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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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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 대표주자에서 팝스타로 발돋움한 찰리 xcx는 해당 시상식 베스트 댄스 액트 수상 소감에서 '나이트타임' 장르(클럽 댄스 음악)가 평가절하되는 것을 상기하며 "댄스 음악, 일렉트로닉 음악은 정말 나쁜 평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게 깊지 않잖아?'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음악 장르는 행복감을 주고, 탈출할 수 있게 해주고, 정말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자음악 신(scene)의 대표주자인 키라라도 전자음악에 대한 부당한 처사에 항변해온 전자음악가다. 트랜스젠더라는 성소수자 정체성도 그에게 투사 이미지를 부여했다.
하지만 최근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주제'로 발매한 셀프 타이틀의 정규 5집 '키라라'에선 결핍이 아닌 충만을 들려준다. 타자의 시선으로 파편화된 조각들을 모아서, 당당한 자기확인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것은 전자음악과 자신의 고유성을 담보하는 일이 됐다.
타이틀곡 '조각'에 참여한 래퍼 스월비를 비롯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와 예람, 스크리모 밴드 '할로우잰', 래퍼 언텔, 전자음악가 장명선과 한정인(코스모스 슈퍼스타) 등 쟁쟁한 7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음악적 스펙트럼도 확장했다. 특히 힙합, 재즈, 메탈, 팝 등의 여러 장르가 음악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하나가 되며 행복해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데뷔 10년을 넘긴 키라라가 한 단계 도약하며 행복해진 찰나들의 모음집이기도 하다.
키라라는 전자음악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유럽의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을 비롯해 미국 등지에서 활약 중이다. 오는 19일 서울 홍대 앞 무신사개러지홀에서 정규 5집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연다.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앨범 '갈라파곳(GALAPAGGOT)'으로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을 받은 전자음악가 넷 갈라(NET GALA)가 게스트로 나선다.
다음은 최근 홍대 앞에서 키라라와 나눈 일문일답.
-찰리 XCX '브릿어워즈' 소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찰리XCX는 영국 사람이잖아요. 한국 사람의 파티·클럽 문화에 대해서 똑같이 이야기하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댄스 음악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라는 말에는 동의해요. 상황은 한국이 더 좋지 않겠죠. 사람들이 댄스 음악을 찾아 들어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할 자신도 없어요. 근데 그는 자신감이 참 있구나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선 클럽 댄스음악이 왜 잘 안 될까요?
"클럽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을 하지 서브 컬처 문화가 싹튼다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고 해당 내용이 릴스로 바이럴이 된 적이 있었는데, 댓글을 뭐하러 신경을 쓰겠냐마는 틱톡 댓글 중에서 이런 게 있었어요.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이 클럽에 들어가는 봤겠느냐. 클럽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겠느냐. 그래서 저 사람이 이야기하는 클럽 문화에 대한 평론은 옳지 않은 평론'이라는 논리가 있더라고요. '이게 정말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전자음악은 소생 불가능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일부의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설문조사를 통한 모집단에서 통계를 내거나 할 수가 없으니까 답답하더라고요. 편견이 좀 많은 음악이긴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죠."
-그럼 이 평가절하돼 있는 클럽 댄스 음악을 한국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편견에 맞서는 행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제가 그래서 늘 싸우는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살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쩔 수 없이 삐죽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언제나 날이 서 있고,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 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했던 것 같아요."
-전 키라라 씨 음악이 과정은 그러할 지 몰라도 끝내 삐죽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는 착함이 있죠. 분노, 편견에 맞서는 담대함이 음악의 발화점일지라도, 음악을 통해 정제된다고 할까요? 키라라 씨한테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요?
"음악을 사유한다는 단계도 넘어가버린 거 같아요. 그냥 저에겐 밥 같습니다. 네 그냥 밥 먹듯이 음악 하는 것 같아요."
-밥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번 앨범의 발군 트랙 중 하나는 '샐러드(with 장명선)'라고 생각합니다. 사운드 자체도 좋은데 장명선 씨의 보이스 자체가 또 하나의 사운드처럼 느껴져요.
