위적으로 제도화하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는 태도로 초지일관한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기자들이 모인 최근 정규 17집 선공개곡 발매 기념 간담회가 자칫 딱딱해질까 쉴 새 없이 유머를 던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문세에 대한 자발적인 존경은 음악에 힘 입은 것이 크다. 이번에 발표한 신곡인 헨(HEN·최은혜) 작사·작곡의 '이별에도 사랑이', 자신이 작사·작곡한 '마이 블루스'가 이를 증험(證驗)하게 한다.

헨은 '이별에도 사랑이'에 앞서 이문세의 17집 첫 싱글 '웜 이즈 베터 댄 핫'도 작업했다. '남자친구' '나의 해방일지' '멜로가 체질' 등 드라마 OST를 작업하고 싱어송라이터 박지윤과 작업으로 주목 받은 작곡가 헨은 절제하면서도 아련한, 풍성하면서도 세련된 화법과 작법을 구사하는 뮤지션이다.

이건 작곡가 이영훈 등과 함께 한국형 팝 발라드의 문법을 만들어온 이문세의 위력이기도 하다.

이문세의 발라드엔 남다른 리듬·어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담백함이다. 그건 일종의 애이불비(哀而不悲) 정서와도 맥(脈)이 맞닿아 있다. "이별에도 사랑이 / 가득할 줄 몰랐네 / 미움보다 고마움이 / 크게 자리 잡을 줄 몰랐네"('이별에도 사랑이' 중)라고 노래하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이별을 무조건 부정하며 아픈 면을 톺아보기 보다, 이별을 긍정하며 나아가는 서사는 이문세의 다붓한 창법과 맞물려 더 큰 울림을 준다. 우리의 삶은 행복과 슬픔의 균형이 늘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순환을 믿는 자의 목소리다. 그래서 그럼에도 나아가는 뭉근한 위로를 우리에게 안긴다.

이번 싱글의 커플링 곡인 '마이 블루스'가 견지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어차피 발버둥 쳐도 / 인생은 가는 거 / 누구나 가는 그 길 / 꽃잎 하나 떨어지네"라는 노랫말은 은퇴 없이 계속 무대 위에 나아가겠다는 작지만 소중한 의식이다.

이문세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이가 어느 경지에 이르렀을 때 가질 수 있는 '현명한 관성'이 무엇인지를 증명하는 소중한 사례다. 자신이 잘해온 것을 다른 사람을 믿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보여준다. 그건 우리 시대 어른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의 최상치다.

발라드 어원은 라틴어 '발라레(ballare)'다. '춤춘다'라는 뜻이다. 본래 발라드는 춤곡의 리듬으로 부르던 노래였다. 현재 본 의미는 사라지고, 느린 템포의 사랑 노래를 발라드라 주로 칭한다. 그런데 발라드로 인한 '감정의 춤'은 여전하다. 이문세 발라드에서 그 감정이 나빌레라.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는 "'이별에도 사랑이'는 기존 자신이 잘해 온 강점을 살려내 좋게 들었다"면서 "17집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지금 각광 받는 싱어송라이터 헨과 함께한 점에선 개코, 헤이즈, 잔나비와 컬래버했던 지난 앨범처럼 동시대성을 간과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웜 이즈 베터 댄 핫'은 재즈, '마이 블루스'는 블루스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세대 속으로 파고 들려는 노력보다는 무엇이 지금의 이문세에게 더 자연스러운지를 고민한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때 조용필의 '바운스'가 동시대 음악으로 성공해 형님들의 컴백 기류가 신세대 공략으로 바뀐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쏟아진 거장들의 음악 변신이 이렇다 할 호응을 얻지 못하며 지금의 분위기는 오히려 그들의 원숙함을 바라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Z세대를 공략한 파격적 변화보다 어른스러움에 초점을 둔 이문세의 이번 방향이 오히려 시대적 요구와 호흡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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