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아래로
위로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끝나지 않은 폭력과의 전쟁 …신속성 엄중성 확실성 등 범죄억제의 3가지 요소 강화해야!

0
익명
2020.12.22. 16:10
196
0

출처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995028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도대체 해법은 무엇일까. 그렇게 떠들어대고 숱한 처방을 내려도 도무지 뿌리가 뽑힐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게다.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문제,물 먹은 피륙처럼 불편한 느낌은 과연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

체육계 폭력 문제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국회 국정감사 등 사실상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어르고 달랬건만 별무신통이다. 최근 쇼트트랙 코치가 초등학생 제자 5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국민들의 멍든 가슴을 또 헤집어 놓았다. 그렇게 난리법석을 다 피우고 스포츠윤리센터까지 출범시켰는데도 왜 또 이런 일이 생길까 의아해하겠지만 그건 말처럼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구조화된 폭력은 그것을 배태(胚胎)한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는 한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체육계의 폭력은 적어도 한 세대가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짜장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문화를 바꾸는 첩경인 교육 시스템에 모든 걸 맡길 수도 없고…. 지금으로선 폭력이라는 범죄행위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안이 아닐까 싶다.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선 대략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범행 발생 시 신속히 검거하는 신속성(celerity), 범행의 책임을 크게 묻는 엄중성(severity), 범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확실성(certainty)이 바로 그것이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도 체육계의 폭력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는 아직도 세가지 범죄 억제요소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육계 폭력을 없애는 구조 개혁이라는 장기적인 처방외에 폭력 행위가 발생했을 때 신속성과 엄중성 그리고 확실성이라는 세 가지 범죄 억제요소를 더욱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아직 국내 체육계는 세가지 범죄 억제요소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신속성과 확실성은 아직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며 엄중성은 엄격한 잣대에 의해 적용되기 보다는 사회적 여론과 관심에 전적으로 휘둘리는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체육 언론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체육 언론은 타자와의 경쟁,그리고 경기력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비판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원죄가 있다. 체육계의 폭력을 방치하거나 특수한 분야의 관행이라고 치부하는 낡은 의식에서 벗어나 폭력 문제에 대해 날선 비판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체육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종목도 있다. 이번에 또다시 적발된 쇼트트랙 등 국제경기력이 탁월한 종목은 그렇지 못한 종목에 견줘 폭력의 뿌리가 훨씬 깊고 심각하다. 국제경기력이 뛰어난 종목인 만큼 국내에서 톱클래스에 들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는 성공의 꽃길이 보장되는 게 빈번한 폭력발생의 결정적 배경이다. 지도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되고 선수와 학부모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의 천박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하게 된다. 실패에 대한 선수와 학부모의 공포와 불안이 폭력에 순응하는 검은 구조의 씨앗이 된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는 국제경기력 확보라는 미명하에 폭력을 정당화하고 선수와 학부모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정의와 가치쯤이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게 폭력을 용인하는 한국 스포츠의 검은 구조인 셈이다.

공포와 두려움은 결코 바람직한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스포츠의 패러다임은 바뀌었고 바야흐로 체육계에 뿌리깊은 폭력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 끝나지 않는 폭력과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신속성 엄중성 그리고 확실성 등 범죄 억제의 세가지 요소에 신경을 써야 할 게다. 체육계 폭력이 뿌리뽑힐 때까지 세 가지 요소는 그 강도를 계속해서 높이는 수밖에 없다. 구조적 폭력의 해소는 그만큼 인내와 뚝심이 요구되는 험난한 길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