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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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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 눈이 부시죠 너무나 아름답죠 / 마주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요"(H.O.T '빛')

3인조 그룹 '빅오션(Big Ocean)'은 K팝 아이돌 그룹이 확장하며 다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 데뷔하는 국내 첫 청각장애인 K팝 아이돌 그룹이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대표곡이자 SM엔터테인먼트의 '사가'(社歌)와도 같은 '빛'(1998) 리메이크 음원을 첫 싱글로 내놓는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소속사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빅오션의 세 멤버 박현진(25), 이찬연(26), 김지석(21) 은 다른 K팝 아이돌 그룹보다 몇 배 이상 신경 쓸 게 많지만, 장애를 핑계로 대충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큰 키에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이들은 타기획사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외형을 지녔다. 데뷔 전부터 다양한 창구로 자신들을 알려온 터라 국내뿐 아니라 이미 해외에도 팬들이 생겼다.

김지석은 선천적인 청각장애다. 박현진은 세 살, 이찬연은 열한 살때 고열로 청력에 손상을 입었다.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와 보청기의 도움을 받고 입술 모양으로 대화 내용을 판독할 수 있기에 의사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사운드가 간섭하는 고난도 비트에, 칼군무로 세 멤버가 합을 맞춰야 하는 아이돌 무대는 다른 얘기다. 일곱 명으로 출발해 세 명이 남은 약 2년 간 연습생 생활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멤버들 간 믿음, 진동을 보내주는 비트 메트로놈·모니터를 통한 빛 메트로놈 등의 도움을 받아 차진 호흡으로 데뷔를 앞두게 됐다. 아나운서 출신 차해리 대표가 이끄는 국내 첫 장애인 전문 연예기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의 제작 능력도 빛을 발했다. 파라스타엔터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 SKT와 함께 참가해 인공지능(AI) 보이스 등 IT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한국어 수어(KSL), 영어 수어(ASL), 국제 수화(ISL)로도 노래해나갈 빅오션은 이렇게 K팝 언어가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두 달마다 신곡을 내며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바다'라는 뜻을 지닌 팀 이름처럼 널리널리 퍼져나갈 준비가 이미 충분히 돼 있는 멤버들이다. 다음은 세 멤버와 나눈 일문일답.

-세 분은 맨 처음에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었나요?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엔 어떻게 들어오게 된 겁니까?

"아홉 살 때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했어요. 인공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보니까, 적응하는 데 되게 힘들었어요.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피아노 소리가 이렇게 좋게 들리는구나'를 깨달아가면서 점차 소리에 적응을 해나갔습니다. 대학교 때엔 청각장애 크리에이터로서 청각장애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깨부수고 싶다는 키워드로 삼고, 콘텐츠를 만들었죠. 혼자 2역, 3역을 연기한 영상물이었는데 덕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셨죠. 그러다 좋은 기회로 EBS TV '별일 없이 산다'에 출연하게 됐는데, 분장실에서 휠체어를 타고 계신 모델 김종욱 님을 뵀어요.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교환했고, 회사 소개를 받게 됐는데 파라스타였죠. 면접을 보고 들어와 활동을 하다가 차해리 대표님께서 '청각장애 아이돌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느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제가 유튜브를 한 취지랑도 너무 잘 맞아서 '너무 좋습니다.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해서 이렇게 도전하게 됐습니다. 원래도 피아노 작곡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실력을 더 키워서 작곡도 해보고 싶어요."(박현진)

"저는 사실 K팝에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원래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청능사(난청인의 훈련·재활 등을 돕는 직업)로 일을 했는데, (영화 '코다'에 출연한 청각장애인 할리우드 배우인) 트로이 코처가 고려대의료원 홍보대사로 위촉이 됐어요.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았는데, 제 옆에 유명 장애인 배우인 김리후 님이 계셨어요. 그분이 아이돌 프로젝트를 말씀 해주셨고 합류하게 됐죠. 그때 제가 아는 형들이랑 있지(ITZY) '달라달라 '스니커즈'를 배우고 있었거든요."(이찬연)

