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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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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 아아 사랑스런 젊은 그대 / 아아 태양같은 젊은 그대"

8일 오후 홍대 앞 공연장 무신사 개러지(Garage). 젊음의 풍경이 있었다. '작은 거인' 김수철(66)의 대표곡 '젊은 그대'를 그와 펑크 밴드 '크라잉넛'이 함께 부르는 순간, '청춘과 로큰롤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만들어졌다.

1020세대는 물론 중장년 그리고 외국인들이 넝쿨처럼 뒤엉켜 마음껏 합창했다. "아 여보게 정신차려 / 이 친구야 엇어"('정신차려'), "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초 / 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초 / 나쁜짓을 하면은"(치키치키차카차카)처럼 아무도 주춤하지 않고 떼창할 수 있는 노래를 힘차게 외치는 모습은 록 페스티벌의 현장을 공연장 안에 심어놓은 듯했다. 여름의 진한 날들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풍경이 그렇게 펼쳐졌다. 예순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록 거장인 김수철의 폭발적인 에너지도 한몫했다.

'홍대 3대 명절' 중 하나인 '경록절'이어서 가능한 정경이기도 했다. '경록절'은 올해로 데뷔 28주년을 맞이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이자 홍대 앞 터줏대감인 '캡틴락' 한경록의 생일(2월11일)에서 유래했다.

지난 2005년 한경록이 군 제대후 처음 맞는 생일에 작은 치킨집에서 연 생일 파티가 시작. 손님이 거의 다 뮤지션이다 보니 즉흥적으로 공연이 시작, 새벽까지 이어졌다. 모든 술과 음식은 한경록이 제공했다. 인디밴드들 사이에서는 큰 이벤트였던 셈이다. 그러던 사이에 누군가의 작명에 의해 '경록절'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크리스마스 이브, 핼러윈과 더불어 '홍대 3대 명절'로 자리매김했다. 점점 규모가 커져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까지 홍대에서 제일 큰 공연장 '무브홀'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콘서트업계가 꽁꽁 얼어붙은 지난 2년 동안 온라인 페스티벌로 명맥을 이어가고 마침내 3년 만인 이날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음악·예술을 놓치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공로로 작년 3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아 의미도 더했다.

올핸 경록절엔 '마포르네상스'라는 수식이 더해졌다.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문학까지 아우르는 대형 페스티벌로 확대했다. 한경록은 "흑사병의 유행이 끝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통해 문화예술이 부흥하기 시작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나고 난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한번 우리의 문화예술이 꽃피울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이며, 서로에게 '메디치 가문' 못지 않게 응원을 보탤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오후 7시 크라잉넛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12팀가량이 장장 다섯 시간 넘게 릴레이 공연한 이날 개막날 모습은 르네상스라는 말에 어울리는 거대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오후 1시부터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서는 관객들이 있을 만큼 상징적인 현상이 됐다.

무엇보다 힘겨운 시간들을 버텨낸 인디 뮤지션들이 연대하는 장이기도 했다. 한경록은 자신이 무척 힘든 시절을 보내던 3년 전, 싱어송라이터 정우의 '뭐든 될 수 있을 거야'를 듣고 반짝이는 무엇이 자신에게 내려온 것을 느끼며 "다시 살고 싶어졌다"고 털어놨다. 정우가 이날 노래한 미공개곡 '철의 삶'도 그런 노래였다.

"내가 죽길 바라는 이 세상에서 이대로 사라질 때도 되었지라 생각해도 / 달군 머리를 변기에 쳐박고 울었다 인정한다 나는 쓸모 없다 / 당신은 녹슬면 끝이라 했지만 천 번을 두드리는 삶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었다." 정우가 이렇게 읊조리며 노래하는 순간 공연장 안은 여운이 짙었다.

썬바이저스, 극동아시아타이거즈, 차세대, 멜로망스, 소피아밀스, 탁(배치기), 롤링쿼츠, 아톰뮤직하트X차승우 무대도 관객들이 저마다 하나씩은 가져갈 기억들을 만들어냈다. 갤럭시익스프레스는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공연했다. 자정이 지났어도 음악과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소통의 기술이 아닌 교감의 자세가 있었다. 그렇다. 젊음이든 음악이든 중요한 건 기교가 아니라 태도라는 걸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가 증명해나가고 있다.

"한사람의 생일이 이렇게 축제가 될지 몰랐어요. 경록이가 어릴 때 농담으로 홍대를 먹여 살리겠다고 했는데 이게 현실이 될 지 몰랐습니다." 이날 오프닝 무대에서 크라잉넛의 보컬이자 한경록과 동갑내기 절친인 박윤식이 이렇게 말했다. 클로징 무대가 가까워지자 누군가는 이렇게 외쳤다. "경록큰롤"(경록절+로큰롤)

이날 공연은 크라잉넛 오피셜 채널을 통해 생중계로 송출되기도 했다. 안전을 위해 공연장 입장 인원을 제한했고 근처 얼라이브홀에서 이를 시청할 수 있게 안내하기도 했다. 이날은 왓챠홀이 구(舊) 왓챠홀이 된 날이기도 하다. 해당 공연장 이름은 무신사 개러지(GARAGE)로 바뀌었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가 해당 공연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12일까지 예정된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크라잉넛 오피셜 채널을 통해 온라인 공연이 이어진다. 오프라인 공연의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신인 밴드의 공연이나 유명 아티스트의 새로운 모습을 온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넷째 날은 '로큰롤 시티투어'라는 타이틀로 홍대의 여러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제비다방, 네스트나다, 클럽FF 등 홍대 앞의 특색있는 공간에서 다양한 뮤지션의 공연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에는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플레이맥, 스튜디오3에서 공연과 강연, 관객 참여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에서는 5일 내내 미술전시회도 연다. 아티스트 8인 특별전 '로큰롤 르네상스'다. 음악과 미술 작업을 함께 하거나 음악과 밀접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한 데 모였다. 김창완(산울림), 백현진, 조문기, 신창용, 이상면(크라잉넛), 보보(노브레인), 권민지, 김유진 등이다. 이번에 온오프라인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뮤지션은 약 120팀에 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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