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트라우마' 떨치고…외국인, 원화 보유·활용 간편해진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앞으로 투자 목적이라면 외국인투자자도 원화 보유와 활용이 간편해진다. 외환 위기의 트라우마로 원화 보유를 철저히 통제해 온 데서 벗어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오후 이런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권결제, 환전 편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여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같은 날 배경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국내 투자 목적이라면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외국인들의 원화 보유를 어느 정도 허락하겠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투자 활성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불편한 외화 환전, 원화 관련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접근"이라고 밝혔다.

◆원화 언제든 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허용한다

기재부는 외국인투자자가 증권 결제에 대한 일시적인 원화차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즉 원화를 빼갈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은 외국인투자자가 제3자 은행(RFI 포함)을 통해 환전할 때 증권결제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점을 고려했다. 제3자 은행이 환전자금을 고객계좌가 개설된 관리은행에 송금할 때 결제에 실패하면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

외환법규상 원화차입은 위기 시 외국인의 원화 투매 방지를 위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이번에 해당 규제를 풀게 된다. 일시차입은 외환거래 체결 사실을 관리은행이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ICSD-자산운용사 간 원화 송금 허용…이중환전 비용 덜어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 등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와 자산운용사·법인투자자 등 최종투자자 간 원화 송금·수금을 허용한다.

기존 외국인투자자가 ICSD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보유 원화를 외화로 재환전해서 ICSD 해외계좌에 송금할 때, 이중으로 환전해야 하는 비용을 덜어주는 취지다. 최종투자자는 ICSD 지정은행 이외의 은행에서 환전이 가능해진다. 지정은행이 ICSD에게 제공받은 최종투자자 정보를 통해 실제 거래주체를 확인하게끔 해 불법 거래를 방지한다.

주식통합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가 별도의 관리은행을 선임하거나, 현금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없도록 절차가 개선된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돼 외국인투자 등록제가 폐지되고 주식통합계좌 보고의무도 완화됐지만 법인이 동일해도 별도의 펀드를 운용하면 펀드별로 투자를 등록하고, 증권·현금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정여진 과장은 "투자의 목적이라고 하면 과감히 모니터링을 포기하고 원화를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증권결제 시 자금의 흐름의 이동이 그만큼 편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100개의 펀드별로 원화 계좌 100개를 열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권 해석 명확화…사전 환전·계좌 1개로 거래 가능

아울러 규제를 이미 풀었는데 정착 과정 중에 있어 외국인투자자가 오해하고 있는 법적 유권해석도 명확히 했다.

실거래가 없어도 사전 원화 환전이 가능하다. 외국인투자자가 증권투자 이전이라도 환율이 낮을 때 미리 환전해놓는 게 허용된다. 국내은행들은 이미 별도의 제한 없이 외국인의 외화자금 유입 및 환전을 허용하고 있다.

제3자 환전이 활성화되면서 외국인투자자는 국내은행에 개설한 1개의 원화계좌로 모든 국내은행과 외환거래가 가능하다. 계좌가 없는 은행과도 환전 후에 계좌를 개설한 은행으로 이체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자본법령상 전문투자자인 외국 금융기관과 연기금은 일반투자자와 달리 실수요 증빙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환헤지도 실수요 범위로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기재부는 1분기 중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을 추진해 4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오는 7월 외환거래 구조개선방안이 정식 시행되기 전에 외국인의 국내투자 촉진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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