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만 조합원 농협 수장 농가소득 안정·금융 혁신 과제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강호동 율곡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기존 대의원 간선제와 비교해 전체 조합원의 의중이 더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강호동 당선인은 변화와 혁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협동조합으로 농업인과 임직원, 국민이 함께하는 농협을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로 두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전체 조합원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농민 수장인 만큼 목표로 한 공약을 이행하는데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호동 당선인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안정적으로 농업 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농가 소득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농가 소득은 2013년 3452만원에서 2022년 4615만원으로 10년 새 1000만원 넘게 늘었지만 농업외 소득이나 이전소득을 제외한 순수한 농업소득은 1000만원(948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오히려 10년전(1003만원)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농업 생산비는 2013년 2061만원에서 2022년 2512만원으로 500만원 가까이 불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그 사이 농민들의 부채는 더욱 늘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로는 농협 전체 조합원 중 56만3000명이 채무를 지고 있으며 이들의 총 부채액은 78조4000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이 1억250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22년 자산규모 524조원에 당기순이익이 2조2309억원으로 금융권의 큰 손이다. 중앙회 상호금융도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어서 금융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강 당선인은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캐피탈 매각과 농협생명·손해보험를 공제사업으로 재편하는 등 공약으로 내세운 다양한 금융혁신 과제를 착실히 이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상호금융을 농협의 수익센터로 혁신해 수익성을 바탕으로 농축협 정기예치금 금리 등을 조정,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호금융을 독립시켜 제1금융권 수준으로 키운다는 공약도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강 당선인은 40년만 농협맨으로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합원 수익과도 직결된 농산물 가격 안정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 탓에 농가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을 구현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영농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채널을 단순화해 농가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이행돼야 할 공약으로 꼽힌다.

특히 조합원 상당 수가 벼 농사에 종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쌀 가격 안정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벼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논 타작물 전환 등으로 쌀 생산량이 감소 추세지만 빠르게 줄어드는 쌀 소비량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쌀값이 불안하다.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쌀값을 방어할 수 있는 지원 방안 등을 정부와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등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재추진할지도 관심이다. 이성희 회장이 추진한 농협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본회의 상정이 불발돼 사실상 이번 회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를 비롯해 도농상생지원자금 조성·운영, 회원조합지원자금 운영 투명화, 농협 계열사 명칭사용료 상향,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 제한 등의 개혁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됐던 현직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농협법 개정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강 당선인이 회장 임기를 본격화하고, 농협법 개정 필요성과 공약에 부합하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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