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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보편적 감성을 개성적인 화법으로 노래한다.

"잃어버려야만 깨닫게 되는 이 현실만 원망하면서 이제야 널 찾아본다"('아이를 찾습니다')라고 외치는 밴드 '심아일랜드'가 그렇다.

무대에서 광기에 들린 사람들처럼 연주하고 노래하는 심아일랜드는 최근 인디 신(scene)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밴드다.

지난해 11월 보컬·세컨 기타 심아일(심준석), 건반 라파(Laffa·정현철), 기타 손세원, 드럼 김경훈, 베이스 장수원 등 다섯 명이 결성한 이 밴드는 1년도 안 돼 각종 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홍대 앞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떠올랐다.

최근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이 주최한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의 인디 뮤지션 발굴·지원을 위한 '인디스땅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크게 주목 받았다. 인디스땅스는 최근 주목할 만한 인디 지원 프로그램이다. 앞서 심아일랜드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루키즈 온 더 부락'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특히 인정 받은 대목은 라이브 에너지다. 지난 8월 발매한 EP '철-수(Cheol-Su)'를 통해 그린 캐릭터성이 무대에 그대로 묻어나 있다.

머리카락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강렬한 것을 쫓아다니는 '철수'는 정신없는 겉모습과 달리 내면의 상처가 많다. 우울한 본인을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포장하는데, 그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음악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주는 아일랜드와 똑 닮아 있다.

펑크(funk)와 펑크(punk)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 슈게이징, 드림 팝 등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심아일랜드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심아일을 주축으로 음악을 전공한 나머지 네 명이 뭉친 케이스다. 실용음악 전공자 네 명이 젠체하지 않고 프런트맨 심아일의 개성에 홀려 범속한 음악 신에서 특별함을 찾는다.

인디 신의 개성이 줄어든 건 정말 그런 팀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런 팀들을 발견하는데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아일랜드가 그걸 증명한다.

다행히 이들을 찾은 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는 29일 홍대 앞 클럽온에어에서 첫 단독공연 '렛츠 파인드 유어 이너차일드 그로운 업스!(Let's find your innerchild, Grown-ups!)를 여는데 단숨에 매진됐다. 내달 5일 언플러그드 홍대 앙코르 공연을 추가했다. 다음은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인디 신엔 주기적으로 좋은 밴드들이 등장합니다. 그 전에 조짐들이 있잖아요. 최근 심아일랜드 활약에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본인들도 그걸 느끼고 있나요?

"일단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최근 수백명이 늘었습니다."(심아일)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루키즈 온 더 부락'에서부터 입소문이 났어요.

"히든 스테이지 무대에 섰는데 그렇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메인 스테이지 무대를 보러 가시거나 쉬시는 중이라 초반엔 사람이 없었어요. 근데 한 두 곡씩 진행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꽉 찼더라고요. 너무 신났어요. 대형 페스티벌 참여는 처음이었거든요. 사실 (대학생 문화기획단체가 제작한) 뮤니브 콘서트 때부터 (반응이 많아지는) 조짐을 느꼈어요. 뮤니브 1등을 하고 좀 더 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심아일)

-그런데 실제 경기콘텐츠진흥원 '인디스땅스' 톱5에 들고 우승까지 했어요.

"밴드들 모여있는 데서 경연을 딱히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긴장이 많이 됐죠. 톱5 공연하는 것도 관객석에서 떨면서 봤어요. 그러다 저희 이름 불리자마자 진짜 소리 지르면서 나갔습니다. 하하."(김경훈)

"저희가 인디스땅스 직전 '루키즈 온 더 부락'에서 2등을 했잖아요. 2등도 좋지만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서 이를 갈았어요. 인디스땅스는 그래서 1등을 목표로 나갔어요. 비장의 무기는 퍼포먼스 위주의 합주였죠."(손세원)

-밴드 라이브 퍼포먼스가 너무 좋아요. 특히 '고고(GoGo)' 무대에선 펑키(funky)함이 넘치더라고요.

