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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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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공동체적인 작업 안에 개인작업이 있는 느낌이에요."

플랫폼이자 브랜드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Leenalchi)'의 보컬인 소리꾼 전효정이 짚은 대목은 이 팀의 정체성을 제대로 규정한다.

조선 후기 팔명창에 속하는 판소리 명창 이경숙(1820~1892)이 줄타기를 하던 젊은 시절, 날치 같이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해서 얻은 예명이 '날치'. 여기서 활동명을 따온 이날치 역시 잽싼 경계의 줄타기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함부로 못박지 않는다.

원년멤버인 음악감독 장영규·소리꾼 안이호를 주축으로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음악 플랫폼이 됐고, 여기에 속속 가세한 보컬 전효정·최수인, 베이스 노디, 드러머 이용진의 개성을 살려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근 국극을 소재로 김태리가 주연한 화제작 tvN '정년이'의 OST에서 가장 특별하고 독특한 '새타령'으로 자신들의 존재가치에 다시 방점을 찍었다. 장 감독은 '정년이' OST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날치는 정형화되지 않은 색깔로 동시에 고유성을 만들어간다. 독창성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성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만큼 노력과 협의, 절충이 필요하다. 이날치는 그런 방면에서도 알아준다. 흔한 표현, 진부한 생각이 아닌 다른 방식을 환영하고 절충해서 그걸 즐기는 경지에 이른다.

판소리 '수궁가'를 편곡한 '범 내려온다'가 실린 정규 1집 '수궁기'(2020)로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2021)에서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를 수상해 3관왕을 안았다.

이런 성과에 판소리 오바탕 시리즈를 이어갈 법한데,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타고 이날치는 내려왔다. 최근 정규 2집 첫 싱글로 내놓은 '낮은 신과 잡종들'은 오바탕이 아닌, 사라진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SF 콘셉트 앨범이다.

약 5년 만인 내년 나올 이 앨범엔 총 열 두 곡이 실린다. 극작가 김연재가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모험을 그린다. 주인공 '더미'와 '자루'는 정복 전쟁을 개시한 왕과 장군에게서 빼앗긴 잡종들의 이름을 되찾는 미션에 도전한다.

그 선봉에 선 '봐봐요 봐봐요'와 '발밑을 조심해'는 기발한 중독성을 품었다. 베이스 두 대, 드럼 한 대가 마치 고수의 북처럼 소리를 뽑아내고, 스피드웨이처럼 깔린 그 위를 보컬들이 질주한다. 그건 일방통행이 아니다. 습관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접어드는 일종의 선순환(善循環)이다. 다음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소속사 하이크에서 만난 여섯 멤버와 나눈 일문일답.

-큰 인기를 누린 전작의 연장선상을 안 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처음부터 방향성이 정해져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작업물을 발전시키시면서 정해진 건가요?

"'해왔던 작업 목록들과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기는 해요. 이전에 만들었던 음악들의 일부는 이번에 나온 싱글, 앞으로 나올 싱글에 이어가기는 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딱 잘라가는 건데, 또 어떻게 보면 완전히 딱 자르는 건 아닙니다."(안이호)

"새로운 멤버와 새로운 작업을 하자고 해서 처음 두 곡 같은 경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발표하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전에 만들었던 것 중 시간을 들이고 노력해서 만든 곡들을 되살리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장영규)

"콜라주처럼 장영규 감독님이 특정한 패턴을 만들어 놓으면 각자 가지고 있는 소스들을 하나씩 맞춰가거나 바꾸는 식으로 만들어가요. 그래서 함께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스로 하는 게 가장 좋죠. 결과물을 봤을 때도 좋고, 작업 과정도 좋을 수밖에 없죠. 그렇게 해서 나온 두 곡이 이번 싱글에 담겨있어요."(안이호)

-팀의 성격이 규정돼 있는 게 아니라 멤버들이 들어옴으로써 팀의 성격이 규정된다라고 바꿔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성격까지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날치라는 큰 기둥이 있고 어떤 사람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결과들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거죠."(장영규)

-그럼 새로 들어오신 분들은 자신의 어떤 요소가 팀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하세요?

