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美 기업 채무불이행, 지난해 80% 급증"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글로벌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는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급증했으며,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도 이런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 상환에 실패한 미국 기업 수는 총 153개로, 전년도 85개 대비 80%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7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S&P는 이들 기업 대부분이 마이너스 현금 흐름, 높은 부채 부담, 취약한 유동성을 가진 낮은 등급의 기업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 보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이같은 채무불이행을 주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13조7000억 달러(약 1경830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S&P는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의 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연준의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면서 2020년 이후 부채가 18.3% 증가했다.

S&P는 "올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신용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B- 이하 등급)의 약 40%가 등급 강등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 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업들이 2024년 만기 도래 부채를 줄이는 가운데, 투기 등급 부채(고금리 대출 등)의 만기 대부분이 2025년과 2026년에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우 낮은 금리로 조달됐던 부채들의 상당 부분이 만기가 향후 몇 년 내로 다가오면서 '기업 부채 절벽'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CNBC는 전했다.

S&P는 "경제 성장 둔화와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과 함께 소비재·소매 업종에서도 경기 악화로 인한 취약한 고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S&P는 고금리 속에서 부채 증가, 인력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의료 부문 등에서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이런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는 적어도 올해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최대 1.5%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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