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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가로서 자의식과 독립정신, 삶과 사회가 나아갈 때 취해야 하는 자세, 대중문화 논객이자 액티비스트, 시대의 등불, 파격과 혁신을 가까이하던 존재, 음악가의 영역을 확장한 용기 보여준 사람…

오는 27일 10주기를 맞는 '마왕' 가수 신해철(1968~2014)은 이런 기념비적인 얼굴을 지니고 있다. 고인에 대해 각자 간직한 기억의 조각들은 모두 신해철이다. 신해철의 아내인 넥스트유나이티드의 윤원희 대표는 앞서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되고 있는 고인의 조각들이 있으신 것 같고, 그 조각들을 모아주시며 또 다른 측면의 고인이 비춰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우승하면서 데뷔했다. 가수 서태지가 존경심을 표한 신해철은 앞서가는 뮤지션이었다. 서태지는 1990년대 초반 신해철에게 샘플러 사용법을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넥스트의 음악에서 보듯 신해철의 음악기반은 록이지만 신시사이저나 미디 등 최신장비를 음악에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윤상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노 댄스'를 비롯해 솔로앨범 '크롬스 테크노 웍스'와 '모노롬',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 '비트겐슈타인' 등을 통해 음악 실험을 지속했다.

2020년 말 하이브(당시 빅히트 레이블즈)가 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 프레즌티드 바이 위버스(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위버스콘 전신)에서 신해철 헌정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가수 싸이는 자신의 대표 브랜드 콘서트 '흠뻑쇼' 등에서 신해철에 대한 헌정곡 '드림(DREAM)'을 꾸준히 부르고 있다.

신해철이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중퇴)인 그는 '엘리트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2001년부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DJ를 맡아 과감하면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마왕'이란 별명도 얻었다.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내뱉는 '독설 논객'으로도 통했다. 사회를 뜻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연예인을 가리키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신조어인 소셜테이너의 원조 격이다. MBC TV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 간통죄 반대, 학생 체벌 금지 등을 주장했다. 자의식 있는 음악가이자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이었던 그가 요즘처럼 흐름만 흘러넘치는 시대에 더욱 그리운 이유다.

㈜넥스트유나이티드·㈜드림어스컴퍼니는 신해철의 10주기를 맞아 오는 26~2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신해철 트리뷰트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를 펼친다.

신해철이 리더로 활약한 밴드 '넥스트(N.EX.T)'(김영석·김세황·이수용)는 물론 싸이, 고유진, 홍경민, 김동완, 김범수, 예성(슈퍼주니어), 솔라(마마무), 넬, 해리빅버튼, 전인권밴드, 이승환, 국카스텐, 에피톤 프로젝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신해철을 아끼고 존경한 선후배들이 총출동한다.

이들은 진지하고 슬픈 분위기보다 고인의 10주기를 기점으로, 행복한 음악 축제의 장으로서 함께 한다. 신해철이 남긴 어록처럼, 그의 노래와 함께 관객도 뮤지션도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신해철의 대표곡 중 하나인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노랫말처럼 말이다. "난 포기하지 않아요 /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 없겠죠 /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이 콘서트를 앞두고 음원 플랫폼에서도 신해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의 음악 플랫폼 플로(FLO)가 청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신해철 음원의 평균 청취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약 114% 증가했다. 지난달 대비 청취량이 약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더불어 플로 내에서 '신해철' 검색량도 동일 기간 비교 약 793% 증가했다. 이 외에도 각종 매체와 플랫폼에서 신해철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소환하고 있다.

다음은 음악 전문가 여섯 명이 ①신해철이 남긴 것, 왜 지금도 그를 기억해야 하는가 ②신해철이 남긴 명곡(1~3곡)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풀어낸 목록이다.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

①기존 시장 질서에 물들지 않는, 편승하길 거부하는 도전의 마음. 안정된 솔로 가수로서의 인기와 돈을 거슬러 밴드를 결성하고, 헤비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선택했던 그때의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경이로울 선택. 음악가로서의 자의식과 독립정신을 많은 음악인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②▲신해철 '길 위에서' : 자신의 미래에 관한 고민을 담은 곡이지만, 지금 시대의 청년들에게도 여전히 통용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넥스트 '영원히' :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포기한 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기대를 풋풋하게 표현해낸 명곡. ▲신해철(크롬) '일상으로의 초대' : 제목 그대로 일상의 언어로 만들어낸 신해철의 전자음악 러브송. 장르건, 스타일이건, 작정하면 무엇이든 잘해내던 시절의 신해철이 그대로 투영돼있다.

