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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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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서정민갑은 대중음악 평론가가 아닌 대중음악 의견가를 자처한다. 함부로 '평론'하지 않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이나 말에 날카로움이 배어 있지 않는 건 아니다. 남들이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급하는 그 자체로 사회에 비수가 꽂힌다.

서정민갑 의견가가 최근 펴낸 저서 제목 '눈치 없는 평론가'(오월의봄 펴냄)가 그런 그의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서정민갑이 쓰고, 듣고, 생활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글은 내가 말을 거는 방식이고, 내가 실천하는 방식이다. 대중음악평론은 나의 운동"(15쪽)이라는 법을 깨닫게 한다.

특히 평론이 날카로운 말로 쓰는 게 아니라 말을 날카롭게 쓰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생각 자체에 김장감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중가요에 대해서도 냉정한 비평이 충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의미를 담은 노래이기 때문에, 우리 편이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거나 입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 "심사라는 이름의 요식행위를 수행하는 일회용 배우일 뿐임을 인정해야 할 때는 자괴감이 들었다. (…) 약소한 수고비에 따라오는 압박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랐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같은 지적은 서정민갑 의견가라 가능하다.

서정민갑 의견가는 특히 음악평론에서 음악의 의도, 표현, 의미, 차별성, 아름다움 등 외에 "소리의 무게"를 덧붙인다. "음악인이 내놓은 소리와 이야기가 지금의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고 소리의 무게를 헤아"(22쪽)리는 것까지를 평론이라 말한다.

서정민갑 의견가가 관심 갖는 대상부터 차별화된다. 인터넷 언론사 '민중의 소리'에 연재 중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에서 최근 다룬 브로콜리너마저, 단편선, 소음발광은 극히 일부 매체를 제외하곤 거의 거명하지 않은 이들이다. 하지만 이 뮤지션들은 누구보다 사회를 톺아보고 거기서 공감과 통찰을 길어올리는 이들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한 줌밖에 안 되는 이들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곁에는 항상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100쪽)을 상기시키는 게 평론가의 일이라는 걸 서정민갑 의견가는 깨닫게 한다.

'연극 평론'을 해도 될 정도로 연극도 많이 보는 이가 서정민갑 의견가인데 다양한 장르에 열려 있는 그는 문화예술 전반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한다.

계간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은 "알고 지낸 지 20여 년이나 되지만, 내가 아는 그는 항상 예의 바르게 눈치가 없다. 한국사회에서 눈치란 말은 '센스(sense)'로 단순히 치환될 수 없는 복잡한 뉘앙스를 지녔다. 스무 해 남짓 세상의 모든 음악을 예민하게 더듬고, 복잡한 맥락과 계보를 짚어가며 매일 일기 쓰듯 평론 작업을 해온 사람에게 '눈치 없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 대중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익을 위해 입장을 바꾸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는 확실히 눈치가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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