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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여기저기서 무거운 소리만 들리는 이 세상에서 앞선 문장은 싱어송라이터 윤마치(MRCH·윤지영)을 만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가볍게 들린다고 허투루 고민한 게 아니며 편안하게 들린다고 쉬운 작법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윤마치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작곡가 출신으로 음악 기본기가 탄탄한 윤마치는 최근 가장 급부상 중인 뮤지션이다. 여기저기서 "마치 마치" 거린다.

2018년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 5에서 '연대 보아'라는 별명을 통해 외모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지만, 이젠 실력이 앞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뮤즈온', CJ문화재단 인디 지원 프로그램 '튠업 25기' 선정,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의 실력파 인디 뮤지션 발굴 사업 '2024 인디스땅스' 톱5 등 쟁쟁한 인디 지원 프로그램에 뽑혔다.

좋은 뮤지션 발굴 안목으로 이름이 높은 '현대카드 큐레이티드(Curated) 95' 선정, 국내 첫 J팝 대형 페스티벌 '원더리벳 2024' 등을 비롯 여러 축제 섭외 1순위기도 하다. 아울러 인기 가수 상징과도 같은 드라마 OST 러브콜도 잇따라 받고 있다. '정숙한 로맨스' OST '세일즈', '취하는 로맨스' OST '컴 위드 미'를 불렀다.

윤마치는 또 최근 가장 각광 받은 K팝 작곡가이기도 하다.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일본곡 '셀러브레이트(Celebrate)'를 통해 작곡가로 입봉했다. 이후 트와이스 '토크 댓 토크(Talk that Talk)', 엔믹스(NMIXX) '무빙 온(MOVING ON)' 등을 작업하며 호평을 들었다.

이처럼 인디와 메이저, 싱어송라이터와 송라이터를 부지런히 오가는 윤마치는 좀처럼 따분할 일이 없는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준다. 얽매여 있지 않는 천진함, 그 투명한 눈에 비친 세상의 긍정, 자신의 매력을 더 빛나게 하는 객관성 등이 윤마치의 매력의 극치다.

윤마치의 매력 경치를 접할 수 있는 건 누가 뭐래도 라이브 현장이다. 내달 새 EP '디 어스(The Earth)'를 발매하는 윤마치는 그 달 28~29일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SOL페이 스퀘어에서 같은 타이틀로 단독 공연도 연다. 이미 일찌감치 두 회차 모두 매진됐다. 또한 23~24일 서울 마포구에선 '더 어스' 수록곡인 '휴먼 매커니즘' 선공개 기념 팝업스토어도 연다. 다음은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윤마치와 나눈 일문일답.

-올해가 데뷔 5주년인데 정말 크게 주목 받고 있어요.

"직업란에 당당하게 싱어송라이터라고 적을 수 있는 계기가 된 해가 올해예요. 그 전까지는 사실 저도 정체성이 애매했어요. 앨범 냈다고 직업란에 '저는 가수입니다' 적기가 그렇더라고요. 저는 팬이 있어야지 가수가 된다고 생각 했거든요. 근데 이전엔 팬분들이 저를 모르셨으니까요. 그런데 지원사업부터 저를 싱어송라이터로 네이밍 해주는 것들이 있잖아요. 올해는 정말 다 지원했거든요. 절 싱어송라이터로서 '각인시켜야겠다'가 목표였는데 다행히 잘 된 거 같습니다. 너무 뿌듯한 한 해였습니다."

-팬덤 이름이 만취단이죠? 만취단이 생긴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할 때가 언제였어요?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는 정도는 아니에요. 전 냉정하게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일정 끝나면 기다려주시는 팬분들 무리의 덩치가 조금씩 커져 있어요. 옛날에는 두 세 분 이렇게 계셨는데 요즘엔 더 많이 계시단 말이죠. 사실 전 '관종'이었거든요. 그런 저에게 관심을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니 하면서 행복해하는 요즘입니다."

-지난달 9일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현대카드 큐레이티드(Curated) 95'에선 한로로, 큐더블유이알(QWER) 같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뮤지션들인 Z세대 로커(한로로), 대세 밴드(QWER)와 어깨를 나란히 했어요.

"우선 공연 장소가 너무 쾌적하고 좋았어요. 일단 제가 그 라인업에 끼는 것 자체가 뿌듯해서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뿌듯했어요. 한로로 씨랑 QWER 팬분들이 엄청 많아서 또 잘해야 했으니, 긴장을 유독 많이 했어요."

