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롤라팔루자 시카고'서 증명한 라이브…북미 인기 드라이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라고 해도, 가수의 본적(本籍)은 라이브 무대다. 중요한 건 아이돌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음악의 내용 그 자체라는 것.

4세대 K팝 대세 걸그룹인 '아이브(IVE)'가 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 그랜트 공원에서 열린 현지 대형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Lollapalooza Chicago)'의 '티모바일' 무대에서 증명한 사실이다.

사실 아이브는 그간 라이브에 약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이 첫 대형 페스티벌 출연임에도 라이브 밴드와 함께 약 45분 동안 열한 곡을 흔들림 없이 소화했다.

팀의 메인 보컬들인 안유진·리즈는 물론 여섯 멤버 모두 핸드 마이크를 들고 원곡의 안무를 그대로 소화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가창을 들려줬다. 특히 안유진과 리즈는 현지 무더위에도 안정된 고음을 선보이며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인트로로 '디어 큐피드(DEAR. CUPID)'가 흘러나왔고, 아이브의 당당함을 표현한 '아이 엠(I AM)'으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로열(ROYAL)', '아센디오(Accendio)'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긴장감 없이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특히 '아이엠'에서 "데자뷰(데자뷔)" 대목에선 폭발적인 떼창이 나왔다. '아이엠'과 '로열' 중반부까지는 현장 사운드가 유튜브 생중계에서도 흘러나와 멤버들의 목소리가 사실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환경이 오히려 아이브에 대한 폭발적인 현장 분위기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팬덤 '다이브'뿐 아니라 다른 음악 장르 팬들이 많아 보이는 곳에서 얻은 환호성이 컸다.

'로열' 중반부터 멤버들의 마이크 소리가 유튜브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배디(Baddie)' '일레븐(ELEVEN)'으로 노래를 이어가는 가운데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은 더 탄력이 붙었다. '해야(HEYA)' 무대에선 한국적 문양이 무대 위 스크린에 연이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러브 다이브(LOVE DIVE)' '키치(Kitsch)'로 이어지는 히트곡 퍼레이드에서도 우렁찬 떼창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자신들의 첫 영어곡인 '올 나이트(All Night)'로 이번 페스티벌 무대를 성료했다. 보통 한국시간으로 이른 아침으로 여겨지는 일요일 오전 7시인데도, 유튜브 생중계 동시 시청자 수가 최대 2만5000명을 찍기도 했다.

아이브 여섯 멤버 모두 짧은 시간에도 페스티벌 관객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장원영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롤라팔루자 시카고를 비롯 코첼라 등 북미 페스티벌은 K팝 그룹에게 현지 진출의 교두보 중 하나로 통한다. 라이브 실력을 증명하면, 실력과 함께 스타성을 보장 받는다.

아이브는 국내와 일본 인기에 비해 북미 시장에선 차트 성적 등의 측면에선 그 가능성을 아직 폭발시키지 못했다. '롤라팔루자 시카고'가 북미 시장에서 자리잡는데 분명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지에서 잠재력은 인정 받고 있다. 앞서 별도의 프로모션 진행과 미국 정식 데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미주 6개 도시 투어를 성료했다. 지난 5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K팝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아이브는 그간 콘서트에 주력하며 모질게도 자신들을 단련시켰고 그 증거들이 이제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백문이 불여일청.

아이브의 라이브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형 무대는 계속된다. 오는 10~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월드 투어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K팝 4세대 걸그룹 중 'K팝 콘서트업계 성지'로 통하는 이곳에 입성하는 건 아이브가 처음이다. 9월 4~5일엔 일본 도쿄돔에 입성해 한층 커진 스케일로 업그레이드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