"전 작년 봄부터 합류했어요. 1집을 낸 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활동엔 1집의 연장선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 색깔을 어떻게 녹여볼까' 생각보다는 '최대한 열심히 해 보자' 마음이 더 컸죠."(노디)

-노디 씨 합류 과정이 궁금합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조웅 오빠에게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이날치 베이스 한 자리가 공석인데 '너랑 잘 어울릴 거 같아'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일단 두루뭉술하게 답한 뒤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전자음악가로도 활동하거든요. 근데 베이시스트 노디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베이스를 제대로 연주한 지 오래 된 거 같았어요. 특히 이날치엔 베이스가 두 명이잖아요. 그건 없는 구성이거든요. 베이시스트로서 절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만약에 그 팀의 베이시스트가 저 혼자였으면 부담이 됐을 텐데 베이시스트가 이미 있잖아요. 분명한 도움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미팅을 했죠."(노디)

-근데 그 베이스가 장영규 감독님이잖아요. 걸출한 베이스로 인해 반대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장영규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이 우선 컸어요. 연주를 잘 하시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고요. 음악도 워낙 잘 하셔도 '배울 점이 많겠다. 너무 재미있겠다' 생각한 거죠. 그리고 비슷하게라도 해야지 비교가 되죠. 하하.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또 악기, 하드웨어 장비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뭔가 들었습니다."(노디)

-최수인 씨는 이날치에 들어오면서 어떤 고민을 했나요?

"보컬이 저 포함 세 명이니까 각자의 개성을 담은 목소리를 어떻게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합류한 시점은 이미 구조가 만들어진 다음이었거든요."(최수인)

"보컬이 세 명 있으면, 목소리가 쌓이고 쌓였다 확 빠져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그 재미가 확실해지려면 세 명의 목소리가 각자 개성이 뚜렷해야 그게 드러나거든요. 수인 씨 같은 경우는 목소리 질감이 되게 독특해요. 두툼하고 거친 느낌이 있죠. 반면 효정 씨 같은 경우는 뾰족하고 단단한 느낌이에요. 수인 씨가 합류하면서 그동안 이날치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질감의 다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아요. 효정 씨의 뾰족한 무엇, 또 그 주위를 두툼하게 만드는 수인 씨 목소리가 왔다갔다 하는 걸 듣고 있으면 되게 재밌어요."(안이호)

-효정 씨는 이제 많이 적응된 듯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 보여요. 보컬들이 교체되는 시점에 들어와서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낸 멤버이기도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효정 씨를 지켜봤는데 성장 서사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팀에 들어왔을 땐 전 멤버 두 분이 나가셨을 때였어요. 멤버가 나간다는 건 큰 이슈잖아요. 제가 어떻게 포지션을 잡아야 할 지 혼란이 왔었어요. 이날치의 새로운 멤버 전효정으로서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전 멤버분들의 대체자로 해야 되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작년은 1집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제 식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이르다' 느껴졌었어요. 또 어떻게 보면 되게 거만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날치 음악을 파악하면서 활동을 했어요. 1년 내내 적응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점점 제 목소리의 매력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됐어요. 제 목소리를 이날치 음악으로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하며 점점 자리를 잡아갔던 거 같아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가운데 많이 부딪히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를 느끼고 제거해야 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알아도 정말 큰 공부가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에 나온 싱글만 봐도 한 곡은 댄서블한 음악이고 다른 곡은 로킹한 곡이죠. 각 곡의 성질에 대해서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느꼈어요. 또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 멤버분들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어요. 이호 오빠가 말씀 하셨다시피 수인 씨의 목소리가 저랑 되게 다른 성질이어서요. 최근 느낀 건데 제 목소리는 악기에 비유하자면 바이올린 음색 같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칼날처럼 날카로운데, 그걸 아주 잘 연주하면 정말 전율을 일으킬 수 있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근데 목소리가 또렷하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음정이나 피치가 잘못 어긋나면 엄청 크게 틀린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수인 씨랑 같이 부를 때 너무 세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제 목소리를 감추려는 건 아니에요. 제 개성의 질감을 어떻게 잘 살릴 것인가 고민 중이에요. 목소리엔 여러 배음(倍音)이 있잖아요. 어느 피치를 써야 이 곡에 어울릴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날치가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고민도 작년보다는 더 하게 됐습니다."(전효정)

