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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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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 여름 음악 페스티벌 신(scene)에서 헤드라이너급 화제는 비이피씨(BEPC) 탄젠트 김은성 대표였다.

최근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의 자회사 티몬·위메프(티메프)로 인한 피해가 대중음악 페스티벌 업계로도 번졌는데, BEPC 탄젠트가 고객 대신 모든 손해를 떠안았다.

내년 '월드디제이페스티벌'(월디페) 얼리버드 티켓을 비롯 'S2O(Songkoran+H2O) 코리아', '카스쿨 페스티벌' 티켓을 위메프를 통해 판매했는데, 이곳을 통해 표를 구입한 고객들을 모두 구제하기로 했다. 대신 BEPC 탄젠트는 이번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10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김 대표의 이런 품격은 '월디페'의 수준과 직결된다. 지난 6월 이틀 간 9만명을 모은 올해 '월디페'엔 에릭 프리즈, 앨런 워커, 그리핀, 체인 스모커스 등 세계적으로도 쟁쟁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 페스티벌은 영국의 세계적인 EDM 매거진인 'DJ 맥(MAG)' 톱 100이 매긴 페스티벌 순위에서 올해 42위를 차지했다. 동아시아에선 1위다. 관객 중 외국인의 비율은 무려 20%에 달한다.

'월디페'는 이렇게 명실상부 K-페스티벌로 통한다. 여기에 BEPC 탄젠트는 'S2O 코리아',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형식과 장르를 아우르는 페스티벌을 다수 제작하고 있다. 국내 음악 축제 선두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난 뮤지션 출신인 김 대표는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문화콘텐츠 기업 경영자이자 공연 디렉터, 문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기도 한 그는 냉철한 사업가 겸 따듯한 예술가였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위메프 사태에 따른 손해 금액 10억원을 관객들 대신 회사가 떠안기로 한 결단 자체도 대단했는데 대응도 참 빨랐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이와 관련 공지문을 사태 직후 바로 올리셨죠. 그런 결단력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사실 글은 쉽게 안 썼어요. 밤새 고민하다가 쓴 거예요. 위메프 사태가 터지고 회사 전화가 마비가 됐어요. 사실 저희도 뉴스를 보고 알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사실은 위메프하고 (모회사인) 큐텐 경영진이 잘못한 거지 위메프 직원들은 정말 일 잘했거든요. 그러니까 티켓 판매를 그 분들에게 믿고 맡겼죠. 저희와 함께 몇 년 동안 티켓을 판매하고 홍보도 같이 했었어요. 더운 날씨든 비 오는 날이든 같이 고생했던 정말 고마운 전우 같은 동료들이죠. 이 얘기도 (소셜 미디어에) 썼는데 제가 본인들을 처음으로 인정해준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직원분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책임을 진 결정적인 이유는 위메프는 티켓 판매를 대행해 준 거잖아요. 고객들은 위메프에서 티켓을 샀을 뿐이지 저희를 믿고 사신 거죠. 저희가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이 부분을 어떻게 그냥 넘기겠어요. 저희가 피해자가 됐다고 고객도 피해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10억원 피해는 큰 금액인데요.

"우리는 부끄럽게 일하지 않아요. 지금은 당장 힘들어도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저희가 영업이익이 10억원이에요. 영업이익률은 10%가 안 되거든요. 그러면 매출로 100억원을 넘게 잃었다는 얘기예요. 그렇다고 관객을 잃을 순 없었어요. 피해자 한 분은 저희에게 관객 1000명 중 한 명일 수도 있지만 그 분은 온전히 자기 공연을 손해 보는 거예요. 저 같으면 그런 피해를 준 회사 공연은 안 봐요. 한 명의 피해자도 만들지 않아야 되는 게 맞아요. 사람이 모든 것 가장 위에 있는 거죠."

-그런데 요즘 사회가 이번 위메프 사태뿐 아니라 재난, 환경 위기 등 너무 급변하고 위험 요소들이 많으니까 축제라는 형식이 여러 이유로 피해를 많이 봅니다. 사건, 사고나 있을 때마다 포화의 대상이 된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축제가 계속 돼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자본주의적 논리로 따지면 사실 저희 매출은 반도체 3차 협력업체의 매출보다 적을 겁니다. 근데 문화의 영향력은 정말로 크거든요.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비행기·숙소를 예약하고 한국에 와 열광하는 시대… 저희 페스티벌은 그걸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공연은 문화가 아니고 유흥으로 보시는 분들이 아직은 많은 것 같아요. 여전히 '딴따라'로만 여기는 거죠."

