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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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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토종 블루스맨' 엄인호(72)는 블루스의 본질이 기교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한다.

엄인호와 기타리스트 이정선이 주도하고 한영애와 김현식이 가담해 1986년 탄생한 신촌블루스는 박인수, 이광조, 정서용, 이은미, 정경화, 강허달림 등의 내로라하는 보컬이 활약했다. 1집과 2집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조사에 꼭 포함된다. 특히 1980년대 청년문화의 한 쪽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국내 블루스 지식재산권(IP)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정식 앨범이 나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적 블루스는 신촌블루스다. 엄인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 책, 굿즈 등이 업계에서 계획 중인 이유다.

현재 신촌블루스엔 JTBC '싱어게인3' 파이널 진출자인 강성희를 비롯 제니스, 김상우 등 세 명의 보컬리스트가 함께 한다. 이 팀이 '스리 보컬 체제'를 내세우는 건 처음이다. 엄인호를 주축으로 한 밴드와 이들의 노래는 오는 28일 오후 5시 관악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신촌 블루스(BLUES) 콘서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공연은 횟수로 몇 번째 하시는지 기억나세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기억했는데 이제 모르겠어요.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1000회 이상 됐을 때부터 세지도 않았어요."

-그 가운데서도 이번 공연은 더 특별하죠? 향후 선보일 다큐멘터리 촬영도 예정돼 있고요. 선생님이라 가능한 제안인 거 같은데요. 신촌블루스 38년을 돌아보시면 어떠신지요.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까지나 제가 생각한 대로 이렇게 쭉 살아왔던 것 같아요. 가수들만 계속 바뀌고 그랬지 기본적인 뼈대는 그대로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내 인내심도 참 상당히 대단하구나'를 느꼈습니다."

-그 인내심이 활동의 원동력이 된 건가요?

"옛날부터 참을성이 많았다고 할까요. 제 음악적인 어떤 고집이 설령 관철이 안 되더라도 여태까지 밀고 온 거죠. 음악적인 성향이 바뀌지 않고 그 방향으로만 한 방향으로만 온 거죠. 특정 장르가 유행하면 그걸 쫓을 수도 있지만, 전 상업적으로 가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도와주는 후배, 선배들이 있어 어렵지만 이 길로만 올 수 있었죠."

-신촌 블루스 1집이 1988년에 나왔습니다. 기타리스트 이정선 선생님과 함께 하신 음반이고 '한국 솔의 대부'로 통한 보컬 박인수 선생님이 노래하셨죠.

"제가 신중현 씨의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시작했거든요. 60년대 후반 즈음에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신중현 씨 공연을 보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어요. 그 때 '신중현 사단'인 박인수 씨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죠. 한국에도 저렇게 '흑인 솔 음악'에 가까운 목소리를 가진 분이 있다는 것에 감탄을 한 거예요. 그러다 키보이스 김홍탁 씨 사무실에 갔는데 거기에 박인수 씨가 계셨던 거죠. 제가 솔 음악의 매력을 느껴서 그런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김홍탁 씨가 한번 보라고 하셔서 한동안 같이 했습니다. 신촌블루스 1집에서 박인수 씨가 부른 '봄비'가 유명한데 사실 인수 씨가 '아쉬움'을 불러줬으면 했어요. 잘 어울릴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사정이 생겨 제가 정서용 씨랑 불렀고 제 보컬 데뷔곡이 됐죠. 한영애 씨가 부른 '그대 없는 거리'는 블루스 개념을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제가 어릴 때 들어온 솔 분위기로 만든 곡이에요."

-신촌블루스 2집이 이듬해인 1989년에 바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골목길'의 김현식 씨 같은 걸출한 보컬도 참여했고요.

"준비가 다 돼 있었던 거죠. 저희가 공연을 시작한 건 1986년도거든요. 이정선 씨도 자기 곡을 갖고 있었고 저 역시 '골목길'을 비롯해 곡들을 갖고 있었죠. 근데 그 곡들을 다른 밴드와 함께 연주할 수 없었어요. 당시 밴드들은 어쩔 수 없이 밤일 위주의 레퍼토리를 짰으니까요. 신촌블루스는 블루스라는 음악의 결로 뭉쳤기 때문에 당시엔 쉽게 풀렸던 거죠."

-1990년 내놓으신 3집은 이정선 선생님이 떠나고 엄 선생님께서 주도로 만드셨죠.

"정선 씨가 자기 음악을 해야 하겠다며 팀을 떠났고요. 그때는 어느 정도 신촌블루스를 혼자 꾸려나갈 수 있다는 약간의 자신감이 좀 생겼을 때거든요. 1집, 2집은 정선 씨랑 같이 있다 보니까 서로 보조를 맞춰야 했죠. 3집은 혼자서 제가 생각한 대로 막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전 3집을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해요.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막 급하게 서둘렀어요."

-1992년에 나온 4집 '레이니 데이 블루스(Rainy Day Blues)'가 사실상 신촌블루스 마지막 음반입니다.