-팀의 변화 가운데, 효정 씨가 정말 가장 힘든 포지션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음악을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성 보컬이 함께 부르는 파트가 되게 많아요. 그래서 한목소리처럼 맞춰야 하는 부분들이 많죠. 그건 이호 오빠가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여성 파트와 남성 파트는 엄연히 다른 게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 더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거고, 수인 씨도 적응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이 점점 더 발산이 될 거라 믿어요. 그랬을 때 시너지는 더 좋아지겠죠. 그리고 제가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건 장영규 감독님, 이호 오빠 원년 멤버 두 분의 도움이 당연히 있었기 때문이에요. 감독님께서 이날치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알려주시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주셨고, 이호 오빠는 노래를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게 이날치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게 반주와 보컬이 보는 시각이 다르면 다를수록 음악이 더 예쁘게 나온다는 거였어요. 국악은 보통 3박자 기준으로 가니까 그 리듬을 살려야 4박의 연주와 붙었을 때 매력이 없어지지 않거든요. 근데 그 판소리의 매력을 잃지 않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4박에 맞춰서 하다 보면 4박을 타게 되잖아요. 자연스럽게 항상 중간에 있어야 하죠. 4박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거기에 딱 맞춰서 하면 이상해지는… 그게 정말 이날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못 찾았을 때 이호 오빠가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전효정)

"효정 씨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하긴 했죠.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마치 본인이 혼란의 원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 같아요."(안이호)

"그건 사실 효정 씨가 감당해야 될 건 아닌데… 본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순간은 또 저희도 처음이다 보니까 효정 씨가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장영규)

-용진 씨는 같지만 또 다른 이유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드럼이라는 악기 정체성으로 이날치 본연의 색깔에 또 맞춰야 하니까요.

"헷갈리는 지점들이 많긴 했어요. 이날치 음악 시스템도 그렇고 그루브도 그렇고 드러머 관점에서 제가 좋다는 리듬감으로 연주를 한다 쳤을 때, 만족스럽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1년 정도 하다 보니까 효정 씨가 얘기했던 것처럼 국악의 3박자 리듬이 4박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긋나면서 생기는 그루브감이 있는 거예요. 저는 딱딱 떨어지는 것만이 좋은 그루브라고 생각을 했을 수도 있죠. 그런 지점에서 배워나가는 단계이자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이용진)

-김연재 극작가님과는 어떻게 작업이 시작된 건가요?

"처음엔 '멤버들이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가 들어오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어떤 사람이 우리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김 작가님이 떠올랐어요. 극단 동이라는 단체에서 작업을 했을 때 김연재 작가님 작품을 하나('상형문자무늬 모자를 쓴 머리들') 같이 했었어요. 대본을 읽은 작품도 하나 있는데 그건 무대화되진 않았어요. 그때 우연히 이호 씨한테 그 대본을 읽어보라고 줬는데 작가님의 특별함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판타지를 만들 수 있는, 어떤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이 첫 번째 조건이었는데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김연재 작가님이 딱 떠올랐어요. 작가님의 낯선 상황들과 낯선 단어들의 조합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폴란드에 가신다고 해서 저희 유럽 투어 때 베를린에서 뵀어요."(장영규)

-그곳에서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모험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게 된 겁니까?

"원래 전쟁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고수머리를 가진 어떤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맞닿아 있는 나라이거든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작가님도 자신도 모르게 그 영향이 엄청 많이 느껴진다 얘길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들어간 것 같아요. 국경도 한번 갔다 오셨어요."(장영규)

-이호 씨가 작가님과 가사 협업을 하셨는데요.

"일단 작가님이 만들어낸 세계관이 되게 좋았어요. 저희가 원래 가사를 두고 거기에 노래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노래가 어느 정도 스케치가 되면 거기에 가사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그러니까 판소리에 말을 붙여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이 부분은 판소리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도움을 드렸어요. 근데 과정이 흥미로웠던 건 작가님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법한 의사소통, 대화 등의 표현들을 항상 하나씩 꼬아서 가더라고요. 어디서 들었을 법한데 평소에 잘 안 쓰는 표현들, 예를 들어 자웅자웅은 발자국을 두텁게 걸어가는 그런 느낌을 표현한 의태어로 돼 있는데 그런 것을 찾아오시거나 본인의 독특한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판소리 안에서 리듬감 있게 살려낼 지 너무 욕심이 났어요."(안이호)

-어떻게 보면 진짜 소리꾼들이 가장 잘 살리거나 재밌어할 플로우, 라임이 만들어지는 거네요.