-저평가가 된 측면이 크죠.

"각박한 삶이잖아요. 사실 요즘 다들 힘들잖아요. 저희는 누군가한테 감동을 주는 일을 해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은 똑똑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존중 받아야 하거든요. 각종 풍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회사의 몸집을 키우고 있는데, 이 문화에 대한 존중이 국내에선 조금 덜 성숙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문화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고 싶어요."

-대표님은 페스티벌 덕분에 행복했던 가장 첫 기억은 언제인가요?

"저는 원래 뮤지션이었어요. 그런데 실패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었고 그 음악이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대학에 들어가니 저 같은 사람들은 너무 많더라고요. '진짜 뮤지션'의 세계에선 천재들만 살아남더라고요. 음악 하는 사람이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아세요? 음악으로 돈 버는 거예요. 그게 전 힘들다는 걸 알았고 대학교 2학년 때 제작자로 돌아섰어요. 그때 뮤지션 놀이를 했던 경험들이 제게 큰 도움이 됐어요. 기본적으로 악보를 볼 줄 아는 데다 음악 관련 지식이 있거든요. 공연 제작자로서 어떻게 악기를 배치하고, 악기 연주를 어떻게 했을 때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그러면서 뮤지션으로서는 실패였지만, 제가 제작자로서 재능이 있구나는 깨달았어요. 원래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는데, 쇼 음악을 제가 지금 만들기도 해요."

-제작자로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작자의 길을 걸으면서, 어느 순간 깨달은 게 있었어요. '내가 너무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요.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공연의 규모가 해외에 비하면 너무 작았었어요. 2012년에 그걸 처음 느꼈어요. 해외 공연은 전 세계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돼 있었어요. '한국에서만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글로벌이 사랑하는 이벤트를 만들지 않으면 못 살아남겠구나' 생각한 거죠. 그때부터 한국인뿐만 아니라 글로벌이 사랑하는 뮤직 프로젝트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게 지금의 월디페 같은 거죠."

-정말 앞서가셨네요.

"사실 생존 전략이었어요. 그 전까지 저 같은 제작자들이 유명 가수를 섭외해서 공연을 만드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런데 SM·YG·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들이 공연까지 직접 제작하면서 더 이상 돈 되는 아티스트는 저희들이 캐스팅하기 힘든 상태가 됐어요. 그래서 아티스트가 아닌 공연 브랜드 지식재산권(IP)에 주목했어요.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벨기에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 EDM 페스티벌) 같은 대형 IP처럼요. 믿고 갈 수 있는 공연 브랜드를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망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IP와 글로벌 네트워크, 정보화 시대, 거대한 시장이 결합하면 확실한 브랜드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예전엔 크리에이터는 뒤로 숨어야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지금 관객들이 원하는 건 잘 편집된 것뿐 아니라 B컷을 더 많이 원해요. 정제된 것이 아니 날 것을 원하는 거죠. 공연 작업의 비하인드 과정, 스토리가 다 히스토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 손짓 하나에 폭죽이 터지는 연출 장면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이유에요. 제작하는 사람은 엔터테이너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작자의 고민이 다 콘텐츠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전 관객과 소통을 했던 거고요. 그러면서 '내가 관객이라 어떤 걸 원할까?' 계속 생각하는 거죠. 망하는 이유는 대중이 외면하는 콘텐츠, 대중이 원하지 않는 콘텐츠,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없는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대표님 감각은 진짜 젊은 것 같아요. 항상 트렌드를 파악 하시는 게 쉽지 않잖아요.

"사실 저는 트렌드를 잘 파악하지 못해요. 대신 관객과 소통을 계속해요. 그러면서 가장 인기가 많은 뮤지션이 누구인지 파악하죠. 하루에 DM이 많이 들어 오면 3000개예요. 일일이 다 답변해요. 댓글도 다 피드백을 드리고요."

-2003년 처음 차리신 회사 이름이 브레인(BRAIN)이었어요.

"스물 다섯 살이었는데, 그때는 제가 되게 똑똑한 줄 알았어요. 하하. 그런데 지금까지 회사 이름만 바뀐 거예요. 개인사업자가 법인이 된 거고, B는 브레인의 약자거든요."

-이 부침이 심한 페스티벌 업계에서 20년 넘게 살아남으셨어요.

