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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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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로비'(4월2일 공개)는 하정우스럽다. 이 유별난 코미디는 하정우 특유의 넉살과 능청과 호흡과 말장난으로 다져진 것 같다. 감독 하정우는 자신의 고유성을 액세서리쯤으로 활용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오리지낼리티를 엔진으로 활용하며 눈 딱 감고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수다와 호들갑을 추어올리는 듯한 이 속력과 방향이 처음엔 낯설 수도 있지만, 일단 관성이 생기고 나면 어느샌가 이 속도에 적응해 피식대고 있을 것이다. '로비'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 이 영화로 하정우는 연출도 해본 배우가 아니라 감독 겸 배우 이도류가 됐다.

'로비'는 골프 접대에 나선 사업가의 이야기. 윤창욱(하정우)은 전기차 충전 관련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 대표다. 그는 올바른 태도와 빼어난 실력을 두루 갖춘 기업인이지만 자기 능력을 브랜딩하는 덴 영 재능이 없다. 그런 윤창욱이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려면 국가 주도 4조원 규모 스마트 주차장 사업을 따내야 하는데, 업계 라이벌이자 한 때 친구였던 손광우(박병은)의 막강한 로비력에 밀려 기회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제 그는 실력으로 인정 받겠다는 신념을 버리고 국토미래산업부 실세 최우현(김의성)에게 골프 접대를 하기로 마음 먹은 뒤 본격 작전에 돌입한다.


'로비'는 패스와 어시스트의 코미디다. 하정우·김의성·이동휘·강해림, 박병은·강말금·차주영·최시원, 곽선영·박해수·송하늘·현봉식 등은 누구도 골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타적으로 플레이한다. 이들은 튀려고 하지 않고 모두가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한 롤플레이어가 돼 함께하는 동료에게 정확한 액션과 리액션을 건네며 유머와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다시 말해 사람과 상황이 뒤엉키며 벌어지는 이 영화의 난장판은 말과 움직임을 엄격히 통제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하정우는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연기를 강한 그립으로 휘어잡으면서도 배우로서는 영화의 일부가 되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골프를 해본 적 없는 윤창욱이 골프 접대를 학습한 뒤 필드에 나서면서 펼쳐지는 각종 해프닝이 핵심인 이 작품은 접대판의 디테일을 통해 보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낸다. '로비'는 각종 용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데 서툴러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어설픈 골프 실력 탓에 발생하는 코미디를 바탕에 깐 뒤 골프장에서 만난 뒤 헤어지기까지 과정 전 부문에 걸쳐 실제로 벌어질 법한 불편한 상황들을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이어 붙인다. 대화 내용, 게임 전개, 캐릭터 이면, 승부 조작 등 세부 사항에 공을 들인 덕에 골프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라도 영화가 의도한 지점에서 제 때 웃을 수 있다.


다만 '로비'는 이야기가 참신하다거나 구조가 남다르다거나 전개가 독특하다고 할 만한 구석은 없다. 요란해 보여서 막나가는 것 같지만 정제된 이야기이고, 뒤죽박죽 복잡해 보여도 안정적인 구조이며, 본능적인 것 같지만 철저히 계산된 전개다. 코미디는 모름지기 선을 조금 넘어설 때, 의외성이 틈입해 들어올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의 106분은 상대적으로 슴슴하고 때로 모범생 같을 것이다. 우리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으나 고약하고 날이 서있기보다는 착하고 순한 쪽에 가까워 꽤나 많이 타협하고 말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정우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로비'는 '롤러코스터'와 DNA를 공유한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날 것 같았던 데뷔작과 달리 적잖게 다듬어져 있다. 하정우는 올해 중 네 번째 연출작인 '윗집 사람들'도 내놓는다. 층간 소음 문제로 얽히게 된 두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역시 코미디물이다. 이 작품도 '롤러코스터' '로비'로 이어지는 하정우식(式) 코미디의 대를 이을 거로 예상된다.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자신다운 것을 갖고 감독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허삼관' 이후 '로비'를 내놓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하정우 이도류는 올해 비로소 시험대에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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