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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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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막 서른을 넘긴 나이에 오스카를 포함해 미국 거의 모든 연기상을 쓸어담은 천재 배우. 액션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으며 누린 짧고 굵은 전성기. 그리고 찾아온 슬럼프. 좀처럼 쉽지 않은 재기. 비디오용 액션영화를 전전하는 신세. 웃음거리로 전락한 연기력. 그렇게 20년을 버티고 나서야 가까스로 다시 잡은 기회. 그리고 재평가. 이정도 부침을 겪은 배우라야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영화 '드림 시나리오'(5월29일 공개)를 보고 있으면 한참 킥킥대다가도 그 삶의 굴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폴 매튜스'는 니콜라스 케이지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 시나리오를 읽고 이렇게 말했던 거다. "폴을 완전히 이해한 기분이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는 누가 뭐래도 케이지의 대표작이다. 다만 이제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와 함께 '드림 시나리오'도 언급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개성 있는 작품을 내놓고 있는 스튜디오 A24가 만들고, '유전'(2018)을 시작으로 A24와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아리 에스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드림 시나리오'는 하루아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 남자 폴 매튜스에 관한 얘기다. 사실 폴은 존재감이라곤 없는 남자. 평범한 외모, 소심하고 찌질한 성격, 부족한 유머 감각. 대학 교수이지만 그의 강의는 늘 인기가 없고, 학자로서도 특출나지 않아 제대로 된 책 한 권 써본 적 없다. 심지어 그는 두 딸에게도 인기 없는 아빠다. 딸의 꿈에서조차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폴은 매사에 자신감이 없지만 인정 욕구에 목마른 인간이기도 하다. '드림 시나리오'는 이런 폴을 하늘 끝까지 올려놨다가 지하 저 밑으로 쳐박는다.


이렇게만 보면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이지만, '드림 시나리오'는 기발한 설정 하나로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폴이 아무런 까닭 없이 유명해졌다는 것.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꿈에 폴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이 현상 덕분에 폴은 난데 없는 명성을 얻지만 이런 열광은 폴이 등장하는 꿈이 악몽으로 바뀌어 버리자 난데 없는 비난으로 뒤바뀌며 그의 삶을 나락에 쳐박는다. 케이지는 폴이 유명해지면서 맞닥뜨린 난처함과 그러면서도 도저히 숨길 수 없는 허영에 들뜬 마음을 담아내며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에 실감을 담는다. 유명세를 치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순식간에 삶이 무너져 내릴 때의 당혹과 좌절 또한 이 산전수전 다 겪은 배우는 놓치는 법이 없다. 이런 감정 기복 속에서 담아내는 코미디는 그가 왜 천재로 불렸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드림 시나리오'는 콘셉트가 독특하고 배우 연기가 빼어난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폴의 상황 변화를 통해 소셜미디어 시대를 풍자하며 코미디의 격을 끌어올린다. 이 작품은 소셜미디어 내외부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행태를 아우르며 그 환상과 실상을 동시에 까발린다. '드림 시나리오'엔 시쳇말로 떡상과 나락이 있다. 그 추앙과 경멸이 찰나에 자리를 바꿔 앉는 양상도 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선택과 탄핵이 있고, 좁힐 수 없는 괴리가 존재하는 이미지와 실체가 있다. 이 모든 난리가 결국 돈벌이를 위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인생 자체가 인플루언서라는 말에 잠식 당하는 상황도 있다. '드림 시나리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때론 서늘하게 드러내고 때론 아프게 찔러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사실 대부분 사람이 폴보다 나을 게 없는 그저 평범한 이들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드림 시나리오'는 소셜미디어를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풍자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말미엔 폴처럼 다른 사람의 꿈에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가 개발돼 상용화 된다. 결국 다른 사람들도 폴처럼 되고 싶었다는 얘기다. 폴 역시 그때 그 환호를 잊지 못하고 그 장치를 쓰고 있다. 이제 관심병이라는 말은 특정 대상을 향한 비아냥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이 갖고 있는 증상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말하자면 우린 대부분 폴만큼 찌질하고, 폴만큼 인정 욕구에 굶주려 있다. 그러면서도 폴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폴처럼 이러 저리 휘둘리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존재가 돼 있을 게다. 그리고 폴이 그랬던 것처럼 그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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