"저희는 페스티벌만 하지 않아요. 페스티벌은 저희를 알리는 가장 큰 수단이죠.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음향, 조명, 무대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 부분들은 방송에 다 들어가는 거예요. 게임 대회 같은 이벤트에도요. 저희는 이 모든 걸 해요. 저희를 페스티벌 회사로 많이 알고 계신데, 사실 저희가 이벤트 업계에서도 거의 톱이에요. 저희는 페스티벌 할 때 돈을 많이 벌려고 하지 않아요. 지금은 돈을 버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만약에 100억원을 벌었어요. 그 중 50억원만 페스티벌에 쓰면 이건 50억원짜리 공간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100억원을 벌면 120억원, 150억원을 써요. 그리고 전 EDM 페스티벌보다 K팝 페스티벌을 더 많이 하고요. 인디 음악 페스티벌, 워터 페스티벌도 해요. 저희가 어떤 한 장르에 치우쳐 있지 않아요. 음악의 흐름에 따라 모든 걸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판을 완전히 크게 보고 계신 거네요?

"저는 우리 업계 일하는 사람들도 '멋있게 살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고, 언론에도 나와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 해야 똑똑한 사람이 이쪽에 많이 들어올 거고 그래야 신(scene)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페스티벌을 몇 개 정도 운영하시나요?

"IP로 따지면 한 20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기업 행사까지 포함 하면 몇 백 개죠."

-2019년 CJ ENM이 지분 51%를 인수해 현재는 이곳의 자회사입니다.

"제가 처음에 원했던 건 아니에요. 근데 해외 진출도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설득 하셨어요. 저도 같이 하면 더 멀리, 더 길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사실 뮤직 비즈니스 쪽에서 실패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근데 제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을 때였어요. 근데 CJ ENM 같은 회사랑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겠다 생각한 거예요. CJ ENM 말고도 저희에게 관심을 주는 회사가 엄청 많았어요."

-전 축제의 유희성, 미학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한편에서는 윤리적인 것들에 대해 많이 얘기하잖아요. 특히 환경 측면에서요. 물 축제에 대한 갑론을박도 많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적으로 설득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건 사람 가치관마다 달라질 수 있는 얘기이기는 해요. 우선 일회용 용기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다회 용기로 사용하는 게 맞지 않냐라는 얘기를 해요. 근데 다회용 용기는 감염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개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거죠. 다회용 용기를 깨끗이 씻어서 하면 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겠죠. 뭘로 씻죠? 물이겠죠. 세제도 써야 하고요. 그건 오염이 안 되나요? 현재 페스티벌과 관련 뭐가 더 환경에 좋은지 아직 수치화된 것이 없어요. 저마다 생각이 다른 상황인 거고요. 여기에 워터 페스티벌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는 거죠. 근데 한국은 물이 많을 때가 있고 적을 때가 있어요. 우기와 건기로 나뉘죠. 건기에 물을 많이 쓰면 나쁜 사람 맞아요. 보통 워터페스티벌은 우기 때 해요. 그리고 1000 톤을 쓴다고 하면, 수영장 몇 개입니다. 골프장 한 곳이 하루 쓰는 것보다 적어요. 우리나라 골프장이 몇 개인가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해요. 노동 소득이 근로 소득, 자본 소득을 이길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페스티벌에 가면 다들 행복해 하잖아요. 젊음을 즐기는 게 얼마나 아름다워요? 사람들이 콘서트 가면 아티스트만 찍어요. 페스티벌에 가면 자신을 찍어요. 힘들게 사는 사람한테 희망, 행복을 주는 물인데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고 해서 그걸 비난하는 게 맞을까요? 인간이 태어났으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거든요. 저희는 그 행복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고요."

-대표님의 꿈의 페스티벌은 이미 만들어졌나요? 아직 안 만들어졌나요?

"예전에는 우리가 만든 페스티벌을 해외에서도 사랑 받는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젊은 김은성이 봤을 때 저는 꿈을 완벽하게 이룬 사람이 맞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꿈이 좀 바뀌었어요. 제가 성장하는 만큼 꿈도 같이 성장하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사랑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좋은 사람들하고 오랫동안 같이 쭉 이어나가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제가 공연 제작자로서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잖아요. 이것 자체가 영광이죠. 이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어요. 이번 환불 사태에서 10억원을 저희가 떠안은 이유도 제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이런 거밖에 없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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