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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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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재일(41)은 예술가적 '자의식 과잉'이 없다. 어릴 때부터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며 추앙받았던 그다. 하지만 '듣는 자'를 자처하는 그는 '겸손의 미학'이 음악으로 어떻게 수렴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음악감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음에도, 한결 같은 '근면성실한 노동'이 그걸 증명한다. 정재일의 음악을 듣고 숭고함을 느꼈다면 그래서일 것이다.

그래서 정재일이 24일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한 음반 제목이 '리슨(LISTEN)'이다. 세계적으로 클래식·영화음악 분야에서 유명한 레이블인데 '리슨'이 정재일의 데카 데뷔음반이다.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자신의 목소리와도 같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지구와 자신의 내면을 펼쳐냈다.

정재일은 '전방위 뮤지션'으로 통한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많다. 피아노가 모국어라는 그의 비유를 빌리자면, 악기 세계에서 그는 최고의 다국어 능력자다. 장르를 넘나드는 건 물론이다. 중학생 때 슈퍼 밴드 '긱스'에 몸 담았던 그는 이소라·윤상·박효신·김동률·보아·아이유·이적 등 정상급 대중음악 뮤지션 음반의 연주자와 프로듀서로 나섰다. 국악 기반의 월드뮤직그룹 '푸리' 출신이라는 점, 소리꾼 한승석과 함께 작업한 '바리abandoned'와 '끝내 바다에' 작업도 주목할 만하다.

이뿐만 아니다. 연극 '그을린 사랑', 양손프로젝트의 '배신',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무용극 '어린왕자' '사군자, 생의 계절' 그리고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장민승 작가의 '보이스리스'와 아트필름 '오버 데어' 등 연극, 뮤지컬, 미술과 전시 분야에서도 정재일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꾸준히 재공연 중인 극단 학전의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 음악에 참여하는 등 자신이 어릴 때부터 인연을 맺은 학전 김민기 대표와도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와 BAFTA에서 수상을 하면서 음악 감독을 역임한 정재일 역시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역시 넷플릭스 콘텐츠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 가구가 시청한 시리즈에 등극하며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이어갔고 삽입된 음악은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됐다. 재작년 말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선정한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 사회를 본 재즈 전문지 '재즈피플' 편집장인 김광현 대중음악 평론가와 기자들이 정재일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 편집장은 1990년대 후반 '몽크 뭉크'라는 재즈 잡지에 몸 담았던 시절 정재일과 인터뷰를 하는 등 그의 음악을 꾸준히 들어왔다. 제법 파도가 심하게 치는 듯한 아름다운 밤바다의 모습이 디지털 음반 커버다. 장민승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 이번 음반의 곡들과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해 사용했다고 했다.

-어떤 영감, 어떤 자극으로 이번 음반 '리슨'을 발표하게 됐나요?

"2004년 즈음에 싱어송라이터 꿈을 안고 '눈물꽃'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역량이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한 뒤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접었죠. 이후 무대 뒤에서 다른 예술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을 계속 해오다가 작년 데카에서 '당신만의 것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 때 2004년이 떠올랐죠. '싱아송라이터'에서 '싱어송'은 아직 못하고, '라이터'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노래가 있는 곡이나 팝송이 아닌, 영화·클래식 레이블이라면 제가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만을 음악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음악이 알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어려운 기회잖아요."

-'리슨'이 앞으로 선보일 음악의 청사진인가요?

"앞으로 선보일 음악 스타일은 아닐 거예요. '리슨'이 (데카에서 내는) 처음이기 때문에 저한테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악기를 고르고자 했어요. 가장 편한 언어로 시작을 해보자고 해서 피아노를 선택한 거죠. 사실 파아노는 저에게 '모국어'나 다름 없어요. 말하는 것보다 피아노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편하죠. (데카에서) 첫 음반인데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큰 편성보다는 제가 오롯이 혼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편성이 좋갰다고 생각했죠. 앞으로는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솔로 작업이 영화음악이나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일단 장점은 컨펌 받을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힘들어요. 연극은 스크립트, 무용 안무가 있는데 솔로 작업은 음악만을 위해 처음부터 구상해서 믹싱 단계까지 가야 하니까 조금 오래 걸려요. 쉬지 못하는 것도 있죠. 또 음악만 들어야 하니까, 숨을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을 발휘해야 후회하지 않죠. 시간을 들여 집중하는 게 어렵지만, 장점이 이 모든 힘듦을 상쇄해요."

