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빠진 김호중 음주운전 혐의…"위드마크 입증 쉽지않아"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검찰이 가수 김호중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가 직접 시인했던 음주운전 혐의가 결국 제외되면서, 그의 도주 꼼수가 통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김씨를 특가법위반(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경찰이 지난달 말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포함시켰던 음주운전 혐의는 검찰 기소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김씨는 지난달 9일 밤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도주한 김씨 대신 김씨 매니저가 허위 자수하며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잠적했다가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 때문에 경찰은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다.

김씨는 사건 발생 직후에는 줄곧 음주 사실을 부인해 왔으나, 언론을 통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공개되며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지난달 19일 음주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셨을 것이라는 소견을 냈지만, 음주운전의 경우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가 혐의 입증에 핵심적인 만큼, 자신이 시인했어도 해당 죄목을 적용해 기소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경찰은 술자리 동석자, 유흥업소 종업원 등의 진술과 업소의 폐쇄회로(CC)TV영상 등을 토대로 음주량을 추정하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이었다고 결론지었으나, 검찰은 역추산 계산 결과만으로는 정확한 음주량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전문 윤원섭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음주운전으로 기소를 할 경우 입증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며 "음주운전을 제외한 모든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에 예상 형량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직접 술을 마시는 영상은 없지만, 술이 자리로 들어가는 부분 등은 다 확인이 됐고, 동석자 진술 등을 토대로 위드마크를 적용했다"며 "다만 검찰에서는 진술을 토대로 한 추산치이다 보니 유죄 입증이 어렵겠다는 부담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빠졌지만 위험운전치상은 포함됐다. 음주로 인해 정상적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경우 적용되는 법률인데, 이 죄가 적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주 사실 자체가 기소 단계에서 빠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법원에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다. 음주를 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 길면, 최초 음주 시점을 기점으로 음주량을 계산하는 식"이라며 "김씨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김씨의 음주량을 다르게 판단하지는 않았을 텐데, 언제 음주를 했는지에 대한 시각이 달랐을 수는 있다. 그러면 위드마크를 이용한 추산치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또 "만취가 전제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냈어야만 위험운전치상이 인정되기 때문에, 음주운전 혐의가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운전치상 혐의 입증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재판부가 김씨의 음주량을 얼마나 인정할지가 쟁점이 되겠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씨 매니저에게 김씨의 도피차량 블랙박스 저장장치 제거를 지시한 이광득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증거인멸 혐의로, 김씨 차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삼켰다고 진술한 소속사 본부장 전모씨는 증거인멸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방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주취상태로 사고차량을 운전하고 파출소에 허위 자수한 소속사 매니저는 불구속기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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