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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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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 붐은 바깥에 있다가 최근 찾아온 게 아니다.

2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새 전국 투어 첫 서울 콘서트가 새삼 가르쳐 준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밴드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깨달음이다.

가왕이 이끄는 유서 깊은 밴드라고 인위적으로 존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 대한 자발적인 존경은 오로지 음악에만 힘입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위력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기본기가 우선이다.

기타 최희선·베이스 이태윤·키보드 최태완·키보드 이종욱·드럼 김선중의 연주는 조용필이 확신하는 음악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조용필 식 웅장함이 돋보이는 '아시아의 불꽃'으로 포문을 열었는데, 이들의 연주는 단호하지만 무엇보다 순간에 유연한 열린 의식과 같았다.

'청춘시대'의 사이키델릭, '미지의 세계'의 청량함, '모나리자'의 로킹함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어덜트 컨템포러리 영역의 사운드 역시 완성도가 높았다. 쉽게 들린다고 편안하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아울러 조용필이 최근 11년 만에 낸 정규 음반인 정규 20집 '20'의 타이틀곡인 팝 록 '그래도 돼'의 애상적이면서 부서질듯한 사운드는 아련함을 안기기도 했다.

이 중심엔 단연 조용필의 보컬이 있었다. 몇 년 동안 지켜본 그의 콘서트 중에서도 가장 목 상태가 좋았다. 미성은 여전했고 특히 송곳 같은 목소리로 드라마틱한 포물선을 그리는 아득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날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를 때가 대표적이었다. 내레이션과 고음을 오가는 그는 마치 뮤지컬배우 같기도 했는데 장중한 서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그 호흡이 몰입도를 높였다.

이 곡은 조명, 영상을 아우른 무대 연출도 황홀경이었다. 내내 어둡다가 막바지에 대형 LED 스크린에 파도 치는 영상에서 부서지는 윤슬과 조용필의 부서질 듯 애잔한 보컬이 어우러져 시각의 청각화 혹은 청각의 시각화가 이뤄지는 공감각적 심상의 극치를 보여줬다.

용의 'ㅇ'을 상징화한 무대 한가운데 대형 오브제의 활용도도 높았다. '여행을 떠나요'에선 도상학적으로 꾸며진 우주여행을 하는 화면 속 풍경과 맞물리며 위상학적인 정경을 선사했다. '꿈'에선 도시의 야경을 내다보게 하는 창(窓)으로서 작용했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에선 조명 세트가 마치 인생의 오르막길처럼 대각선으로 공중 위에 자리하는 등 또 다른 오브제 역을 했다.

조용필은 앙코르 첫 곡으로 '추억 속의 재회'를 들려줬고 '바운스'를 거쳐 2시간 남짓 진행된 콘서트 내내 통통 튀는 목소리를 유지했다. 특히 7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도 공연 후반부에도 전혀 지치지 않는 성대 관리는 감탄을 불렀다. 내내 객석의 떼창이 나온 '친구여' 후반부 비브라토가 절정이었다.

조용필은 "내 나이 때 (노래) 할 수 있어요? 까불지 마세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객석 곳곳에서 공연 내내 저는 "오빠" "형님"이 쏟아졌다. "저보고 아직 오빠라고 그럽니다. (이 나이에 오빠라 불리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하하. 아 저기는 형이야?"

조용필은 '20' 발매에 대한 소회도 꺼냈다. 그는 앞으로 신곡은 계속 내지만, 이번 앨범을 끝으로 물리적인 앨범은 내지 않겠다고 앞서 선언했다. "제가 10집을 원, 투로 나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실 스물 한 장이 나온 거예요. 1980년 이전에도 음반을 냈지만 공식적인 컴백의 의미로 그때부터가 시작이죠. 숫자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앨범을 냈었습니다. 스무 번째로 아쉽게도 끝났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보통 장년의 인기 가수 공연은 자식 세대가 대신 예매하고 부모가 현장에 오는 식이다. 그런데 조용필의 콘서트엔 유독 부모·자식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엔 콘서트가 웰메이드라는 입소문이 점차 번지면서 공연문화를 좋아하는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필수 관람' 코스가 됐다. 현장을 직접 찾아 공연 완성도를 검증하고 조용필의 인기를 역산(逆算)해 보겠다는 젊은 관객들만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연령대별 예매자 통계가 보이는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조용필이 이날 포함 네 차례(23·24일, 30일·12월1일)의 서울 공연 이후 오는 12월21일 대구 엑스코 동관에서 펼치는 콘서트 예매 관객의 20대와 30대 비율은 각각 19.4%와 28.8%에 달했다.

1997년 결성한 '이터널리', 1999년 출발한 '미지의 세계', 2001년 만들어진 '위대한 탄생' 등 활발히 활동 중인 대형 팬클럽들이 나란히 사이좋게 부스를 차리고 서로 도와가며 응원하는 모습도 Z세대가 보기엔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전히 조용필 그리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건 호사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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