-선공개곡이기도 했던 첫 곡 '더 리버'는 어떤 곡인가요?

"굉장히 침잠하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곡을 쓰는 프로세싱은 즉흥 연주를 하고 어떤 부분이 딱 포착이 되면 거기서 다듬어가는 거예요. 이번에 어떠한 순간을 잡았는데 굉장히 침잠된 순간이었어요. 한강 하구 쪽에서 사는데 조수가 흘러 겨울엔 철새가 수천마리가 몰리는 곳이죠. 그걸 걸으면서 멍하니 바라봐요. 북쪽, 남쪽으로는 습지, 갈대밭이 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그 풍경이 떠올랐어요. 그 주변에 자동차도 다니고 고층 빌딩도 있는데 이 풍경에서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만 없으면 '너무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작은 물줄기는 바다까지 가야 하는데 '꼭 바다까지 가야 하나' '바다까지 어떻게 가지' 등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르웨이 소재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고요. 전설적인 명반들이 많이 녹음된 독일의 레이블 ECM 앨범이 주로 녹음된 스튜디오잖아요.

"수만장의 명반들이 탄생한 곳이죠. 일단 피아노 하나로 해야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좋은 악기가 필요했어요. 좋은 악기는 너무 비싸서 저희 집에 없고, 그걸 갖춘 녹음실에 가야 하는데 관리가 잘돼 있는 곳이 세계에 몇 군데 없어요. 그 중 하나가 레인보우 스튜디오였죠. 너무 감사하게도 치프 엔지니어가 저를 위해 시간을 빼 줬어요. 열흘 간 녹음했죠. 하루에 7시간 씩 연주했으니 이번에 못 담은 곡도 굉장히 많아요. 추려내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ECM에서도 음반을 낸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 병환 중인 사카모토 류이치, 그리고 막스 리히터 또 노르웨이 오슬로 하니까 케틸 비외른스타트 등의 음악도 떠오릅니다. 이런 분들에게서 받은 영감이 있나요?

"너무 많이 받았어요. 특히 아르보 페르트는 저의 10~20대를 지배한 음악가 중 한명이에요. 굉장히 느리고 종교적이고 뭔가 구도자적이며 수도자적인 느낌이 날 정도죠. 작품 안에서 그런 느낌이 펼쳐지지만 실제 삶도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사카모토 류이치, 케틸 비외른스타트도 오랜시간 끊임없이 근면하면서 진중하게 살아오신 분들이라 그 분들 삶에 많이 경도돼 있습니다."

-앨범의 후반부에 실린 부분에 '아네스테시아(Anesthesia)'와 '에스테시아(Esthesia)'는 각각 마취, 감각을 뜻하는 의학용어더라고요. 앨범에서 중요한 곡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 곡들에서 편곡이 바뀌는 거 같기도 하고요.

"두 곡은 원래 한 곡이었어요. 어렸을 때 배운 건데 에스테시아는 제 삶에 간직하면서 살고 싶은, 미학적인 아름다운 가능태의 의미예요. 그 반대인 아네스테시아는 추함이 아니라 마비예요. 느낄 수 없는 거죠.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름다움의 반대말인 거죠. 동양도 그래요. 어질 인(仁)은 우리가 보통 '어질다'라고 쓰는데 한의학에서 인을 써 행인(杏仁)이라고 할 때 살구씨를 가리켜요. 근데 그 행인의 반대말인 불인(不仁)은 마비를 뜻해요. 그래서 항상 '열려 있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앨범 제목을 통속적이고 단순할 수 있지만 '리슨'으로 지었어요. 듣고 싶었고 저는 원래 듣는 사람이고 다른 예술을 위해 작업하는 사람이고 내 안에서 뭐라고 하고 싶은지도 듣고 싶고요. 사람들의 말도 듣고 싶고, 지구가 하는 말도 듣고 싶고…. 우리는 못 들어서 팬데믹도 겪고 전쟁도 겪고 그러고 있구나 생각 하면서 앨범을 디자인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편린들의 감상이 쌓이고 그것이 쌓이고 퇴적이 돼 거대한 산이 됐더라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에스테시아'는 잔잔한 파편적인 피아노 선율만 흐르다가 오케스트라가 가세해 클라이맥스로 가고 거기서 끝나요.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에요."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조합을 말씀 하셨는데, 예전부터 그런 부분을 추구해오셨습니다.