"저희가 각자 좋아하는 장르가 다양해서 조율하기가 되게 어렵거든요. 근데 유일하게 펑크(funk)는 다 좋아해요. 특히 페스티벌에서 놀기에 제일 좋은 것 같아요."(심아일)

-멤버 각자 음악은 어떻게 시작한 겁니까? 먼저 세원 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버지가 음악을 되게 좋아하셨어요. 항상 노래를 틀어놓고 계셨어요. 그렇게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의 일렉기타 마지막 솔로를 듣는데 갑자기 '기타라는 걸 치고 싶다'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이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했어요. 기타가 팍 치고 나오면서 전율을 선사해주는 느낌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음악을 제대로 해볼까' 생각했어요. 원래는 자동차 정비공이 하고 싶었었거든요. 극적으로 대학 (실용음악과에) 붙었어요. 영향을 받은 기타리스트로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필립 세이스가 있어요."(손세원)

-아일 씨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있었어요. 교회에서 트럼펫이랑 바이올린을 배웠었는데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그러다 태권도를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태권도부 선배가 카페에서 피아노 치는 걸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마침 집에 피아노가 있었어요. 친누나가 피아니스트(심은별)였거든요. 그렇게 피아노를 조금씩 연주했어요. 이후 부상을 당하고 운동 은퇴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태권도에 필요한 배경음악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스물 네 살에 미디 음악을 접했습니다. 취미로 곡을 하나 썼는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발매한 게 '아이를 찾습니다'였어요.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라는 얘기를 해줬고 진로를 이쪽으로 결정했죠."(심아일)

-경훈 씨는 어떻게 드럼을 시작하게 됐나요?

"어머니께서 해외 음반들을 카세트 테이프로 모아두시는 게 취미였어요. 비틀스, 도어스 같은 밴드들을 자연스레 들었죠. 처음엔 드럼을 칠 생각 없었거든요. 김민기·김광석 선생님처럼 포크 싱어송라이터를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레드 제플린의 '모비딕'에서 드러머 존 본햄이 드럼 솔로를 하는 걸 보고 '난 드럼을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학교 때 밴드부를 직접 만든 걸 시작으로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면서 전형적으로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죠."(김경훈)

-경훈 씨랑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나온 장수원 씨는 어떻게 베이스를 접했나요?

"중학교 때 친구들이 밴드부를 만들었다고 놀러 오라는 거예요. '기타처럼 생겼는데 왜 줄이 네 줄이지' 생각하면서 베이스에 관심을 갖게 됐죠. 경훈이가 베이스를 칠 거면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해줬던 곡이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커피숍'이었어요. 베이스는 제 성향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튀어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없어서는 안 되는 악기죠. 모두를 서포트해주면서 도와주는 악기이고요. 그게 제일 매력적인 것 같아요."(장수원)

-라파 씨는 그럼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신 겁니까?

"부모님이 어릴 때 교회 반주하라고 가르치셨어요. 그리고 진로를 정할 때 '음악을 하면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준비 과정 자체에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 마저도 긍정적으로 다가왔어요. 콜드플레이 파리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음악이란 저런 거구나'를 느꼈죠."(라파)

-팀 결성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원래 솔로 활동을 했었거든요. 근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다른 악기랑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철이 형한테 '한번만 도와달라'로 해서 둘이 어쿠스틱 세트로 공연을 다녔죠. 그러다가 라파 형이 '기획 공연을 하나 준비하는데 객원 보컬로 한번 해봐라' 해서 갔는데 이 멤버들이 있었어요."(심아일)

"라파 형님이 말씀하시기를 '얘 물건이다. 나중에 잘될 것 같다. 진짜 뜰 것 같다. 우리가 좀 도와주자'며 아일이 형을 소개시켜줬어요. '뭐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라고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하하.(손세원)

"음악을 포함해서 예술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거든요. 근데 저희는 음악을 다 배웠다 보니까 '여기선 이게 나와야 되고 저기선 저게 나와야 돼'라는 강박이 있어요. 그런데 아일이는 발상이랑 저희랑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신박했어요."(라파)

"그래서 저와 음악 전공자 네 명의 니즈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기술이 필요했던 거고, 여기 사람들한테는 아이디어, 감성이 필요했던 거죠. 원래 이 친구들이 딥(deep)하고 어두운 음악을 했는데 제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밝은 음악을 하게 된 걸로 알아요."(심아일)

"다른 멤버들은 실용음악과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주로 했는데, 아일 형의 날 것의 면모가 저희를 환기시켜줬어요."(장수원)

-아일 씨는 왜 밴드가 하고 싶었어요?

"혼자서 하면 모든 시선이 저한테 오잖아요. 그러면 부담감이 너무 커요. 공연할 때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 이런 게 너무 심해서 즐기지 못했어요. 밴드를 하면 제가 공연을 하고 있지만 저도 동시에 청취자가 되는 거잖아요. 밴드 멤버들의 악기를 들으면 공연하는 동시에 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던 것 같아요.(심아일)

-다른 분들이 느끼는 밴드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정말 뭉쳐지지 않을 것 같은 개인들이 뭉쳐서 하나의 색깔과 빛을 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도 다섯 명이 좋아하는 장르가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심아일랜드라는 밴드 안에서 음악을 빚어내요. 그런 것이 오묘하죠."(김경훈)

-심아일랜드라는 팀명은 어떻게 작명이 된 겁니까?

