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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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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근 글로벌 팝 시장에서 동남아시아 음악이 강세다. 필리핀도 급부상 중인 곳이다.

필리핀의 대중음악은 OPM(Original Pinoy Music)이라고 하는데, 잭 타부들로(Zack Tabudlo·23)가 이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영어와 함께 필리핀 공용어로 사용되는 타갈로그어 등으로 노래를 부르며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1년 10월 발매한 데뷔 앨범 '에피소드(Episode)'는 글로벌 스트리밍 횟수 26억 건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스포티파이(Spotify) 필리핀 '2022 랩드(Wrapped)' 선정 최고의 필리핀 아티스트 1위에 이어 테일러 스위프트, 방탄소년단(BTS) 다음으로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아티스트 3위를 기록했다.

또 스포티파이 필리핀 월간 청취자 수 1위 아티스트다. 현지 아티스트 최초 월간 청취자 수 800만 명(10일 현재 604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방탄소년단 정국, 엔하이픈 희승이 그의 곡 '기브 미 유어 포에버(Give Me Your Forever)'를 추천, 커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비니비니(Binibini)', '빠노(Pano)' 등도 대표 트랙이다. 지난 6~7일 KBS부산홀에서 열린 아세안 가수들의 음악 축제 '2024 라운드 인 코리아'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에게 처음 인사했다.

지난 9일 홍대에서 만난 타부들로는 '노래는 듣는 게 아니라 겪는 것'임을 경험케 했다.

감미로운 R&B, 발라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인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노래한다. 다정다감하고 선한 인상은 위로와 공감의 음악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깨닫게 만들었다.

필리핀인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글로벌을 지향하는 마음가짐은 그 자체로 고유성이다. 타부들로를 만나기 전 일부 오해했던 그의 음악이 이해가 됐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부산 공연은 어땠나요?

"한국 관객 앞 무대는 처음이라 특별했어요. 관객분들이 굉장히 따뜻한 느낌으로 환영해주셨어요. 제 노래 중 '기브 미 유어 포에버'는 익숙한 듯 보였습니다. 방탄소년단 정국 씨가 소개를 해주는 등 K팝 아이돌 분들이 샤라웃도 해주시고 홍보를 많이 해주신 덕분인지 객석의 리액션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 공연에선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임윤아 씨가 당신의 대표곡 '빠노'를 부른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K팝 아이돌 분들이 마닐라를 방문하면 엑스(옛 트위터)가 정말 난리가 나요. 그때 아버지랑 같이 엑스를 보다가 윤아 씨가 부른 영상을 접하게 됐죠. 소녀시대 윤아 씨는 K팝의 전설 같은 존재죠. 그런 분이 제 곡을 무대 위에서 불러주셔서 영광이었어요. 특히 곡 자체가 필리핀어로 돼 있기 때문에 발음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정말 완벽하게 무대 위에서 소화를 하셨습니다."

-타갈로그어로 노래를 한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우선 음악을 통해서 제 모국어를 선보이고 자랑할 수 있어서 굉장히 특별하죠. 타갈로그어는 발음이 어려운 언어입니다. 특히 서구권 분들이 부르기엔 굉장히 힘들 수 있죠. 그런데 스페인어와 공통점이 많아서 어떤 단어들은 스페인어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최근 들어 서구권의 다양한 분들이 타갈로그어를 사용해서 노래를 부르는 흐름이 있어요. 필리핀 아티스트로서 자랑스러운 순간이죠. 모국어로 노래를 불러서 세계적인 흐름이 되는 건 한국에서 시작한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은 더 이상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지 않고, 음악 자체로 저희가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악기 연주자로 알려졌습니다.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악기가 있다면요.

"처음으로 배우고 접했던 악기는 기타인데요. 유튜브를 통해 독학했어요. 부친이 기타를 배우는 데 도움을 주셨죠. 아버지는 대학교 재학 당시 밴드 활동을 하셨고, 엄마도 보컬을 하셨던 경력이 있어요. 음악 가족인 셈이죠. 현재 제 음악에서 들리는 악기 소리는 제가 실제로 다 연주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프로듀싱도 하고 믹싱·마스터링까지 맡죠. 악기에 대해 잘 이해를 잘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제일 선호하는 노래의 분위기가 있습니까?