"제가 청각장애 학생들만 모여있는 특수학교를 다녔어요. 알파인 스키(alpine skiing) 선수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예술 쪽을 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배우라는 꿈을 갖고 대학 입시를 준비했어요. 소신을 갖고 임하는 주인공(박서준)의 모습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장애인을 위한) 특별 전형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반 전형에 도전을 했는데 거기서 제대로 저를 보여드리지 못했죠. 아픈 시간이었지만 마음을 접고 국립서울농학교 바리스타 전공과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얻었어요.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예술 관련된 무대에 설 수 있는 오디션을 찾고 있었죠. 그러다 파라스타에서 연 런웨이 무대를 봤는데 거기서 현진 형을 봤어요. '멋있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차해리 대표님께서 저를 발견하시고 캐스팅 하셨죠.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뭐든 좋다는 생각에 아이돌을 꿈 꾸게 됐습니다."(김지석)

-장애인 아티스트를 위한 파라스타가 있다는 게 세 분에게 참 든든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장애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많이 전달해주세요. 저희 상황을 잘 이해해 주시니 소통도 잘 되죠. 다른 회사 같았으면 서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늦더라도 글을 적어서 알려주시거나, 천천히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죠."(박현진)

-세 분이 소통을 너무 잘해주셔서 그렇겠지만, 대화에 전혀 불편함이 없네요.

"사실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은 드물어요. 청각장애인은 무조건 말을 못 하거나 어눌하겠다는 생각을 하시는데 선천적, 후천적 케이스가 다양하고 목 근육의 발달 상태도 사람마다 다르죠. 일찌감치 언어치료를 받고 성대 근육을 쓸 수 있는 방법을 훈련하면 저희처럼 대화가 가능합니다."(김지석)

-아이돌 연습생 생활이 쉽지 않잖아요.

"아무래도 다이어트가 가장 힘들었고요. 하하. 다음엔 춤을 출 때 느낌 살리는 게 있어요. 이렇게 두 가지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 근데 뭔가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랑 제 몸에서 나오는 느낌이랑 너무 다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이게 불만입니다."(이찬연)

"춤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머리로는 이해를 했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동작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속상한 적이 많았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던 점이에요. 그런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박현진)

"저희가 사용하는 보조기기가 개인 맞춤이라 합을 딱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워요. 청각 상태에 따라 각자 높은 소리, 낮은 소리에 더 반응하게 설정이 돼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같은 노래를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느끼는 건 각자 다른 노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럼에도 타이밍이 맞아야 하니까, 그런 부분들을 조정하는 게 힘들었어요."(김지석)

-아이돌 하면 떠오르는 '칼군무' 맞추기가 보통의 상황보다 훨씬 힘든 거네요.

"그래서 저희끼리 약속을 해요. 특히 비트를 몸에 새겨 넣는 거죠. 안 들리는 것을 알고 핑계 삼고 싶지는 않거든요. 몸으로 카운트를 해서 멋있게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에 서로 계속 약속을 하고 끊임없이 반복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저희는 박자 강박증이 더 심할 수밖에 없죠. 각자 예민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합의하고 꼭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김지석)

-그런 합을 맞추도록 도와주는 게 진동·빛 메트로놈 같은 거네요.

"소리에 따라서 음향 표시가 되는 화면 메트로놈이랑 진동이 오는 워치 그리고 발 구르기, 손뼉 같은 신체를 이용해요. 다양한 오감을 이용한 연습을 하는 거죠."(이찬연)

-한국어 수어(KSL), 영어 수어(ASL), 국제 수화(ISL)로도 노래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K팝 중에선 '방탄소년단'(BTS)의 대표곡 '퍼미션 투 댄스' 일부 안무에서 수어를 사용하기도 했죠.

"저희 팬분들 중에서 외국 팬 분들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사용하는 수어, 미국에서 사용하는 수어가 다르니까 한국 수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희가 그렇게 수어를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H.O.T '빛'의 원래 안무를 일부 가져왔지만 저희 식으로 바꾼 부분도 있고 노래 뒷부분에 수어를 넣기도 했어요."(이찬연)

-'빛'이 데뷔곡이 된 이유가 있나요?