"한국음악과 협업을 많이 했어요. 어릴 때부터 한국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한국 음악을 너무 사랑했죠. 아름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것을 학습하고 탐닉하고 협업했어요. 이번 앨범을 위해서도 전통적인 어프로치(approach)로 쓴 곡도 있기는 해요. 그런데 정직하게 피아노, 오케스트라로만 가기로 했죠. 다음 스텝부터는 전통적이고 일렉트로닉적인 어프로치를 사용할 겁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은 재일 씨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줬나요.

"'기생충' 때문에 많은 일이 벌어진 건 사실이에요. 이런 엄청난 기회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직접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통해서 영화 음악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 건지, 제게 필요한 게 더 뭔지 생각하게 됐고 더 사랑에 빠지게 된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예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셨는데 음악은 재일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어릴 때 '장래에 뮤지션, 싱어송라이터가 될 거야' 그런 마음은 없었어요. 중학생이 경제생활은 하지 못하지만 음악은 할 수 있었으니까 기회를 잡았죠. 음악을 사랑하지만 음악의 시작은 노동이었어요. 비단 음악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수많은 노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에게 결여될 수 있는 근면함이나 책임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5년 동안의 대부분을 무대 뒤에서 서포트하고 나름대로 통역가의 역할을 해왔는데 그게 익숙하고 제 삶이고 제 하루이고 그래요. 무대 뒤에서 일하는 기본적인 저의 삶엔 큰 변화는 없어요. 하지만 '성덕'이 될 수 있었죠. 예를 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브로커'를 작업한 게 그래요. 물론 봉준호 감독님, 황동혁 감독님도 존경해오고 있었죠. 그런 분들과 작업할 기회를 얻게 된 것에 대해 '굉장한 일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긱스'로 활동할 당시 팀은 솔, 펑크, 록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슬픈 음악'과 '영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범상치 않은 소년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소원을 이뤘어요. '슬픈 음악'이란 뭡니까?

"어릴 때 어두운 음악에 많이 심취했어요. '레퀴엠'이나 '트래시 메탈'에 심취했죠. 장조보다 단조가 좋았죠. 어두운 음악에서 슬픈 음악으로 갔고, 슬픈 음악인데 그 안에 웃음이 있는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죠. 예를 들면 비올레타 파라의 영화 음악이요. 굉장히 슬픈 음악인데 동시에 웃음도 있고 절망도 있고 그런 것에 10대, 20대가 지배 당했어요. 제가 굉장히 시네필이에요. 거진 시네마테크에 살면서 온갖 영화를 다 보고 이상한 영화를 다 보고 이상한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살았죠. 제가 마흔 두살인데 그 때 학습하고 느낀 걸 밑천으로 삼아 아직까지 살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해요."

-지구 이슈에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됐나요?