"어떤 통일된 분위기를 추구하지는 않아요. 음악을 만들 당시에 '감정이 어떠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곡을 만들어서 친구, 가족들과 나누는 경험에서 비롯된 노래들이 많아요. 굉장히 슬픈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는 신스를 사용해서 무겁거나 슬픈 분위기를 추구하고요. 반대로 사랑 노래를 만들 때는 기쁨이 주된 감정이기 때문에 여러 악기를 사용하거나 가사로 행복감을 표현하려는 편입니다."

-유명 뮤지션이 되셨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새로운 걸 만들어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았던 시기가 6~7년이 지속됐어요. 유튜브에 커버를 올려도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학교를 다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음악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굉장히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자극도 받았어요. 포기하지 않도록 아버지께서 큰 용기를 주셨습니다. 커버가 아닌 제 곡을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면서 인기를 얻게 됐죠. 무명의 시절이 지금 제가 보내는 시간의 열쇠가 됐어요. 현재에 대해 굉장히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한국에서 K팝 그룹 멤버로 활동하는 필리핀 분들도 많은데 스타가 되고자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가끔씩 제게 와서 '당신처럼 성공을 하고 싶다'라고 말해요. 그럴 때마다 제가 건네는 조언은 '핑계를 대지 말고 그냥 우선 해라'입니다. 장비가 없거나 환경이 어렵더라도 생각만 있다면 결국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자신이 사랑하는 게 있으면 우선 해보는 게 중요하죠."

-OPM를 단편적으로 규정하기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당신 음악은 OPM 속에서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나요?

"OPM은 K팝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저 같은 경우엔 처음에 음악을 시작할 때 타갈로그어된 커버 제작을 많이 해서 OPM으로 분류되기도 하죠. 팬들이 저에 대해 주로 발라드, R&B를 떠올리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전 음악을 만들 때 구체적인 장르에 묶여 있지 않아요. 미국에선 5 세컨즈 오브 서머, 제레미 주커 등과 작업한 뮤지션과도 일했죠.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다양한 장르를 다 한번 해보고 싶어요."

-최근 한국의 K팝, 일본의 J팝은 외에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대중음악이 부상하는 흐름이 보입니다.

"아시아 지역엔 다양한 재능이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정말 정말 많아요. 저 역시 베트남, 태국을 방문하면서 굉장히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많이 봤고요. 동남아 지역에서 음악을 하면서 글로벌로 스케일을 키워나갈 수 있는 뮤지션들이 많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준 건 한국 음악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그런 무브먼트가 시작돼 저희도 세계 무대에 진출을 할 수 있는 문이 더 열린 것 같고요. 이번 '라운드 인 코리아'는 다른 아시아 뮤지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용기를 얻었어요. 세계 무대로 본격적인 진출을 계획 중입니다."

-서구권 활동엔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시나요?

"올해가 저에겐 서구권 마켓으로 진입하고자 노력한 해였어요. 제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아티스트가 존재하고 있으니, OPM 장르나 필리핀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이 제 무기라고 생각해요. 제 자신을 내세우면 음악에 강점이 생기지 아닐까 싶습니다."

-같이 협업하고 싶은 한국 뮤지션이 있다면요.

"우선 한 명을 꼽자면,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샘킴이요. 샘킴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런 점을 제 음악에 결합을 시켜왔죠. 3, 4년 전 샘킴의 음악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K-드라마 '도깨비'를 통해서였는데 샘킴이 OST '후 아 유(Who Are You)'를 불렀죠. 그때부터 전 그의 엄청난 팬이 됐어요. 필리핀 아티스트들 간에 사용하는 단어 중에 말라키(malaki)가 있는데 들었을 때 '기분이 좋다'는 뜻이에요. 샘킴의 약간 엇박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정박 안에 들어오는 에지함과 R&B적이면서도 굉장히 힙합적인 느낌이 드러나는 음악 스타일을 좋아해요. 어젯밤(7일)에 실제로 만나게 돼 굉장히 의미가 있었죠. 샘킴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고 그의 밴드가 정말 좋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샘킴에 대해선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쿨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주로 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다정하고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이 더 좋았어요. 제가 너무 떨고 있다는 걸 드러내지 않도록 굉장히 노력을 했어요. 하하. "

-뮤지션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지금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고요.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울 수가 있었어요. 우선 계속 음악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신곡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필리핀을 비롯해 아시아인들이 서구권에서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에서 특히 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게 전 세계 어디에 가도 필리핀 출신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매진된 공연의 반 이상이 필리핀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필리핀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거주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이 많이 드러나게 된 거죠.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 차별은 있을 수 있지만 제 열정, 창의력, 재능은 막을 수 없죠. 결국 음악으로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싶고, 음악으로 더 많은 표현을 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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