"'빛'은 긍정적이잖아요. 기쁨, 행복, 희망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죠. 원곡도 IMF 시대 때 '다 같이 힘내자'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아요. 저희도 청각장애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힘 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담았어요."(박현진)

"젊은 분들 뿐 아니라 많은 세대의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노래를 고르고자 했어요. 저는 아버지가 많이 부르셔서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곡이에요. 하하."(김지석)

-데뷔 전 SM 소속 신인 그룹 '라이즈'와 '러브 119' 댄스 챌린지를 촬영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단 전 너무 긴장 됐어요. 그 긴장한 게 영상에 묻어나요. 아쉽게도 실수가 많았거든요. 되게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바로 눈 앞에서 유명 아이돌을 본 게 처음이었거든요."(이찬연)

"유튜브나 TV로만 보던 라이즈 멤버분들을 실제로 뵙게 되니까 다들 너무 잘 생기셔서 너무 떨렸어요. '이게 진짜 꿈인가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원래부터 (NCT 출신 라이즈 일본인 멤버인) 쇼타로 님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뵙게 되면 일본 수어로 곤니치와(こんにちは·안녕하세요)를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정말 좋았어요."(박현진)

-각자 이루고 싶은 개인, 팀 목표는 무엇입니까?

"사실 전 개인적으로 박물관 설립을 하고 싶어요. 장애인들의 다양한 사연이 있는 스토리 박물관이요. 그곳에선 수어로 소통을 하는 시간도 갖고 싶고요. 작곡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 저희 세계관이 담긴 노래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이 곡을 만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날 지 저희도 기대가 됩니다. 또 멤버들이 나중에 악기 연주를 잘 하게 되면 멋진 합주가 담긴 뮤직비디오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박현진)

"저희를 보고 파라스타에 지원하는 후배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난 장애를 갖고 있으니까 꿈을 펼치기 어렵겠지'라는 생각을 갖기 보다 용기를 내 다양한 기회를 얻어갔으면 해요. 또 10년 안에 멋진 회사 사옥도 세우고 싶고요. 하하. 무엇보다 장애가 있다고 저희를 안쓰럽게 쳐다보시는 게 아니라 편견을 걷어내거나 저희 장점이 돋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김지석)

"팀으로서는 여러 나라의 수도를 돌면서 월드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내향적이긴 한데 연예인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이찬연)

◆다음은 차해리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대표 일문일답

-빅오션 제작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파라스타에서는 모델, 연기자 등 장애 아티스트를 대형 스타로 만들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모델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코로나가 터져서 모든 오프라인 런웨이가 취소 되어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연기자를 키우던 시기에는 아티스트들이 아주 작은 배역부터 받으며 성장해나가야 하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스탭들이 조심스러워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캐스팅 거절을 많이 받았습니다. 직접 아티스트를 캐스팅 할 수 있도록 제작까지 시도했으나 녹록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 힘으로 '완제품'을 낼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장 어렵고 자본도 많이 들지만, 그래도 완제품을 시장에 낼 수 있는 '아이돌'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멤버들의 매력은 어떤 건가요?

"빅오션 멤버들은 '선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사회의 편견이나 또래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잘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무엇이 옳은지, 내가 어떻게 역경을 극복해야 할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고민해온 친구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선함'입니다. 그 와중에 멤버별로는 제각각의 팬들이 선물해준 닉네임도 있는데요, 현진은 순진하고 단순하다고 해서 '플랑크톤'이란 별명이 있고 지석은 말 시킬 때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 주르륵 나온다 해 'AI'란 별명이 생겼고 찬연은 맏형임에도 불구하고 막내처럼 가장 애교가 많아서 '맏내(Matnae)'란 별명이 있습니다."

-K팝 업계에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이미 너무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아서 추가로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 K팝 엔터 업계는 철저히 경쟁의 관계이고 강한자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정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파라스타는 각 회사에서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받고, 어렵게 키워낸 대형 문화 지식재산권(IP)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으며, 스타들과 컬래버할 수 있는 기회도 이미 많이 받았습니다. K팝 업계는 생각보다 깨어있었고, 앞으로도 저희와 함께 많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야 말로 K팝 업계에서 너무 뒤처지는 신생 회사가 되지 않도록 선배 회사들을 부지런히 쫓아가 보려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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