"장명선이라는 친구가 어느 순간 운동과 요가와 명상에 빠져서 사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정말 저 사람은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을 참 하는구나' 느꼈고 실제로 건강해진 걸 보면서 친구로서 많은 감회가 있었어요. 그런 그에게 선물을 주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명선의 건강함에 대한 음악이고요. 명선의 건강함이 음악가의 건강함, 음악가의 멘털 또는 어떤 고난을 초월해 일상의 평정심을 찾는 과정 그러니까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한 손으로 샐러드를 먹는 경험이 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게 기쁨이 되는 순간이 가장 건강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음반 자체도 건강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이번 음반은 착한 마음을 가지고 만들려고 했어요. 지난 앨범들은 너무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거든요. 특히 4집은 정말 사람들이 미워서 만든 앨범이었어요."
-반작용이 있었던 거군요. 미워서 만든 앨범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나요. 더 불편해지셨나요.
"한번 사람들을 미워하고 나니까 사람들한테 미안해지고, 또 다음 감정이 나오더라고요. 저의 분노 후 좋게 남겨진 것들이 분명히 있어서 그것이 없어졌지만 있었던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감정을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4집은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고 만드셨어요?
"여러 가지 맥락이 있는데요. 솔직히 제일 쉽게 얘기하면 애인하고 헤어져서 그렇게 된 건데요. 제 성 정체성이나 어떤 사회적인 환경적인 요건들을 제일 비관했을 때였습니다. 하필 3집이 성 소수자의 어떤 서사를 전면으로 드러낸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 제가 인권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사람인 것처럼 잘못 소비됐던 적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대중이 저를 투사로 몰아간 흐름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겠죠. 제가 초래한 원인이 있었을 텐데 그것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사람들이 날 이용하려고 한다'라는 망상에 빠졌죠. 그래서 4집이 나오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는 공감할 수 없다라는 논지를 만든 앨범이 4집인 것 같아요. 그래서 첫 트랙이 '그냥 댄스 음악이니까. 재미있게 들어주세요'라는 말은 반어법이었던 거죠. '어차피 내가 말해도 너희들 못 알아들을 거니까 네 맘대로 듣고 해석해라'라는 체념 같은 표현이었거든요. 한번 실컷 꼬아서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아 내가 그때 꼬였었구나'라고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도 왔죠."
-그럼 이번 앨범을 만들고 나서는 그 꼬였던 게 완전히 풀리셨나요? 아니면 본인에게 위로가 됐나요?
"위로가 됐고, 음악을 만드는 루틴이 되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번 음악을 만드는 루틴은 다른 때보다도 더 긍정적이었어요.
"선우정아 씨와 음악을 만들면서 뭐가 남았는지를 돌이켜보면 사실 하나만 딱 떠오르는데 '저희 둘이 너무 재미있었다'라는 거예요."
-래퍼 스월비 씨와 작업을 했는데, 수많은 힙합 레이블에 협업 제안 메일을 보내셨다고요.
"힙합이 잘 나갔으니까 제 눈에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요. 솔직히 힙합을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올라타고 싶었어요. 전 너무 PC한(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것을 쫓느라고 많은 가치를 잃으면서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당시엔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제가 트랜스젠더이기도 하고, 주변에 자립적으로 사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유난히 더 옳고 그름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고 핑계를 대봐도 좋을 것 같고요. 그래서 양극단을 가보고 싶었어요. 누가 욕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위 높은 가사를 쓰는 래퍼를 찾았고, 제 이전 이미지를 전복시켜 보고 싶었어요. '키라라는 언제나 옳은 말만 하는 사람이다. pc함에 대해서 언제나 공유하는 사람이다'라는 그 관점을 엎어버리고 싶었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알려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언제나 pc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점이 부담됐었어요."
-그러 것이 오히려 예술가한테는 억압기제로 작용할 수가 있을 거 같아요.