"우리가 살고 있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을 텐데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겉잡을 수 없는 것도 있고 그런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생물학자인 최재천 박사님 책을 통해 제인 구달 박사님을 알게 됐어요. 그 분의 삶을 읽었고 한 컨퍼런스(2021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정상회의) 테마곡 '웨이크 업 콜(wake up call)'을 작업하게 됐는데 구달 박사님의 메시지를 받아 음악을 만들었죠. 구달 박사님이 내레이션을 하고요. 그 작업을 하면서 지금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더구나 팬데믹 때문에 3년간 아무것도 못하고 비극적 이별도 많이 보면서 이게 잘못 됐구나는 생각이 들었죠. 갑자기 전쟁도 터지고요. 정말 (인류가) 듣는 귀가 없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뭔가 철학적이고 형이상적이고 심오한 예술적 질문은 던질 수는 없는 수준의 사람이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을 했고 일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연장선상의 질문인데요. 모국어와도 같은 피아노 성질 중 자연의 속성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사실 피아노와 자연의 연결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악기는 나무로 만들어지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울림을 갖고 있고, 긴 울림을 갖고 있는 악기가 피아노예요.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까지, 가장 약한 음부터 가장 강한 음까지 표현할 수 있는 악기도 피아노죠. 완성된 음악에 가장 가까운 것도 피아노입니다. 피아노 한대로 음악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내밀하고 겸손하고, 솔로로 나서는 게 아니라 아주 진중하고 무거운 악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제게 가장 중요한 건, 가장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악기이자 제 마음에 닮아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무대 뒤에 있다가 앞으로 나오셨는데 앞으로 계획은요?

"생계도 중요해요. 무대 뒤에 계속 있을 거예요. 거기서 얻는 예술적 희열, 삶에 대한 고민도 있으니까요. 이번 음반은 일단 마음 기록이에요. 이걸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학습하고 생각하고 구상했죠. 앞으로 더 스텝을 밟아나가고 싶어요. 제가 25년 동안 안 해봤던 것을 이제 해보고 싶긴 해요. 이번에 디지털로만 발매를 했는데 요즘 많이 발매되는 카세트, 바이닐로도 내고 싶어요. CD를 주로 내던 시절엔 순서와 순서, 곡과 곡 사이 침묵까지 다 고민했거든요. 디지털로는 그걸 못하죠. 거기에 아트워크까지 음악의 하나로 만들어서 앨범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세계적 지휘자인 야프 판즈베던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현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지난달 클래식음악 기자 간담회에서 정재일 씨의 이름을 거명하며 작업하고 싶다며, 곡도 위촉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그런 거장께서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을까 생각도 들고, 황송한 제안이기도 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 게다가 클래식을 대표하는 서울시향과 하는 작업인데요. 근데 제가 음악을 대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라 근본이 없어서 그 분들이 생각하는 예술적 경지를 맞출 수 있을 지 두렵긴 해요. 하지만 근본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정말로 제안을 해주신다면 해보고 싶은 작은 소망은 있어요."

-최근 tvN 토크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도 출연을 하셨는데요.

"20분가량 방송이 된 걸로 알아요. 유재석, 조세호 MC분들과는 2시간 남짓 이야기했어요. 따듯한 호의를 보여주셨죠. 대본에 없는 즉흥 연주를 부탁하셨는데 뜬금없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두 분이 따듯하게 이끌어주셔서요. 저는 말하는 게 두려워서 큰 도움이 됐죠. 또 (제작진과) 개인적으로 두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했는데 계속 제 유년시절에 대해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 역시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집에 TV가 없어서 아직 보지는 못했어요."

-데카가 클래식 레이블이기도 하니까 영향을 받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 작품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처음으로 좋아했던 클래식 곡으로 기억하는 건 모차르트 '레퀴엠'이었어요. 클래식을 배워서 한 게 아니니까, 스코어(총보)를 많이 봤죠. 모차르트 레퀴엠의 스코어를 보면서 많이 공부했어요. 라벨, 드뷔시 같은 작곡가도 좋아했고 아르보 패르트 같은 현대음악가들도 알게 됐죠. 그런 아름다운 음악을 하시는 분들, 구도자적인 음악을 하시는 분들, 굉장히 실험적인 음악을 하시는 분들을 존경해요. 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히로시마를 위한 애가(threnody)'(불협화음이 난무하는 실험적인 곡)라는 작품을 듣고 충격에 빠지기도 했어요. 이후로 현대음악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죠. 이외에도 루치아노 베리오, 토마스 아데스, 진은숙 선생님 등 현대음악가로부터 여러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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