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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년 가까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오르기만 한 홍콩의 호화 주택 가격이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계기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들이 홍콩에 마련했던 트로피 주택(과시용 주택)이 하나둘씩 팔려나가고 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산 중턱의 아파트 2채가 최근 수천만 달러에 팔렸다. 3분의 1 내지 절반 이상 싼값이다.

홍콩은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곳이다. 가난한 주민들은 작은 아파트를 쪼갠 코핀 홈(coffin home; 관 주택)에 산다.

그러던 홍콩 부동산 시장이 반전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업자와 자산 투자자들이 과시용 주택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는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현금이 부족해진 것이다.

중국 부동산 재벌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채권자들의 헝다그룹 파산 뒤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그의 주택을 압류해 처분했다. 그중 한 채가 올해 5800만 달러에 팔렸다. 쉬자인이 2009년 1억3000만 달러에 샀던 주택이다.

홍콩 부동산 회사 JLL의 조셉 탕 회장은 “모두가 현금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때문이다. 탕 회장은 “값을 내리면 매수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주택이 가장 유용한 현금 확보 수단”이라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억만장자 432명이 후룬 부자 명단에서 삭제됐다. 홍콩의 경제 호황을 상징하던 유명한 건물들이 지금은 거꾸로 홍콩의 경제난을 상징한다. 팬데믹 뒤 국제 금융센터 지위 회복을 노리는 홍콩 당국의 노력이 서방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썰물이 닥치면서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들은 고급 주택 보유자들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회사, 법률회사, 기업 연구소 등이 입주한 멋들어진 고층 건물 소유주들도 홍콩에서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대신할 입주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관광객이 줄면서 쇼핑거리가 한산해지고 문을 닫은 상점도 군데군데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의 17%가 공실인 상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금융 기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출 금리를 크게 올리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홍콩 달러 강세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미 달러에 고정된 홍콩 달러는 미국의 고금리 정책에 직결돼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자 홍콩도 내렸으나 여전히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5.25%다.

홍콩 달러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으나 홍콩의 경제는 중국 경제와 직결돼 있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고 물가가 떨어지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받고 있다.

호화부동산 소유자들이 “자금난에 몰려” 주택을 팔고 있다. 금융기관이 압류한 부동산들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중국 경제 붐 시기에 고가로 매입한 주택들이다.

최근에 팔린 프랭크 게리의 오퍼스 홍콩 건물 아파트 2채가 한때 중국 최대 부호였던 부동산 개발업자들 소유였다.

호화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던 상황이 뒤집혔다. 쉬자인 헝다 회장이 소유했던 블랙 링크의 저택 3채가 지난해 1억9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와 그중 1채가 팔렸다. 나머지 2채의 매도 희망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인근의 저택 4채도 1억4100만 달러에 달하던 매도 희망 가격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매물로 나온 5000만 달러 이상의 호화주택이 20여 채에 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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