◆박준우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사무국장)

①신해철은 음악적인 면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때 어떤 자세를 취하면 좋을지를 제시했다. 만약이란 없고, 가정에는 환상이 따라붙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신해철은 남아있었어도 좋은 어른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밴드 사운드부터 테크노, 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결코 대충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고, 그가 남긴 음악은 여전히 동시성에서도 유효하며 지금 들어도 멋지다. 무엇보다 20대 때부터 이미 세상을 통달한 듯한 가사도 매력적이다.

②▲'일상으로의 초대' : 전자음악이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들려줬고, 무엇보다 제목처럼 일상의 언어로 사랑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서 좋다. ▲'아버지와 나' : 곡을 썼던 시기를 감안하면, 그리고 이 곡을 쓰고 나서 나이를 먹고 아버지가 됐던 신해철을 생각하면 더욱 그 가사의 의미 같은 것들이 궁금해지면서도 와 닿는다. ▲'더 라스트 러브 송(The Last Love Song)' : '제너레이션 크러시(Generation Crush)', '오버액션 맨'을 비롯 시대를 앞서간 통찰력 있는 가사를 가진 곡을 고르고 싶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하는 곡으로 골랐다. 높은 완성도, 그의 서정, 거친 면모, 보컬로서의 매력 등 많은 것이 한데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①90년대와 00년대를 통과한 젊은층에게 음악으로도 말로도 누구보다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아티스트. 음악의 장르적 다양함에 있어서도, 통찰력 번뜩이는 달변가 측면에서도, 여전히 그를 따라갈 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세대를 건너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다.

②▲신해철 '재즈 카페' : '미디'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대에 그것으로 세대를 대변하는 노래를 만드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앞선 사운드, 훌륭한 멜로디, 깊이 있는 가사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성취도가 높았던 명곡.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생전 신해철이 특히 활약했던 1990년대는 우리나라에 문화적으로 여러 도전과 혁신이 피어났던 시기로 신해철은 그 중심에 있었다. 아니, 그 흐름을 앞에서 이끌었다. 음악의 여러 기술적 시도를 비롯해 장르적으로 다양한 록, 뉴웨이브, 프로그레시브 메탈, 발라드, 댄스음악과 전자음악, 재즈 등을 탐구하며 누구보다 영역을 넓혔고, 그렇게 쌓아올린 디스코그래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사회와 개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차 있었다. 대중성을 의식하면서도 예술적 깊이도 놓지 않으려 했다. 특히 오늘의 시대에는 대중음악 스타 중 흔치 않은, 대중문화 논객이자, 오피니언 리더, 액티비스트였다. 출연료를 받지 않은 채 진행 전권을 일임받아 10년 넘게 라디오를 진행하며 방송에서는 당시에도 인디문화였던 록 음악을 장려했고, 방송 안팎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계속 쏟아냈으며, 메시지의 내용으로는 권위에 맞서고 인간의 존엄을 옹호했다. 지금도 그를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신해철을 단순히 가수, 프로듀서, 음악가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예술이나 사회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이를 한걸음 더 좋은 곳으로 끌어보고자 했던 시대의 등불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②▲'그대에게'(무한궤도, 1988) ▲재즈카페(Myself, 1991)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Monocrom, 1999) : 당대 주류 경향을 무시한 장르 도전과 파격, 그런데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어렵지 않은 편곡과 흥미로운 구성, 강렬한 흡입력을 갖춘 곡들이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음악가로서의 그는 언제나 파격과 혁신을 가까이하던 존재였다. 솔로와 그룹, 여러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항상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구축된 오리지널리티는 많은 대중과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줬다. 더불어 인간과 사회를 진지하게 마주하며 써 내려가는, 그만의 철학이 담긴 가사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의 생명력이 빛나고 있다. 음악 외에도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소외된 곳에 위로의 손길을 건네던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10년 전보다 더욱 각박해지고 분열해 가는 세상을 겪으며, 꼿꼿이 여러 화두를 던지고 현대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이상향을 제시하던 그의 이른 부재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②▲'그대에게' : 시대를 초월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들려오고 불리울 '대중가요' 그 자체 ▲'해에게서 소년에게' : 넥스트가 지향하던 사운드의 완성형, ‘만화주제가’의 개념을 송두리 째 뒤흔든 걸작 ▲'일상으로의 초대' : 음악적 시도와 보편적 메시지의 조화를 통해 그의 독창성을 친근하게 보여주는 트랙

◆황정원 EBS '스페이스 공감' PD

①음악가의 영역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용기내 보여준 사람. 같이 살아왔기에 굳이 기억하려하지 않아도 늘 생각난다. 지금의 그는 또 어떤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줄까, 슬프게 궁금하다.

②▲'길 위에서' : 음악을 갓 시작한 20대 초반 신해철의 어느 하루를 상상하게 하는 음악. 청년의 다짐은 여전히 용기를 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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