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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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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허명행(46)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계 유일무이한 존재다. 무술 감독 출신 영화 감독. 할리우드엔 '존 윅' 시리즈를 만든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같은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한국엔 없었다. 정두홍 무술 감독이 배우로 활동하고 스턴트맨 출신인 원신연 감독 등이 있긴 했지만 스턴트맨으로 출발해 무술 감독이 되기까지 25년 간 액션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일하다가 연출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독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는 흥행 영화 감독 자리를 맡는 경우는 할리우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범죄도시4' 개봉 전날 허 감독을 만났다. 농담도 잘하고 잘 웃던 허 감독은 후배들 얘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그는 "나 같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한 후배는 자신처럼 각종 영화에서 액션을 전담하는 스턴트맨.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게 있어요. 최종적으로 뭐가 되고 싶냐고. 그러면 보통 '감독님 같은 무술 감독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무술 감독 좋죠. 저도 제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죠. 그걸 제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허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황야'로 지난 1월 데뷔 전을 치렀다. '황야'를 촬영하고 있을 때 '범죄도시4' 연출 제안을 받았고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 이렇게만 보면 허 감독이 갑작스럽게 감독 데뷔를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황야' 연출을 하기 전까지 약 10년 간 제작을 병행했다. 종종 연출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워낙에 기라성 같은 감독님들과 작업을 해서 연출은 훌륭한 분을 모셔서 맡기고 싶었다"는 게 당시 허 감독의 생각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허 감독이 무술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다. 다만 제작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금 무모하게 도전했고 역량이 부족했다. 돈도 많이 썼고 한 마디로 엎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영화 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걸 하나 씩 다시 시작해보자고 생각하던 차에 '황야' 연출 제안을 받았고 하기로 했다. 그 선택이 다시 '범죄도시4'로 이어졌다.


"정말 하이 클래스라고 해도 무술 감독으로 수명은 쉰 전후인 것 같습니다. 은퇴하면 할 게 없잖아요. 영화가 너무 좋은데…그래서 제가 제작도 하고 연출도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무술 감독이 끝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전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분명 후배들이 보고 있고, 보고 따라 올테니까요." 허 감독은 "무술 감독 출신이라고 액션 영화만 찍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겠다"며 "지금보다 더 인정 받고 나면 재능 있는 후배들이 영화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범죄도시4'는 29일까지 460만명이 보며 1000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전작에 이어 흥행엔 어떤 문제도 없을 만한 영화를 내놨다는 건 분명 허 감독의 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을 두고 허 감독의 연출력을 논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그간 관객과 쌓아온 신뢰가 그만큼 두텁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 감독 데뷔작 '황야'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일각에선 무술 감독 출신 연출가의 한계가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액션은 흠잡을 데 없으나 영화 전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허 감독은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며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당연히 액션 좋아하죠. 그렇다고 액션 영화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드라마가 강한 영화도 준비 중이고요. 그런데 제가 이 자리에서 '난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상한 것 같아요.(웃음) 말로 하면 뭐하겠어요. 작품으로 보여줘야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또 다른 제 영화가 나왔을 때 그때 다시 평가 받고 싶습니다."

허 감독은 영화 감독과 무술 감독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무술 감독으로 제안 받은 작품이 있다며 액션 쪼에서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한 제작자 분이 감독 데뷔했는데 무술 감독도 하냐고 묻더라고요. 당연히 한다고 했죠. 책(시나리오) 달라고. 연출하지 않을 땐 무술 감독으로 일하고, 연출할 땐 잠시 쉬어 가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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