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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아파트값 급등을 막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린벨트가 반세기 만에 최대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청년 세대의 시급한 주택 문제 해결 등 미래 세대 주거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결단했다고 9일 밝혔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해제 지역에 공급될 주택은 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 등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다.

개발제한구역 내 관리되지 않은 훼손지 등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이 활용될 전망이다. 해제 지역은 오는 11월 중 공개될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했다.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지정 이래 반세기 동안 유지돼 왔다. 이 제도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로의 집중화와 이로 인한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정 목적은 서울시의 확산 방지, 안양·수원권 연담화 방지, 상수원 보호, 도시 연담화 방지, 안산 신도시 주변 토지개발 방지 등이었다.

최초로 지정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서울시 45개 동과 경기도 1개시(2개동), 5개군(73개리)에 지정됐다. 당시 지정된 면적은 서울시의 약 2.3배였다.

개발제한구역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로 서울시 행정구역 외곽에 폭 20~30㎞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집중적으로 지정됐다.

지정 후 수십년이 흐르면서 점차 주택 부족과 개발용지 부족, 개발제한구역 원거주민들의 보상 관련 문제 등 문제가 제기됐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 발표를 계기로 시작됐다. 1998~1999년 개발제한구역 환경평가제도가 도입되면서 해제가 본격화됐다.

김대중 정부는 표고와 경사도, 임업적성도, 농업적성도, 식물상, 수질 등 6개 지표를 기준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평가한 후 환경적 가치가 높은 1등급부터 가장 낮은 5등급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1~2등급지는 보전 지역, 3등급지는 조정 가능 지역, 4~5등급지는 해제 가능 지역이다.

2002년 1월22일에 발표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범위는 서울·인천·경기 등 전체 면적 1566.80㎢(4억7396만평) 중 7.9%인 123.86㎢(3726만평)였다. 다만 서울 시내 해제 비율은 2.1%로 최소화됐다.

약 10년이 흘러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 9월 개발제한구역이 또 해제됐다. 정부는 국토부 훈령과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 방안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을 지역 현안 사업지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당시 국토부가 추진한 개발제한구역 환경평가등급 재평가에 따라 2013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전국 7개 권역 개발제한구역 전역에서 등급이 조정됐다.

그 결과 수년에 걸쳐 서울시 16개 자치구에서 2등급지가 감소하고 개발이 가능한 3~5등급지가 증가했다. 이는 환경평가등급 재조정을 요구해온 지자체들이 원했던 결과였다.

2018년 서울 아파트값 폭등 사태 때 개발제한구역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시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해 공공택지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며 끝까지 반대했다.

당시 여권 내 잠룡 중 한 사람이었던 박 전 시장으로서는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그는 그린벨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국토부는 2022년까지 수도권에 공급할 전체 30만호 중 5만호를 서울 안에서 공급해야 한다며 강남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양질의 택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 전 시장은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20여곳을 택지로 제공해 국토부의 목표치인 5만호를 뛰어넘는 6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며 그린벨트만은 풀지 말자고 버텼다.

김 전 장관이 개발제한구역을 직권으로 해제하겠다고까지 압박하고 청와대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박 전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개발제한구역은 해제되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이 중앙정부와 정면충돌까지 불사하며 지켰던 개발제한구역이 최근 다시 시작된 서울 아파트값 급증세를 계기로 다시 공공택지사업 후보지로 거론됐다.

정부의 요청에 오 시장이 호응하면서 개발제한구역 중 상당 지역이 해제 수순을 밟게 됐다.

전문가들은 개발제한구역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희 성신여대 교수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의 환경평가등급 재평가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보전지역인 2등급지의 감소와 상대적으로 해제가 가능한 조정지역인 3등급지의 증가 현상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된 많은 변화와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공공택지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환경 보전 측면에서는 퇴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환경운동가 출신인 오세훈 시장의 지론과도 배치된다. 오 시장 역시 자신의 철학과 다른 방향의 정책적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번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저 역시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환경운동을 먼저 장시간 했던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러나 (개발지역을) 훼손된 것에 한정하고 이것을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 공급에 쓴다면 그래도 양해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오 시장의 설명대로 서울시는 환경 보전 가치를 상실한 개발제한구역에 한해 택지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환경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은정 계명대 부교수팀이 발표한 '공공택지개발지구의 식생변화가 지표면온도에 미치는 영향: 서울시 공공택지개발지구의 개발 전과 후의 비교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해제 후 추진된 공공택지개발사업 후 환경 파괴 현상이 나타났다.

신내3지구, 신정4지구, 내곡지구, 세곡2지구, 강남지구, 오금지구, 위례지구 등 공공택지개발 사업 7개소를 분석한 결과 개발 이전에 비해 식생 수준이 악화됐다.

지표면 온도 상승도 감지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위례지구는 개발 이전에 비해 개발 이후 지표면 온도가 2.73℃ 올랐고 신내3지구는 1.8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사업을 통해 해당 지역 식생 변화가 동반됐으며 이로 인해 지표면 온도가 상승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은정 교수팀은 향후 개발제한구역에서 택지사업을 하더라도 친환경적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녹지지역의 훼손 등의 기존의 무분별한 개발 방식이 아닌 해당 지역의 식생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지표면 온도를 저감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원, 식재 조성과 더불어 바람길, 열원 제거, 차량 통행 감소, 생태 주차장, 옥상 녹화 등을 고려한 친환경적 도시개발정책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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