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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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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번에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재건축은 기약이 없다는 생각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통합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주민 동의율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하소연을 쏟아냈다.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려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그는 "이미 주민 동의율이 90%를 넘었지만, 최소한 만점을 받지 못하면 재건축을 장담할 수 없다"며 다소 격양된 말투로 이야기했다. 물론 주관적이고, 과장 섞인 견해다. 하지만 '최소한'이라는 말에서 조급함을 느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에 나서게 될 선도지구 선정이 뜨거운 감자다. 해당 지역에선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가장 배점이 높은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판 경쟁이 치열하다.

아니, 치열하다 못해 지나치게 달아 올랐다. 아파트 단지 입구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에 필요한 주민동의서 접수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또 상대적으로 동의율이 저조한 단지에는 주민설명회 개최를 알리는 홍보물과 반강제(?)로 동의를 구하는 전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지역민의 기대감에 편승해 정치권이 가장 먼저 사업을 진행할 선도지구 지정이니, 재건축 조기 추진 등 공수표를 앞다퉈 남발하니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선도지구가 되려는 단지 간 경쟁만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

과열은 정부의 방침에서 시작됐다.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도전과 다름없다.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계획에 따르면 이달 공모를 시작해 오는 11월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하고, 내년부터 정비사업을 시작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시작한다.

정부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을 6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것은 재건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공염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재건축은 예상치 못한 수많은 변수에 지연되기 십상이다. 5개 신도시별로 선도지구를 정해 순차적으로 재건축하더라도 2030년 첫 입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5개 신도시에서 한꺼번에 추진된다고 해도 기반시설 부족과 교통 대란, 이주 문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선도지구에 지정되더라도 여러 단지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선도지구 안에서 사업성이 높은 단지와 아닌 단지와의 이해관계 충돌뿐만 아니라, 건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분담금 조율 등 문제가 산적하다.

또 조합원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실제 재건축 추진위가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독단으로 결정하는 등 정확한 설명 없이 동의서부터 받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 가구를 버젓이 공개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추진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2008년 18대 총선 때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듯한 기시감마저 든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 전역을 휩쓴 뉴타운 광풍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됐던 그때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은 주거 및 집값 안정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 또한 상당하다. 지금이라도 허술한 부분은 없는지 살피고, 보완해야 한다. 무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들의 간절함을 외면하는 '속도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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