-원래는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삼고 싶었던 건가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실용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 말씀 듣고 대학교를 갔고요. 특히 원래는 뮤지컬을 하고 싶었어요. 무대에 서는 게 좋아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 해야지' 하는 생각에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어렵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 몰랐어요."

-노래엔 전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클래식 작법을 배우신 분이니까 클래시컬한 요소가 군데 군데 느껴집니다. 특히 무엇보다 곡 자체도 쉽게 만들어진 노래들이 아니에요.

"너무 감사합니다. 최고의 칭찬이에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인 지휘자 김은선 씨를 비롯해 연세대 작곡과 출신들 중 클래식 거물들이 많아요. 그런데 K팝을 비롯한 한국 대중음악도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음악 못지않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죠. 원래 실용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셨으니까 클래식 음악 출신으로서 좀 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내 방식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건가요?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고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뭐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대학만 가면 다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해야 된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대신 뮤지컬 동아리에서 쌓은 추억이 많아요."

-2019년 첫 앨범 '렛츠 마치!'는 어떻게 발매하게 된 겁니까?

"'너목보'에 출연한 이후 회사 러브콜이 왔어요. 회사 들어가기 전에 제 앨범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3개월 만에 준비해서 급하게 냈거든요. 그 때 (대중음악) 작곡을 처음 하는 거라 어려웠어요. 고통스럽게 내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는 제 첫 번째 앨범입니다."

-마치 씨는 항상 주체성을 갖고 있었던 거네요.

"그게 장점 같아요. 매사에 진취적이지는 않은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그래도 '줏대 있게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그런 점이 무대 위에서도 드러나는 거 같아요.

"그게 꿈이에요. 자우림 김윤아 선배님 생각하면 진짜 너무 아름다우신데, 멋있거든요. 저도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작년 10월에 낸 EP '오, 라이프(Oh, Life)'는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항복' 등 이 EP에 실린 곡들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잖아요.

"그 EP 덕분에 페스티벌도 돌고 축제도 돌게 됐구나 생각해요. 얼마 전에 갑자기 퍼뜩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가수는 음반을 내야 되는구나' 생각했죠."

-'항복'은 어떻게 만들어진 곡입니까?

"저는 노래를 쓰면 바로 내요. 재고 처리를 잘 안 해두거든요. 근데 항복은 후렴이 안 나와서 1년 묵혀뒀던 유일한 곡이었어요. 전 ENFP인데 '항복' 가사가 너무 제 얘기라 꼭 내고 싶었거든요. 가사는 다 써져 있는 상태에서 멜로디가 안 나오는 거예요. 친구에게 원래 버전의 후렴을 들려줬는데 '별로야'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안 고칠 수 없잖아요. 고친 게 지금 후렴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항상 고맙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지금은 비교적 단순한데, 처음엔 조금 더 멜로디컬했어요. 그래서 더 복잡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항복'은 단순해지자는 메시지를 담은 만큼 지금 후렴이 훨씬 더 잘 맞는 거 같아요."

-줏대가 있으면서도 납득이 가능한 말은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이에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게 사실 아티스트로서 굉장히 단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초반엔 제 색을 내야 되는 직업인데 너무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근데 팬이 팬이 생길수록 제 색을 저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를 몰랐으니까 휘둘렸던 건데 절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면서 조금 덜 휘둘리게 되더라고요. '항복'이 그 기점이었어요."

-이 정도 기세면 새 소속사에서 계속 러브콜이 올 거 같아요.

"회사에 대해 저도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제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랑 하는 게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크루를 꾸렸어요. 일종의 레이블인데요. 레이블 이름은 디온리센트(the only scent)예요. 제 '유일한 향기'라는 곡 제목에서 따왔어요. 직책이 대표라서 뿌듯해요. 제 식솔들이 생겼기 때문에 열심히 앨범을 내야 됩니다. 하하. 편하고 너무 재미있어요. 뭔가 어른이 된 느낌도 나고요. 그동안은 애 같았는데 책임감도 생겼어요."

-마치 씨가 이런 레이블을 차릴 수 있는 건 송라이팅도 해서 가능한 거 같아요. JYP 소속 그룹들 곡 작업을 많이 해서 한편에선 JYP 퍼블리싱 소속이 아니냐는 생각도 해요.