"사실 가사를 작업하는 부분이 제일 공을 들였던 부분인데요. 판소리 오바탕 가사들을 봐도 의성어, 의태어를 이용한 말놀음이 엄청 많아요. 우리 판소리를 즐겼던 사람들의 유희였거든요. 그래서 소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의성어 의태어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꾸준히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김연재 작가님께서 써주신 말들엔 진짜 드문 표현들이 엄청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에 단어를 맞닥뜨렸을 때 나오는 느낌을 서로 공유했고 또 각자 갖고 있는 느낌이 달라 선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처음엔 김연재 작가님이 판소리 전통 사설은 어떤 방식으로 돼 있는지 궁금해하셨는데, 장영규 감독님께서 그 방식을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최수인)

-감독님은 김 작가님이 그걸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작가님이 오랫동안 자기의 다름을 만들어 왔는데 짧은 시간 안에 판소리 사설을 받아들이는 건 저희가 바라는 방식은 아니었어요. 본인의 고유한 어떤 글을 우리가 받아서 우리가 소화하는 게 훨씬 더 좋은 작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죠. 김 작가님을 섭외한 이유 중 하나는 그분이 만들어내는 이상한 판타지가 잘 드러나는 독특한 표현들에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기존의 판소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희석되다 보면 이 사람이 만들어내는 그 독특한 재미가 점점 옅어지겠구나 판단했죠."(장영규)

"신곡 가사들을 보면 전통하는 사람들이 되게 낯설어할 것들이 엄청 많아요. 말붙임이나 형태적인 것에 있어서요. 저희는 전통인 오바탕에서 소스를 얻어 차출하니까 어떻게 보면 그 색이 많이 묻을 수도 있는데, 이번엔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어요. 사실 뼈국인(뼛속까지 국악인)들의 모멘트가 있거든요.(최수인)

"판소리에서는 '이면(裏面)을 표현한다'라고 하는데 가사가 소리에서 나타나야 되는 거예요. '멀리 있다'는 가사가 나오면 소리를 정말 멀리 내보내거든요. '청각의 시각화'인 거죠. 그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저희가 공유하는 구글 파일이 있어요. 거기에 작가님이 1차로 쓰시면 2차로 이호 오빠가 소리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서 쓰시고 그 다음에 '제가 직접 불러봤더니, 여기는 양의 모음보다 음의 모음이 모아져야 훨씬 더 잘 살아요'라고 의견을 내죠. 문법상으로는 뭐가 맞겠지만 노래상으로는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게 좋겠다는 디테일을 더한 거죠."(전효정)

-이런 소리꾼들의 언어적 물성을 좀 베이스 리듬으로 받아내는 것 또한 되게 재밌으실 것 같아요.

"일단 노래하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보컬들 중에 가장 리듬이 좋아요. 그걸 살려주기 위해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노디)

-용진 씨에게도 같은 질문을 드립니다.

"저 역시 보컬 분들이 만드는 리듬감 자체가 너무 좋다고 느껴요. 베이스 소리를 사실 더 많이 들어야 되는데 보컬의 리듬감에 더 귀가 많이 갔었어요. 그게 처음엔 힘들었던 부분이죠. 보컬의 리듬감이 꽉 차니까 맞춰서 살려줘야겠다라는 판단을 초반에 했죠. 그 좋은 리듬감을 드럼이 잘 쳐줘야 되거든요. 과해도 안 되고 덜 해도 안되고 적절하게 잘 쳐주는 역할이 중요하죠. 그걸 맞춰가는 상황이에요."(이용진)

-이런 창의적인 작업은 장영규 감독님의 개방성을 근간 삼는 부분도 있죠. 이런 시스템은 멤버들에 대한 믿음도 기반이 되는 거죠?

"어쨌든 다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그 다름을 표현해 낼 수 있게 저는 계속 얘기하는 것 같아요. 남과 다른 지점을 본인들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끌어내는 거죠."(장영규)

"항상 감독님께서 옆에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야 더 재미있어진다. 비슷해지면 안 된다'를 말씀 해주셨어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작업할 때 제일 중요한 지점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혼자 하지 왜 여럿이 모여서 하겠어요. 다름이 모여서 확실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날치 작업이 재미있는 게 같은 팀이라 공동체적인 작업이잖아요. 근데 그 안에 제 개인작업이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내 역할이 분명히 있다'라는 주인의식이 생겨요. 그러다 보니까 애정이 더 가죠. 이날치는 내 해석이 있어야 되고 그게 존중받고 그것이 필요한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요."(전효정)

-이날치를 보면 음악 다양성의 최후 보루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국내 음악 신에서 드문 사례를 만들어주는 멋지고 중요한 밴드이기 때문에 계속 신이 자극을 받도록 새로움을 기대하게 돼요.

"사실 이날치가 어떤 신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이날치가 위치한 신은 지금 없는 것 같아요. 애매한 위치라 인디 신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대중음악 신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위치에 그냥 혼자 서 있는 거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로서 자리를 잡고 순환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팀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 중에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장영규)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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