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4.72%…금융위기 후 최대폭 하락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가 한달 만에 4.72% 급락해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4.72%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6.15%) 이후 약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또 지난 7월 -3.99%, 8월 -2.64%, 9월 -1.95%에 이어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전월에 비해 하락폭도 두 배 넘게 커졌다.

4개월 동안의 하락률은 13%를 넘어섰다. 이렇게 4개월 연속 실거래가지수가 떨어진 것도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9월(-2.24%), 10월(-3.84%), 11월(-6.27%), 12월(-6.15%)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는 시장에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파악해 작성한 지수로, 실제 신고된 거래 사례만 집계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통계로 평가받는다.

이 지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모든 아파트 실거래가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해 추출한다.

서울 5개 권역이 모두 하락했으며 특히 강남4구가 속한 동남권이 한달 만에 6.29% 떨어지며 하락세가 컸다. 강서구·양천구·구로구 등이 속한 서남권(-4.93%)과 노·도·강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동북권(-4.81%)도 만만치 않은 하락세를 보였다.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2.39%), 종로구·중구·용산구 등이 포함된 도심권(-1.19%)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최근까지 거래 신고분으로 전망한 11월 실거래가 잠정지수도 3.6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이 추세대로라면 5개월 연속 급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생활권역 중에서 동남권, 서남권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강남구,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최고가 대비 10억원 가까이 하락한 거래도 등장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9일 26억76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최고가(32억7880만원)보다 8억원 이상 낮은 값이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5억원에 두 건이 거래됐다. 최고가는 지난해 9월 21억원으로 6억원이나 떨어졌다. 2020년 6월 수준의 가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전월 대비 3.34% 하락하며 지난 2008년 12월(-3.83%) 이후 13년10개월 만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수도권 지수 역시 4.65% 하락해 지난 5월(-1.20%), 6월(-0.61%), 7월(-3.71%), 8월(-2.60%), 9월(-2.88%)에 이어 6개월 연속 떨어졌다.

집값 하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거래 절벽'의 영향이 크다. 금리 인상 여파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에 따른 거래 빙하기가 풀리지 않는 형국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642건, 8월 671건, 9월 610건, 10월 558건 등으로 4개월 연속 600건 안팎으로 저조한 모습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를 빠른 속도로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고금리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 다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