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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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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연말 추진을 공식화 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플랫폼경쟁촉진법안을 발표했으나 반응이 좋지 않다.

공정위는 업계 반발을 불러왔던 '사전 지정' 제도를 빼는 대신 '사후 추정'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를 두고 어느 한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지적했고, 다른 한쪽에선 "후퇴 입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독과점 플랫폼의 반경쟁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분야에서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 행위를 저지른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할 예정이다.

당초 공정위는 보다 신속한 사건 처리와 예방 효과 등을 위해 일정 기준 만족하는 사업자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사전지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 기업을 독과점 기업으로 낙인 찍는 것이라며 업계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사전지정제도 대신 사후 추정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는 업계·학계 등과 장기간 소통을 통해 법 위반 행위를 접수하고 나면 해당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추후에 판단하는 사후 추정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양측에서 비판을 받게 됐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야권은 이번 발표를 두고 냉랭한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이미 수많은 논의와 토론을 통해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고 평가가 끝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돌연 후퇴했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지정규정을 전면으로 후퇴시킨 졸속 수정이자, 규율 대상도 없이 규제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논리적 역설로 얼룩진 누더기"라고 혹평했다.

정무위 소속인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독점 대기업들의 시간 끌기 속 법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전지정제도를 반대했던 업계의 우려도 지우지 못했다.

사전지정에서 사후추정으로 이름만 바꿨을 뿐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동일한 데다가, 경쟁제한성 입증 관련 부담이 공정위에서 업계로 넘어가면서 공정위가 추진하던 실질적인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정위가 법 위반 행위뿐 아니라 경제 분석 등을 통해 해당 위반 행위로 경쟁이 제한됐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했으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가 법 위반 행위가 있다는 사실만 보이면, 경쟁 제한성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항변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사전지정 심사에 대응할 수고는 덜었지만 여전히 금지 행위는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자사 우대 등의 행위가 금지된 상황에서 해당 행위로 효율성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책임이 기업에 지워진 이상, 사업 활동이 굉장히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변권 보장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기존에 사건처리하던 것과 다르게 방어권을 많이 보장하는 식으로 업무 운영을 개선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판단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업자가 경쟁제한 효과가 없음을 입증하기란 지극히 곤란할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 금지로 운영될 것"이라며 "문제는 단순히 입증책임이 전환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금지된 행위가 일반적으로 경험칙상 경쟁제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 아무런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라도 경쟁촉진 효과나 효율성·혁신 증대 효과를 가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므로 이런 방식이 합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공정위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사전지정제도를 제외한 점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기존 공정거래법 규제 외에 새로운 규제를 더하면서 사전지정까지 하게 되면 기업과 경제에 주는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입증책임이 강화된 데 대해서는 "사전 규제를 도입했다면 항변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번에 발표된 기업의 입증책임 강화는 항변권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정위의 입법 목적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향후 법원이 공정위가 규제 행위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지나치게 쉽게 추정한다고 판단하면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원장은 "과거에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 합의 추정 제도가 있었는데, 외견상 일치된 행위가 있으면 합의가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당사자가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변해 법원이 판단하게 됐다"며 "법원이 추정의 번복을 광범위하게 인정해주면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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