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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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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결성된 팝 밴드 '레이니(LANY)'는 LA(로스앤젤레스)부터 NY(뉴욕)까지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며 팀명을 지었다. 이젠 여기에 SEO(서울)이라는 이정표를 확실히 추가해야 한다.

'프로 내한러'로 불리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코로나19 시기가 포함돼 있음에도 여섯 번이나 내한공연했다. 지난 9월29일 1년1개월 만에 예정됐던 내한공연 '어 뷰티풀 블러(a beautiful blur)'가 프런트맨 폴 제이슨 클라인 목소리 이상으로 취소됐지만,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수식은 굳건하다.

76번의 월드투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클라인이 한국 방문 일정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추가로 잡은 건 아니지만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 콘서트 취소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이를 이해해 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사실 클라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뮤지션도 드물다. 1년 동안 쉬지 않고, 게다가 사력을 다해 투어를 돌고 팬들을 만나고 프로모션을 한다. 10년 동안 750번의 공연을 했는데 취소는 이번 한국 공연을 포함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한 두 번 밖에 없었다.

레이니는 사실 라이브가 증명의 무대다. 신스팝·드림팝 위주의 음악을 들려주는 이 팀은 밴드임에도 대중적이라는 인상이 짙어 음악적으로는 저평가돼왔다. 그런데 단독 공연, 페스티벌에서 이들의 무대를 본 이들은 하나 같이 이 팀의 탄탄한 연주력과 음악성을 새삼 확인했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뮤직에서 만난 클라인은 거듭 한국, 한국 문화, 한국 팬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날 SBS 파워FM '웬디의 영스트리트'에 출연해 이미 한국 팬들과 다정하게 소통했다.

-전날 한국 팬분들 만나서 인사하시고 사과도 하셨습니다. 공연이 취소됐을 때 몸 컨디션이 얼마나 안 좋았나요.

"아시아 지역에서 대여섯 번째 정도 되는 공연을 마친 이후에 상황이 발생했어요. 일본 오사카 공연을 진행하던 중간부터 제 목소리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어요. 굉장히 불안했죠. 그날 밤에 자고 일어나니 거의 목소리가 사라졌죠.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오자마자 병원에 들렀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 목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며칠간은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한다라고 말씀을 주셔서 안타깝게 공연을 취소해야 했어요. 지금까지 750여 개의 공연을 했는데 그중 딱 두 번 취소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번 한국공연이었죠. 특히 한국에서 진행하는 공연 중에서, 8000명이 모이는 가장 대규모 공연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전날 팬들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저희 모두 정말 바쁜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라디오 쇼가 늦은 시간인 오후 9시 넘어서 끝났는데도 팬들이 저를 기다려주시고 만나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뮤지션 분들이 공연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레이니 같은 경우는 750번 중 두 번에 불과하잖아요. 팬들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거 같아요. 그럼에도 투어가 다 끝나고 예정돼 있지 않은 한국행을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레이니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간단히 말해서 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정말 좋아합니다. 이곳 사람들의 안목이라든지 패션 센스 그러한 것들을 모두 존중해요. 저희가 워낙 투어를 많이 다니다 보니까 굉장히 다양한 도시를 방문 하게 되는데 솔직히 말씀 드리면 모든 도시를 좋아하는 쉽지 않죠. 그 많은 도시 중에서도 특히 저는 서울과 일본의 도시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서로의 문화를 존중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곳에 있는 팬들과의 관계에 더 많은 것들을 투자하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 팬들은 저희 음악이나 저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사랑이 굉장히 강렬해요. 그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 온 거죠."

-'말리부 나이츠' '카우보이 LA'처럼 레이니 노래엔 지명이 들어간 곡이 흥미롭게 느껴져요. 레이니에게 서울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제 이모부가 동남아, 동아시아를 총괄하는 회사 대표로 재직한 적이 있어서 이모 부부가 10년 동안 서울에서 거주하셨어요. 당시엔 아쉽지만 서울을 방문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서울에 처음 방문했는데, 계속 알고 있었던 도시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서울에 대한 첫인상은 드넓고 광활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과 맛있는 음식이 많고 전반적으로 미국이랑 굉장히 다르면서도 절대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었죠."

-지난 6월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셨죠. 교통사고도 그렇고 이번 공연 취소도 그렇고 이런 불가항력적인 걸 겪은 뒤 뮤지션으로서나 개인으로서나 어떤 변곡점이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사고를 당할 당시 저는 헬멧조차 쓰고 있지 않았어요. 이런 경우 차랑 부딪쳤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냉정하게 얘기하면 50 대 50이라고 할 수 있죠. 전 정말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 사고를 통해서 제가 오토바이 손잡이를 놓아버린 것처럼, 그날 밤 제 안에 있던 어떠한 비관적인 삶에 대한 태도가 모두 사라졌기를 바랄 뿐이에요. 누구나 그런 식의 사고가 난 뒤엔 절대로 이전과 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는 이후에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인생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일이 지금은 제 인생에서 굉장히 좋은 일로 변모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역시 좋지 않은 일을 겪고 있거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팬들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요.

"제가 삶을 정말 오래 산 건 아니지만,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인생을 살다 보면 좋고 기쁜 순간도 있고 그 만큼 안 좋고 슬픈 순간도 있기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어떤 순간도 영원하지는 않아요. 다만 현재보다는 더 나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자체를 믿고 하루 하루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터널 끝에는 빛이 있잖아요.

-벌써 올해 데뷔 10주년입니다. 수많은 팀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10년을 꾸준히 활동 해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데요. 이 지점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계신지요.

"750번의 공연을 10년 간 했다고 치면 1년에 75번이잖아요. 그런데 1년 반은 코로나 때문에 사실 없었다고 한다면 1년에 더 많은 공연을 소화했다고 볼 수가 있죠. 저희가 숫자를 계속 생각해온 건 아니지만, 10년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긴 시간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희는 레이니라는 밴드로서 할 수 있는 것들, 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고 믿어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성장을 했고 저와 제이크(드러머인 클리포드 고스) 모두 레이니를 평생 동안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레이니 말고 제가 삶을 살아가야 하는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 만큼 제 삶에 큰 부분이 됐죠."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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