"4집에 보컬로 참여한 김형철이라는 친구는 원래 우리 공연 스태프였어요. 굉장히 노래를 하고 싶었던 친구였고 기회를 줬죠.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떴어요. 그런데 제가 스카우트를 했던 가수들은 워낙 이미 준비가 다 돼 있던 가수들이에요. 단지 그 이전까지 방향을 못 잡아서 그랬던 거지요. 제 이야기를 그 친구들이 받아들여서 같이 팀에서 할 수 있었고 결국은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유명해진 거죠. 그리고 결국은 어차피 다 솔로로 가야 하는 거고요."

-4집에서 러닝타임 7분이 넘는 블루스 록 '당신이 떠난 뒤에도'는 직접 부르시기도 했습니다.

"이제 노래는 잘 안 하려고 그래요. 건강이 안 좋아져서요. 가끔은 하죠. 이번 공연에도 몇 곡은 할 거예요. 근데 제 목소리를 굉장히 독특하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좋아하죠. 근데 '당신이 떠난 뒤에도'는 제가 생각해도 다른 가수가 부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감정을 굉장히 이해하기가 힘들거든요. 이게 블루스의 특징이에요. 쉬운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잘 안 되니까요. 어디서부터 자기 감정을 끌어들여서 어떻게 클라이맥스로 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죠. 예컨대 블루스에선 간주도 브레이크 타임이 아니에요. 가수가 기타 소리를 들으면서 같이 감정을 고조시켜야 하죠."

-기술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흐름이 중요하군요.

"물론 짧은 곡도 있지만 외국 블루스가 대체로 긴 이유이기도 해요. 감정을 완전히 클라이맥스까지 끌어올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블루스 뮤지션들의 무대를 보면 함께 진이 빠집니다. 그래서 더 공감대가 형성되고요.

"블루스가 '한의 음악'이다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건 달라요. 국악으로 친다면 산조(散調·우리나라의 민속 기악 독주곡이다. 기본 장단·조성을 전제로, 연주자 개성을 담은 '즉흥적 표현'을 중시한다.) 같은 흐름이 있어요. 점점 고조시켰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다시 돌아오고 그러면서 아주 편하게 마무리를 짓죠. 블루스 역시 그렇거든요. 아프리카 음악도 결국은 블루스가 뿌리니까 굉장히 비슷한 걸 느끼거든요. 악보만 보고 가는 장르가 아니에요."

-말씀 들어보니까 선생님 삶도 블루스처럼 가는 것 같아요. 뮤지션의 삶과 개인 삶이 분리가 되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건 그래요. 제가 노래를 부를 때나, 반주를 할 때나 항상 일체감을 느껴요. 진짜 노래를 맛있게 부르는 보컬이 있다면 어떤 특별한 지점을 서로 공유하는 거죠. 요즘 기타 연주를 할 때 멋 부리는 후배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외국 가면 너희보다 잘 치는 사람 많다'고요. 자신의 곡 쓸 생각을 안 하고, 외국 곡을 차용해서 연주할 생각을 주로 하죠. 근데 블루스 뮤지션이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곡을 써야 하는 거예요."

-선생님은 좀 더 싱어송라이터로서 조명을 받아야 하실 거 같아요.

"노래는 '삼위일체'가 돼야 하거든요. 가사, 연주, 작곡. 그런데 최근엔 뭔가 하나씩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런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 가사도 많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이상하게 리메이크를 굉장히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데요. 곡을 쓰기 힘들면 선배들이 발매한 좋은 곡의 리메이크를 통해 블루스 장르도 발전할 수 있죠. 가사 쓰는 게 정 안 되면 누구한테 써달라고 해도 괜찮아요.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새 음반을 계획 중이시라고요? 박완규·박광현 등이 참여해서 LP를 준비 중이시라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새음반이라기보다는 신촌블루스 1집부터 쭉 해왔던 대표적인 블루스 곡만 모아서 다시 연주를 해요. 함께 하는 보컬 중엔 신인 가수도 있고, 중견 가수도 있습니다. 1집 반응이 좋으면 2집까지도 갈 수 있겠죠. 제가 영향 받은 선배의 곡도 포함할 거예요. 후배들한테 뭔가 남겨주고 싶은 작업 형태예요. 존경하는 분의 음악을 제가 나름대로 해석해 들려주는 이유는 '너네들도 이렇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죠. 존경의 의미도 있고요. 선배들 음악 중에서 좋은 것들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어요."

-이번 콘서트엔 강성희 씨, 김상우 씨, 제니스 씨 등 세 명의 보컬이 함께 합니다.

"세 친구 모두 개성이 강한데 제게 꼭 필요한 가수들이죠. 이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언제라도 고향(신촌블루스)을 잊지 않고 찾아줬으면 해요. 가끔 필요할 때 서로 뭉쳐서 같이 공연할 수 있고 제 연륜을 바탕으로 조언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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