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일만의 QS' 류현진, 전 동료 시거와 승부 '아쉽네'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480일만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지만 '전 동료' 코리 시거와의 승부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1홈런) 5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4개월 만인 올해 8월 복귀한 류현진이 퀄리티스타트를 써낸 것은 지난해 5월 21일 신시내티 레즈전(6이닝 무실점) 이후 480일 만이다.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는 것은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뜻이지만,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타선이 선발 맥스 셔저를 비롯한 텍사스 투수진 공략에 애를 먹은 탓이다.

팀이 0-3으로 뒤진 7회초 이미 가르시아에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토론토가 3-6 패배를 당하면서 오히려 3패째(3승)를 떠안았다.

토론토 타선이 셔저 공략에 애를 먹는 가운데 먼저 3점을 내준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필 LA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시거에게 당한 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준수했다.

복귀 이후 한층 빛나고 있는 제구력은 이날도 돋보였다. 이날 잡은 삼진 5개 가운데 4개가 루킹 삼진이었다.

이날 최저 시속이 62.5마일(약 100.6㎞)에 불과했던 커브는 텍사스 타자들에 혼돈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느린 커브 조합으로 텍사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직구 구속도 한층 올라간 모습이었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88.4마일(약 142.3㎞)지만, 이날 경기에선 평균 구속 88.9마일(약 143.1㎞)을 찍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90.6마일(약 145.8㎞)까지 나왔다.

직구가 날카롭게 제구되는데다 구속까지 오르니 변화구도 한층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시거와의 승부에서 밀리면서 실점의 빌미를 줬다.

2013~2019년 다저스에서 뛴 류현진은 시거와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시거는 2015년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021년까지 뛰었다.

2021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된 시거는 텍사스와 10년 3억2500만달러에 대형 계약을 맺고 팀을 옮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100경기에서 타율 0.337 30홈런 88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1.049로 활약하던 시거는 류현진에게 경계대상이었다.

지난해 4월 11일 텍사스전에서 시거를 2타수 무안타로 묶었던 류현진은 이날만큼은 시거를 봉쇄하지 못했다.

3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던 류현진에게 첫 피안타를 안긴 것이 시거였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시거는 류현진의 초구 컷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시거의 개인 통산 1000번째 안타였고, 류현진은 시거의 기념구를 텍사스 더그아웃에 직접 던져주기도 했다.

시거에게 안타를 맞은 것은 선취점 허용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로비 그로스먼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6회 추가 실점을 할 때에도 시거에게 장타를 허용한 것이 단초가 됐다.

6회초 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시거는 류현진의 4구째 몸쪽 커브를 공략해 2루타로 연결했다. 토론토 우익수 조지 스프링어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타구를 걷어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그로스먼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미치 가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 3루의 위기를 이어갔다. 결국 요한 하임에게 희생플라이를 헌납하고 텍사스에 추가점을 줬다.

류현진을 완벽하게 공략한 시거는 이날 텍사스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시거는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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