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살아나도 작년 무역수지 세계 172위…순위 회복시기 미지수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했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무역수지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간 수출액 기준으로는 세계 10위 안에 위치하면서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경제 회복 지연 등 대외적인 파장이 영향을 미치면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5일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인용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누적 100억500만 달러(약 13조5267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172위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악화되면서 지난 2022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그해 말 기준 477억8600만 달러(약 64조9411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208개국 중 198위까지 밀려났다. 전년도 18위에서 무려 180계단 밀려난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역대급이던 전년보다 적자가 더 심화됐다. 1~6월 누적 무역수지는 264억6700만 달러(약 35조9157억원)로, 전년 한해 적자 규모의 절반을 이미 넘어서면서 우려를 키웠다. 상반기까지 집계한 무역수지 순위도 200위까지 더 떨어졌다.

다행히 하반기부터 무역적자는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윌 기준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흑자세다. 하반기 기준 총 163억 달러(21조1737억원) 흑자를 달성하며, 지난해 연간 누적 적자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최대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시장 중국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럼에도 수출액 기준으로 세계 6~8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전환하며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 순위는 기존 자리를 공고하게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출과 달리 전세계 무역수지 순위가 하위권에 계속 머무는 배경으로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아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수입 변동이 다른 나라보다 크기 때문이다.

수출 실적이 전세계 경기 침체 분위기에 맞춰 다른 국가와 비슷하게 움직이더라도, 글로벌 에너지난이 터지면 더 크게 휘청이는 탓에 무역수지 순위는 더 크게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수출 실적은 올해 본격 회복세를 넘어 역대 최고 목표 달성까지 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수출은 8.3% 증가한 1637억 달러(220조291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반도체(50.7%)·자동차(2.7%)·일반기계(0.9%)·석유제품(3.8%)·선박(64.3%) 등 10개 품목이 고르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고, 1분기 조선은 중국을 제치고 9개 분기(2년1분기)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세라면 역대 최고 수출액을 넘어선 7000억 달러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역대급 수출 실적을 거둬도 무역수지 순위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지는 미지수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에너지난이 심화되면서 수입이 다시 늘어나면, 수출 실적이 좋더라도 무역수지 개선이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가스 가격이 지난해 대비 크게 하락했지만, 주목할 부분은 석유 가격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를 비롯해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 유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할지 여부를 현재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흑자 기조는 여전히 유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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