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처분 기다려"…전공의 파업 속 '슬전생'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신원호 PD가 전공의 파업 장기화 속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선보인다.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지난해 5월 편성할 계획이었으나, 미뤄져 1년 여 만에 방송한다.

신 PD는 10일 서울 신도림동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tvN 주말극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제작발표회에서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직접 연출한 친구들이 예쁘게 홍보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보호자 역할을 하다 보니 내가 자꾸 얼굴을 내밀게 된다. 노심초사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걱정한 부분은 하나다. 극본을 내고 촬영 중반 후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지금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젊은이들의 예쁜 이야기를 콘텐츠 그대로 즐겁게 봐야 하는데, 다른 논리고 비뚤어지게 보이고 다르게 읽힐까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편성은 작년에 예정 돼 있었지만, 조금씩 의논해가면서 미뤄왔다. 만들어서 풀어내는 것까지 우리의 몫이다. 보는 것은 오롯이 시청자 몫이다. 이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물어 뜯든 깨물어 보든 시청자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내가 연출이면 여기까지만 말할 것 같은데, 아빠 마음이니 제발 많이 봐 달라. 너무 고생했다. 작가, 배우 모두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라서 예쁘게 만들었고 재미있다. 다른 이유로 못 보게 되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내 것 할 때는 부탁을 안 하겠다. 많이 봐주고 사랑해달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2020~2021) 스핀오프다.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생활과 우정 이야기다. 고윤정은 1년차 전공의 '오이영'을 맡는다. 신시아는 '표남경', 강유석은 '엄재일', '김사비'(한예지), 정준원은 '구도원'(정준원)이다. 슬의생 신원호 PD·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보조작가인 김송희 작가와 단막극 '얼룩'(2022) 이민수 PD가 만든다.

고윤정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의생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였는데, 이렇게 웅장한 세계관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기쁘다. 신기하고 얼떨떨하고 영광"이라며 "이영은 겉으로는 시니컬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사람이든 일이든 한번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최선을 다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반전 매력이 있다. '겉차속따'"라고 설명했다.

강유석은 "'폭싹 속았수다' 은명이가 어엿한 의사가 됐다"며 "폭싹 속았수다 이후 슬전생을 촬영했는데,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열심히, 행복하게 임했다. 은명이는 '은쪽이'라며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슬전생에선 좋은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연하는 누구나 기뻤을 거다. 소리 지를 정도로 행복했고, 집에 가서 포효했다. 응답하라와 슬의생을 보면서 자랐고, '이런 작품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디션을 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개무량했다"고 덧붙였다.

슬의생 시리즈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올해 tvN 주말극은 '별들에게 물어봐'와 '감자연구소' 모두 시청률 1~2%대에 그쳤다. 신 PD는 "우리도 처음 시도해보는 작품 형식이다. 전부터 작품 세계관 확장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슬의생이 교수들의 슬기로운 성장기였다면, 슬전생은 초년생들이 점점 슬기로워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 떨어진 숙제와 환자 처치를 해결하기 급급하고, 빨리 퇴근했으면 좋겠는 1년차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실에서도, 콘텐츠도 성장 서사가 없다. 경쟁이 심화되고 살기 힘들다 보니 천천히 성장하는 것보다 극적인 성공 서사를 보고 싶어하더라. 오랜만에 보는 감동있는 성장 서사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혼나고 하지만, 드라마틱하게 어엿해지지 않아도 한 뼘 자라있는 모습을 예상하면서 봐달라. 입으로는 '산부인과와 레지던트가 싫다'고 하지만, 결국 좋아하는 결말을 알고 봐 달라."

12일 오후 9시10분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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