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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998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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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통화옵션계약 키코(KIKO)에 대해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산업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사례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31일 본지가 입수한 키코 피해기업 중 한 곳인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결정서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의 ‘키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안건을 인용결정했다. 분조위는 조정결정서에서 산업은행이 키코로 발생한 손해 배상으로 27억9417만3000원을 일성하이스코에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일성하이스코는 1200억원 규모의 매출 대부분이 수출로 발생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고자 2007~2008년 산업은행과 5건의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장외파생상품 거래경험이 없는 경리업무 담당 부장이 키코 업무를 담당했으며, 별도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담팀이나 내규는 없었다. 환율 급상승 시점인 2008년 3월 이전에 만기종료된 2건의 계약에서 1억3400만원의 수익이 났으나, 이후 나머지 3건에서 185억160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이 특정 구간에 머물 경우 기업이 이익을 보지만, 환율이 그 구간 이상으로 오를 경우 막대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산업은행이 일성하이스코에 교부한 키코 상품설명서는 손익구조도를 통해 오인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산업은행은 상품설명서의 손익구조도에서 기업의 손실 부분이 환율 960원까지는 선물환보다 손실이 적은 것처럼 표현했으나 실제 계약조건을 정확히 반영할 경우 941.4원을 기점으로 키코의 손실이 선물환보다 더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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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업은행이 통화옵션계약의 규모는 일성하이스코의 수출액을 초과했다. 일성하이스코의 2006년 수출실적은 5600만달러, 2007년 1억100달러였음에도 산업은행이 2007년 맺은 통화옵션계약 규모는 총 1억6200만달러에 달했다. 이후 산업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이 일성하이스코와 계약한 총 파생상품 계약액은 2억6000만달러, 4억3400만달러, 4억100만달러로 증가해 직전년도 수출액 대비 헤지 비율이 464%, 768%, 397%에 달하는 폭발적인 규모의 오버헤지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산업은행은 2008년 1월 일성하이스코 측에 “가격이 매력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새로운 키코 계약 체결을 권유하며 상품설명서에 ‘향후 1년간 환율이 현재수준에서 60원 레인지에서 형성되는 경우 최적의 이익 향후’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직전 계약인 2007년 11월(당시 환율 921.1원) 이후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해 본건 계약 체결까지 940원대를 돌파하는 등 혼조세를 보이는 상황이었다. 2달새 환율이 약 20원이 오른 상황에서 향후 1년간 60원 범위에서 형성될 것이란 무리한 예측을 내놓은 것이다.
산업은행은 단계 환율전망 자료를 근거로 장기 파생상품을 팔았다. 2007년 8월 7일자 KBD국제금융포커스의 분석 보고서상 8월 환율이 905원~925원에 형성될 것이란 단기전망자료를 제공하면서도 일성하이스코와는 12개월짜리, 24개월짜리 장기 파생상품을 권유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환율변화에 따른 예상 손익규모 및 추이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는 손익시나리오 등을 제공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으며, 키코 계약서 전문을 영문으로 제시해 비전문가인 일성하이스코 담당자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착오해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키코 옵션에 대한 가격 정보를 일체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분조위는 “산업은행이 환헤지를 의도한 일성하이스코의 목적과 달리 기 환헤지 물량 및 잔여 헤지여력을 파악해 해당기업의 적합한 계약을 권유하겠다는 뚜렷한 인식이나 진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채 계약을 권유함으로써 재무적 리스크를 초래하는 오버헤지를 야기한 것으로 적합성원칙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산업은행은 키코 계약으로 인해 일성하이스코가 부담하게 되는 위험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보이므로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역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분조위가 지적한 적합성원칙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선고한 판례에 근거했다. 해당 판례에 적시된 적합성원칙·설명의무 위반은 금융업계에서 불완전판매의 근거로 널리 알려져 있다.
konplas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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