"JYP 소속은 아니에요. (JYP 퍼블리싱에 속한 작곡가인) 이우민(collapsedone) 작가님과 인연으로 JYP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게 됐는데, 제게는 멘토 같은 분이세요. 이 작가님 개인 앨범에 저를 피처링으로 부르셔서 인연을 맺었어요. 제가 원래 이 작가님 팬이었는데 '저를 왜 부르셨지' 했어요. 이 작가님이 좋아하는 목소리랑 창법의 공통점이 있는데 제가 좀 부합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약간 땡땡하면서 할시 같은 목소리라고 할까요?"

-인연을 맺게 된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네요.

"이 작가님으로부터 작곡에 대한 마음가짐을 많이 배웠어요. 작곡을 할 때 사실 뭔가를 다 갖고 있거든요. 이 표출을 어떻게 이끌어내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그 끌어내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작곡의 지혜' 같은 것들이요. 덕분에 작업이 굉장히 빨라졌거든요. 그게 제 장점이 됐어요. 물론 고민을 더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고민을 한다고 해서 100% 명곡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일단은 스트레스가 훨씬 적어져요."(윤마치가 지난 21일 발매한 신곡 '휴먼 매커니즘'은 윤마치와 이우민이 공동 작곡·편곡하고 윤마치가 노랫말을 붙인 곡이다.)

-송라이팅과 싱어송라이터를 병행하는 젊은 여성 뮤지션이 많지는 않아요. 특히 마치 씨처럼 인디 신하고 메이저 신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죠. 선우정아, 수민 씨가 예가 될 거 같아요. 그 계보를 마치 씨가 이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간다면 너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올해가 분기점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뮤지션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일단 '나는 왜 이렇게 잡식이지'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걸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건 이제 제 몫이죠."

-내달 발매할 새 EP에 대해 귀띔해주신다면요?

"저는 앨범 낼 때 장르를 적어야 하는 게 어려워요. 제 노래가 무슨 장르인지 헷갈리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노래를 부를 때 '내 표정이 매력적인 노래들로만 구성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저는 제 셀링 포인트인 것 같거든요. 저는 음원형 가수는 아닌 것 같아요. 무조건 공연형 가수가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항복'이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거 같아요. 노래를 부를 때 제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이고 너무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표정, 제스처에서 제 편안함이 잘 녹아들 수 있는 노래들로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공연을 같이 봤을 때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씨 또 장점은 자기 객관화 같아요. 근데 자기 객관화가 솔직히 쉽지는 않죠.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많이 부딪치고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도 고민이 됐을 거 같고, 또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들 겪으면서 잘 되긴 했지만 그 과정이 진짜 힘들었을 것 같긴 해요.

"사실 그냥 이우민 작가님 처음 만나 뵙고 '나는 작곡가 해야 되겠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공연 한 번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0대 후반으로 접어들 때라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첫 단독 공연이었어요. 작년 3월이었고 롤링홀이었어요. 꽤 큰 곳이었는데 꽉 찬 거예요. '왜 차지?'라는 생각과 함께 무대에 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좀 들었어요. 그래서 사실상 그 때가 데뷔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번 앨범도 공연할 때 제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곡으로 선택을 했어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밴드 사운드가 기반으로 나온 건 맞아요. 학창 시절에 밴드부를 열정적으로 했고 어릴 때는 그린데이, 뮤즈, 파라모어를 좋아했거든요. 또 소녀시대, 원더걸스 K팝도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잡식이고 덕분에 무대 위에서 제가 매력적으로 퍼포밍을 할 수 있는 곡이 어떤 것일까 더 복합적으로 고민하게 됐죠. '어떤 장르를 했을 때, 어떤 느낌의 곡을 했을 때 내가 매력적일까?' 생각하며 배우처럼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마치 씨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가요?

"저는 복잡하지 않은 걸 좋아해요. 그냥 쉬운 거 좋아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직장 다니는 주변 친구들 보면, 힘들어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전 철저히 오락이고 싶어요. 제가 사람들의 오락 대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철학을 담아야 되나' '메시지를 심오하게 써야 하나' 고민도 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못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절 볼 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저를 보려고 공연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만큼 멋진 철학은 없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항상 무거운 걸 동경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다들 이미 너무 무겁게 살고 있기 때문에 저까지 무거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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