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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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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화란'(10월11일 공개)의 연규는 세상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누구도 그를 돕지 않는다. 그는 이제 겨우 18살. 삶은 어리다고 봐주는 법이 없고, 오히려 더 가혹하기 만하다. 아버지의 폭력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이고 어머니는 무기력하다. 학교는 그를 포기한지 오래고, 친구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준 중국집 사장도 이젠 연규를 외면한다. 오라는 곳도 없고, 갈 데도 없다. 때마침 치건이 나타난다. 연규의 눈엔 치건이 해방구가 돼 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치건에겐 그럴 능력이 없다. 오히려 그는 연규를 더 구석으로 몰아간다. 연규는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삶은 혹독하다.

배우 홍사빈(26)은 독립영화 몇 편과 드라마 한 편에 출연한 경력이 다인 신인이다. 주인공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덜컥 영화 한 편을 짊어졌다. 제작비 약 50억원을 쓴 '화란'. 한국영화계 전체로 보면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그렇다고 신인에게 주연을 맡길 정도 크기는 아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모험이고, 출연하는 쪽에서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홍사빈은 "내가 맞닥뜨린 상황들이 나와 연규가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고 했다. "당연히 부담스러웠죠. 지금도 부담스럽습니다.(웃음) 제가 겪은 모든 일이 다 처음이고 낯선 것들이니까요. 제 마음이 연규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연규처럼 무자비하게 힘들진 않겠지만요. 어쨌든 연규의 마음이 이해가 되니까, 연규를 연기하는 게 어떤 면에선 편했습니다."


연규는 배역의 크기, 캐릭터, 스토리…거의 모든 면에서 20대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다. 홍사빈 역시 간절했다. 그는 오디션용으로 주어진 대본을 통째로 외웠다. 대사와 지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암기한 것은 물론이고 페이지수와 글자 배열, 인쇄가 잘못된 부분까지 싹 다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합격했다는 얘길 듣고 제 진심이 닿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김창훈 감독은 홍사빈을 만난 뒤 자꾸 그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났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왠지 모를 끌림에 저를 선택했는데, 그걸 확신으로 바꿔줘서 고맙다고요. 제가 감사해야죠.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일을 제게 주셨으니까요."

오디션에 합격한 기쁨은 잠깐이었고, 이제 연기를 해야 했다. 대선배이자 스타인 송중기와 맞부딪혀야 했다. 문제는 홍사빈의 연규와 송중기의 치건이 결국엔 대등한 에너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신인 배우가 베테랑 배우가 발산하는 힘에 밀리지 않고 온전히 자기 연기를 해내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사빈은 송중기와 얼추 균형을 맞춰내는 데 성공한다. 극 후반부 연규와 치건의 액션 장면에서 홍사빈은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폭발력도 보여준다. "제가 안 밀렸다고요? 마음 속으론 완전 밀리고 있었습니다.(웃음) 티 안 내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홍사빈은 송중기가 편하게 하라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실제로 송중기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홍사빈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모든 면에서 배려했다고 한다. 홍사빈은 "밥을 먹을 때도 제가 메뉴를 고를 수 있게 해줬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선배님께서 제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편하게 하라'는 거였어요. 제가 거기서 편하게 못하면 그게 더 결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말은 선배님이 자신을 믿으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선배님을 믿지 못하고 편하게 연기하지 못한다면 그건 배반이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그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망설이거나 눈치를 안 보려고 했습니다."


송중기와 함께하는 연기도 연기이지만 연규를 연기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년이 마주한 현실은 쉽게 몰입해들어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연규는 이 세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고, 가장 약한 존재 중 하나이다. 홍사빈은 "많은 게 있겠지만, 절대로 불쌍한 느낌이 들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고 짚었다. "연기를 하는 내가 연규를 연민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봤다"는 게 홍사빈의 판단이었다. "연규가 세상에 나가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다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보여졌으면 했습니다. 새로우면서도 낯설고 당황스러워 해야 했달까요. 대단하게 연기의 방향을 잡거나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막 본격적인 데뷔전을 치른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홍사빈은 "아직 거창한 포부는 없다"고 했다. "물론 '대세 배우' 이런 존재가 되면 정말 좋겠지만, 아직은 조금 먼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럴 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쟨 어디 갖다놔도 그럴싸 해'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는 겁니다. 그게 제 장점이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절 보고는 동네 동생 같다고 하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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