"제가 항상 열려 있고 좌측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 디폴트를 깨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래퍼를 데리고 오지는 못했죠."
-그런데 스월비 역시 건강한 래퍼입니다.
"제 맨 처음의 목적은 실패를 한 거죠. 어쨌든 그 과정에서 생각의 여러 사유를 얻을 수 있었어요."
-조각모음이라는 콘셉트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컴퓨터에서 데이터가 단편화, 즉 조각이 많이 나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저하되거나 특정한 기록만으로 치우치게 될 우려가 있잖아요?
"어렸을 때 기억을 되살려 봤고요. 해체된 것을 주워 모은다라고 생각을 했을 때 적절한 비유 정도로 떠올린 것이 조각 모음이었던 거고요. 그 외에 다른 맥락이 있지는 않습니다."
-앞서 짧게 말씀 나눴던 전자음악의 성향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자면, 전자음악은 대안적인 성격으로 인해 전 일종의 얼터너티브라고도 생각해요.
"하박국 씨(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 '영기획' 대표)가 제게 두 세 번 얘기했던 말이 있어요. 전자음악가 중에서 제가 제일 외향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나머지 사람들은 내향적이다라는 뜻 같아요. 일반화하는 말을 하면 좀 위험할 수도 있는데, 제가 생각해봐도 전자음악가들은 참 내향적인 것 같아요. 그렇게 개인적인 음악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키라라 씨는 어떻게 외향적으로 된 거예요?
"저 외향적으로 됐다기보다는 원래 외향적이었어요. 인싸, 아싸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구린 걸 참 알지만 언제나 제 포지션을 그렇게 생각해요. 전 그냥 사람들하고 잘 노는 사람인데, 제가 특수한 정체성을 타고난 덕분에 의도치 않게 아싸처럼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본투비 인싸지만 아싸처럼 살고 있는 희한한 사람 정도로 포지셔닝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아싸력 때문에 전자음악을 하게 됐고, 인싸력 때문에 대안 안에서도 대안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은 키라라 씨 인생의 파편화됐던 조각들 모음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석을 해도 괜찮을까요?
"맞습니다. 조각으로 흩어지고, 조각모음으로 다시 수습되는 것은 음악들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제 인생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깨어진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또다른 거울이 없는지 우울해 했던 예전이지만, 이제는 거울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파편화되지 않은 온전한 저는 거울 밖에 서있는 제 자신이었던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습니다."
-셀프 타이틀 앨범이라는 점에서 키라라 씨의 인생의 조각 같은 느낌도 듭니다. 셀프 타이틀을 짓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키라라의 지난 모든 디스코그래피는 저라는 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어떤 사회성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겪고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나열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닫고 싶어서, 그저 지금을 살아가고자 하는 지금의 제 자신의 모습을 사진 찍듯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이번엔 극적이지 않더라도 후크(hook)가 느껴지는 구석이 많습니다. 이건 대중성을 위한 포석인가요?
"'후크'가 반복적인 구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의도된 바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았으니, 무의식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결국 댄스음악을 만드는 음악가인 것 같습니다. 좋은 댄스음악이 후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합니다."
-이번 음반을 만드시면서 망가지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영역은 뜻대로 잘 안 됐다고 하셨습니다. '선한 사람이 만든 음악은 선할 수밖에 없다' 같은 믿음이 혹시 생겼나요?
"나쁜 음악도 만들고 싶었고 웃긴 음악도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 저는 저다운 음악밖에 못만드는지, 귀여움으로 가득찬 앨범이 나왔습니다. 성선설을 믿기는 합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만드는 음악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지점에서 보통 한숨을 쉬지, 자부심까지 느끼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콘서트는 어떻게 꾸미실 계획이신가요?
"전자음악가 넷갈라씨가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는 순간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제가 넷갈라라는 동료를 사랑해서도 맞겠지만, 그 전에 저희가 이 음악가를 단독공연 오프닝게스트로 섭외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는 속물입니다) 한국의 전자음악가가 한국에서 라이브세트로 전자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많은 대중에게 선보이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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