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이주실 "암 투병 당시 33㎏…자식들 외국 보내"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배우 이주실이 과거 암투병 당시를 회상했다.

8일 방송된 E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파란만장'에는 배우 이주실이 게스트로 출연해 '암과 싸우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57년 차 배우 이주실은 유방암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에도 연기 활동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주실은 "51살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처음엔 종양의 크기로 봐서 3기라고 하셨다. 그런데 수술하려고 열어 보니 침습과 전이가 심하고 수술 후에도 호전되지 않아서 의사선생님도 절망하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 환자들은 상처의 분비물을 담는 주머니가 있는데 너무 빠르게 차오르더라. 의사 선생님이 얼마 못 산다고 얘기를 하셨다"며 "내가 죽고 사는 문제보다 아이들 걱정이 먼저 나더라. 28년 전에는 의료환경도 안 좋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가장이었던 이주실은 암 투병으로 인해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걱정이 많았지만 영화계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일을 많이 줬다고 했다. 이주실은 "'암 환자'라고 얘기했더니 '그냥 역할인데요 뭐'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 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전했다.

이주실은 "토할 지경인데도 우걱우걱 집어넣고 어떻게든 일어서야 하니까 항암 주사도 맞았다. 당시 33㎏이었는데, 기어 다니고 손톱도 보라색으로 변하고 그랬는데 일터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일을 했다"며 "생활비 벌자고 출연하는 게 미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주실은 "아이들이 저와 함께 있으면 우울해질 거라고 생각해 외국에 있는 동생한테 보냈다. 그때 독하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들을 떼어놓은 죄책감과 그리움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그때부터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주실은 "아침이 되면 아이들 가르치러 가고, 촬영 때문에 현장에 가서 머리숱이 없어 분장이 오래 걸릴 때도 '세상 참 좋아'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이겨냈는지 모르게 시한부 8개월 선고를 받았는데 훌쩍 지났다. '8개월밖에 못 산다더니'라며 우스갯소리로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았다"라고 전했다.

암 발병 후 28년이 지난 지금 이주실은 "너무 행복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참 감사하다'라고 마음먹는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살아있다고 생각이 들면 하루하루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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