"지난 1월 공연 끝날 때까지는 솔로 아티스트 심아일의 세션들이었어요. 그냥 심아일 밴드였죠. 그런데 어느 공연장 대표님이 '솔로 아티스트 심아일과 세션들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까 밴드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 밴드로 하자'고 결심했고 '밴'을 '랜'으로 바꿔서 심아일랜드가 됐죠."(심아일)

-최근 국내 밴드 열풍이 불고 있다는 진단이 많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밴드 열풍이 맞다면 밴드가 많은 홍대 앞 인디 신의 생태계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그 낙수 효과가 현재까지 보이지 않거든요.

"노브레인, 크라잉넛 선배님들은 엄청난 팬들이 나왔던 1세대 인디 밴드잖아요. 그때와 비해서 지금 홍대 앞은 암울하긴 하죠. 하지만 대형 기획사의 밴드들이 활발히 소통을 해줘서 저희한테도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고 생각해요.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인디 밴드가 공연하는 곳이라고 하면, 서울 홍대 앞밖에 생각이 안 나잖아요. 근데 전 로컬 신(scene)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의정부엔 의정부, 경남엔 경남의 로컬신이 있어야 하죠. 지역의 특색 있는 인디밴드들이 나오면 이 신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김경훈)

"저는 인디밴드 쪽에 관심을 그렇게 크게 가진 적은 딱히 없었는데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쯤엔 이미 신이 망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황금기를 본 적도 없었고 그쪽에 대해 잘 몰라서 어둠처럼 느꼈어요. 그런데 잔나비, 국카스텐, 파노(파란노을) 같은 대중에게 오르내리는 밴드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면서 좁지만 인디밴드에게도 길이 조금씩 더 열리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장수원)

"저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아요. 밴드 신이 진정성 없이 흘러가면 오히려 한순간에 망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처럼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위해서 밴드들이 더 음악을 열심히 만드는 문화가 지속돼야 하죠. 저는 그래야 더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심아일)

"듣는 분들마다 밴드 기준이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저 역시 기준을 나누기보다는 다양하게 생각하려고 하거든요. '우리는 인디밴드야'라고 하면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을 더 찾아볼 수도 있고요. 이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손세원)

"전 인디만의 감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인기를 얻는 밴드들은 메이저 밴드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인디 밴드 중에서도 사실 저희는 운이 좋았어요. 10년, 20년 하셨는데 크게 주목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인디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가려고 해도 그 기준이 없어요. 다양한 지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파)

-'유니버스 파티' 등 독특한 형식의 뮤직비디오 작업이 많아요. 아일 씨 위주로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는 거죠?

"메이저 감성보다는 마이너 감성을 좋아해요. 원래 멤버들이 마이너한 걸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에이 이게 뭐야?' 이랬었는데요. 이제는 먼저 아이디어를 막 줘요. 급식실 아주머니를 초빙해서 '춤을 추게 만들자' 같은 아이디어요."(심아일)

"처음엔 (심아일의 뮤직비디오가) 괴식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이걸 먹어야 되나 싶었는데… 지금은 막 먹어요. 하하."(멤버들)

-마지막으로 팀의 목표, 각자 목표는 무엇입니까?

"직장인 만큼만 벌어도 괜찮으니까 다른 투잡을 안 하고 싶어요. 개인 목표도 그렇고 팀의 목표도 그렇고 우리 멤버 모두가 다른 일 안 하고 음악에만 집중하면 좋겠습니다."(심아일)

"제 드럼 톤만 들었을 때 대중이 '김경훈이다'라고 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팀의 목표는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최우수 앨범 후보에 저희 팀이 올라가는 거요."(김경훈)

"무대음향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 중이에요. 베이시스트 활동, 엔지니어 활동을 병행하는 게 목표입니다."(장수원)

"'심아일랜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다 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예술성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죠."(손세원)

"개인적인 목표는 회사를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레이블까지는 아니고 크루화를 생각하고 있어요. 댄서, 연출가, VJ까지 함께 하는 크루요. 한 팀으로 묶어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멤버들과 얘기는 아직 안 했는데 먼 미래에는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협업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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