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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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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김재영(36)은 SBS TV 종방극 '지옥에서 온 판사'로 어느 정도 흥행 갈증을 풀었다. 2013년 영화 '노브레싱'으로 데뷔한 후 11년 만이다.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2019)을 시작으로 '너를 닮은 사람'(2021) '월수금화목토'(2022) 주연을 연달아 맡았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백일의 낭군님'(2018)이 대박을 쳤지만, 주연작은 아니었다.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발표회에서 "박신혜의 남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 타이틀을 얻은 것 같다"며 좋아라했다.

"(흥행 갈증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 박신혜씨 비중이 많았지만, 나도 '한다온'이라는 주요 인물로 촬영에 임했고 시청률이 좋게 나와서 기쁘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언젠가 시청률 잘 나오는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안 되지?' 싶었는데, 이번에 좋은 성과를 얻어서 뿌듯하다. 박진표 감독님과 미팅 때 '내가 참여하면 좋겠지만, 못해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다온은 그동안 내가 해보지 못한 캐릭터이고, 극본도 재미있어서 잘 될 것 같았다."

이 드라마는 판사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는 이야기다. 1회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14회 11.9%로 막을 내렸다. 인기 비결로 "빠른 전개와 사이다 같은 판결"을 꼽았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판결이 시원했다"며 "사랑, 범죄, 가족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공감대도 높았다"고 강조했다.

악마와 인간의 로맨스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왜 좋아하는지' 등과 관련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처음에는 빛나를 의심하지 않느냐. 악마라는 걸 인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면서도 "사건이 겹치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비슷한 점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나도 악마 이미지가 있다고? 맞다. 악마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다온이 인간이라서 악마한테 많이 얻어터지지 않느냐. 액션신 찍을 때 분한 게 올라오더라. '왜 이렇게 맞고 기절하지?' '능력 하나만 달라'고 했다. 악마들이 멋있게 나와서 부러웠다"고 했다.


기존의 날카롭고 어두운 이미지를 깨는 계기가 됐다. 스스로도 "다운을 통해 강한 남자 이미지를 벗고,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3~4회에서 빛나 쫓아갈 때 장난기 많고 적극적이지 않느냐"면서 "후반부 감정신을 빼면, 70~80%는 비슷한 것 같다. 박신혜씨는 다온과 내 평소 모습이 90% 비슷하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결말도 만족한다. 그동안 죽은 적이 많고, 해피엔딩 결말은 많이 못 찍어 봤다. 이번에도 죽을 것처럼 연출된 신이 몇 번 있었다. '진짜 죽이려나' 싶었는데 안 죽어서 기뻤다"며 웃었다. "엔딩은 2/3 정도 찍었을 때 알았다. 계속 바뀌었다"며 "죽으라면 죽어야 하니까. 예측하기 어려웠다. 원래 판타지 로맨스였는데, 방송 전 바뀌더라. 언제부터 로맨스를 넣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반에 악플도 꽤 있었지만, 점점 호평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빛나 쫓아가서 방해하니까 시청자들이 '빨리 하차시키라'고 하더라. 예전엔 네이버 실시간 톡 다 봤는데, 이번엔 계속 '죽어라'가 나오길래 안 봤다.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에서 내 이름을 계속 검색했다. 나한테 관심 있고, 좋은 글만 올라오니까. 상대적으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조금씩 반응이 좋아졌다. 길 돌아다니면 많이 알아본다. 주말극 할 때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식당 가면 서비스도 줬는데, 이번엔 느낌이 좀 다르다. 최근 고기집에서 한 아저씨가 '한다온 형사 아니냐'고 해 신기했다. 여성 팬들도 많이 늘었다."

꽤 잔인한 장면이 많았는데 "촬영하면서 그 얘기를 많이 했다. SBS에서 방송하는데, '이런 거 다 나와도 되나' 엄청 고민했지만, 일단 다 찍었다. 19금으로 가는지도 논의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나도 방송을 보면서 '생각보다 자극적인 부분이 많구나'라고 느꼈다"면서도 "그런 부분이 없으면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때 '복수하는 부분이 너무 과하지 않냐'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양승빈'(양경원)이 사이코패스인 척 하면서 가족을 죽인 장면"이다. "감정이입이 잘 됐다"며 "조사실에서 찍는데 선배가 연기를 잘해 굉장히 화가 났다. 선배는 온·오프가 엄청 차이 난다. 엄청 착한데, 연기를 시작하면 변한다. 덕분에 나도 많이 따라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재영은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변우석(33), 주우재(37) 등 모델 시절부터 함께 활동한 친구들도 누구보다 기뻐했다. "다들 '잘 됐다' '재미있다'고 하더라"면서 "잘된 친구들이 한 명씩 늘고 있다. 어릴 때는 모델 출신 배우들이 잘 되면 엄청 부럽고 시기, 질투도 했다. '나는 언제 저렇게 되지?' 싶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다. 진짜 친구이고 오래 됐으니까. 우석이가 잘 됐을 때 되게 기뻤다. '선재 업고 튀어' 첫 방송 보고 통화했는데, 정말 멋있게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우석이가 선재 업고 튀어로 잘 돼서 로코하고 싶은 거냐고? 당연히 그런 부분도 있다(웃음). 난 조금 아프고 어두운 역을 많이 했다. 원래 성격이 밝고 말하는 거 좋아해 그런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다온의 익살스러움을 좋아해줬는데, 우재 형도 '너는 저런 거 해야 돼'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나도 연기할 때 그런 역이 편했다. 재벌, 톱스타는 어렵고, 평범한 백수를 하고 싶다. 선재는 우석이가 워낙 잘해서 난 못할 것 같다. 코믹하고 일상적인 역을 맡고 싶다."

지옥에서 온 판사가 잘 됐지만, 지금도 불안감을 느낀다. "직업병 같다. 모델 할 때도 일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일할 때 항상 결과물을 고민하고, 일 없을 때는 '언제 할 수 있지?' 걱정한 게 이어졌다"며 "배우는 누구한테 선택 받아야 할 수 있으니까. 잘된 사람만 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지금도 흔들리면, 우재 형이 '너 잘된 거야. 왜 다음 걱정을 해'라고 해준다. 혼자서는 아직 극복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극한으로 몰아가면 수월하게 지나간다. 노브레싱으로 데뷔했을 때 이종석, 서인국 등과 나와서 스타가 되는 줄 알았다(웃음). '나 금방 잘되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요즘은 잘되면 좋지만, '안 됐을 때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성에 차지 않는 결과가 나와도 덜 힘들다. 우울해 하지 않고 일만 했으면 '일찍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 연기할 수 있는 게 좋다. 다만, (나이 들어서) 학원물 못하는 게 아쉽다. 선재도 학원물이 들어 있으니까. 할 수 있다고요? 로맨스 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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