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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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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할리우드 슈퍼스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67)가 은퇴했다. 윌리스의 딸 루머 윌리스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버지 윌리스가 실어증 문제로 더이상 연기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윌리스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배우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할리우드도 꽤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윌리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를 대표하는 전 세계적인 액션 스타였다. 다만 그는 평범한 액션 배우들이 그러했듯이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작 몇 편을 남긴 채 서서히 잊혀져 간 그저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윌리스는 쿠엔틴 타란티노, M 나이트 샤말란, 우디 앨런, 웨스 앤더슨 등 최고의 감독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언제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던 연기력 뛰어난 배우이기도 했다.

3류 VOD용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는 것으로 끝나버린 윌리스의 말년이 자신이 현재 무슨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손상된 그의 기억력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조롱거리가 됐던 그의 최근 행보는 오히려 동료 영화인과 팬들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윌리스와 오랜 세월 함께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그의 건강에 관한 소식을 접한 뒤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고 했고, '식스센스'를 함께 찍었던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는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윌리스는 국내에서도 30대 이상 영화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배우였다. 그는 톰 크루즈나 브래드 피트처럼 팬이 많은 배우는 아니었지만, 수많은 영화로 한국 관객을 흥분시키고 웃기고 울렸다. 그런 윌리스의 은퇴를 아쉬워할 관객을 위해 그의 필모그래피를 수놓은 영화 중 기억할 만한 작품을 골라봤다.

◆죽지도 않고 또 온 존 맥클레인


윌리스가 연기 경력 중 그를 대표할 만한 캐릭터 딱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다이 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을 고를 것이다. 존 맥클레인은 기존 액션 영화에서 보던 영웅들과 달랐다. 너무나 인간적이었달까. 운이 억세게 없는 그는 매번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악당에게 당하고 죽을 위기에 몰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결국 일상을 되찾는다. 그렇게 사건을 해결해놓고나서 그가 꼭 하려는 일이라는 건 아내에게 사과하거나 딸에게 사과하는 것이었다. 존 맥클레인은 윌리스를 만나 생명을 얻었고, 윌리스는 존 맥클레인을 만나 부와 명예를 얻었다. 윌리스 특유의 입담과 터프함이 존 맥클레인이라는 인간적인 영웅 캐릭터와 묘하게 결합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이 하드' 시리즈는 1988년부터 2013년까지 총 5편이 만들어지면서 약 1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윌리스가 은퇴한다고 하니 존 맥클레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Yippee-ki-yay, Motherfxxker!"

◆브루스 윌리스의 최전성기


윌리스는 연기 인생 내내 최고의 액션 스타였다. 그럼에도 그의 최전성기가 언제냐고 물으면 역시 1990년대 후반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액션 영화가 바로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들고 윌리스가 주연한 '아마겟돈'(1998)이다. '아마겟돈'은 세기말에 쏟아져 나온 각종 재난 블록버스터를 대표하는 영화였고, 윌리스가 연기한 '해리 스탬퍼'는 이 장르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다소 까칠하지만 능력만큼은 의심할 데가 없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딸을 사랑하는 아저씨 캐릭터 말이다. 역시나 명장면은 딸 그레이스(리브 타일러)를 위해 AJ(벤 애플렉) 대신 자신을 희생하는 마지막 대목이다. 해리는 AJ에게 말한다. "그레이스를 잘 부탁한다. 그게 네 일이야. 항상 널 내 아들이라고 생각했어." 이 시퀀스는 뒤이어 만들어지는 수많은 영화에서 반복되며 일종의 클리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아마겟돈'은 전 세계에서 5억50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브루스 윌리스가 OO이다"


'다이 하드'를 잘 모르는 관객에게 윌리스는 아마 이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식스센스'(1999). 이 영화에서 파생한 말인 "브루스 윌리스가 OO이다"는 국내에서 스포일러를 상징하는 하나의 밈(meme)이 됐을 정도다. 다만 이 작품을 재미로만 소비하거나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로만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 이 영화는 윌리스에게 배우로서 또 다른 길을 열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식스센스'를 통해 액션이 아닌 다른 연기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심지어 잘하기까지 한다는 걸 증명했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젊은 M 나이트 샤말란을 선택한 선구안은 또 어떤가. 그렇게 윌리스와 샤말란의 인연이 시작됐고, 그들은 이후 '글래스' 3부작을 함께하며 새로운 유형의 히어로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가 함께 만든 영화 '씬 시티'(2005)를 윌리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이 스타일리쉬한 액션 영화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배우보다는 스크린 뒤에 있는 감독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더 큰 작품이다. 그래도 '씬 시티'를 윌리스를 기억하기 위한 작품 중 하나로 선택할 수밖에 이유는 그가 얼마나 영화같은 얼굴을 가졌는지 이 작품이 가장 잘 드러내보이기 때문이다. 흑백 화면 속 클로즈업 된 그의 얼굴은 그것 자체로 하나로 스토리가 된다. 대사도 몇 마디 없는데다가 그 대사라고 해봤자 그리 대단한 것들도 아니지만 괜히 명대사처럼 느껴지는 것도 윌리스의 얼굴이 그것 자체로 영화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 아마 윌리스의 연기를 더이상 못 보는 게 더 아쉬워질 것 같다.

◆그는 슈퍼히어로가 아니었습니다


윌리스는 '식스센스'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약 18년에 걸쳐 매우 독특한 슈퍼히어로 영화 '글래스' 3부작을 완성했다. 그는 이 3부작의 시작인 '언브레이커블'(2000)에서 주인공 '데이비드 던'을 연기했다. 던은 대학교 풋볼 경기장 경비원으로 일하는 너무나 평범한 남자. 그런 그가 승무원과 승객 131명이 현장에서 즉사한 대형 기차 사고에서 살아남는다. 상처 하나 없이 말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던은 강철 같은 몸을 가진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 윌리스의 안타까운 소식에 이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건 그에게 던과 같은 강철의 몸이 없었다는 점 떄문이다. 던을 생각하며 너무 일찍 망가져버린 윌리스의 몸이 괜히 야속하기만 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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