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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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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달 초 뉴욕타임즈는 올해 공개된 TV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작품 10편을 뽑았다. 이 순위에 역대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이라는 '오징어 게임'은 없었다. 다만 다른 한국 드라마 한 편이 꼽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D.P'였다.

'오징어 게임'이 올해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에서 53일 간 1위를 달리며 K콘텐츠의 상징이 됐음에도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D.P'를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내용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D.P'가 있었기에 '오징어 게임'도 있을 수 있었다"거나 "흥행 면에선 '오징어 게임'이 압도적이지만, 작품성 면에선 'D.P'가 더 낫다"는 것이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 섞여 있다고는 해도 최소한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에게 'D.P'가 가져다 준 충격은 '오징어 게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메시지 측면에서 볼 때도 국내에서만큼은 'D.P'가 던진 화두가 '오징어 게임'의 거시적 메시지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K콘텐츠로 통칭되는 국내 OTT(Over The Top) 시리즈의 품질을 끌어올린 건 'D.P'였고, 글로벌 유통의 관문을 뚫은 건 '오징어 게임'이었다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옥'이 전 세계 순위 1위에 올랐고 '고요의 바다'가 톱10에 진입했다.

최근 넷플릭스는 'D.P' 시즌2 제작을 공식 발표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연출하는 한준희(37) 감독을 만났다. 올해가 국내 OTT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세계화를 시작한 원년이라면, 그 포문을 연 'D.P'의 한 감독과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 번 얘기를 나눠봐야 했다. 'D.P' 관련 미팅을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온 한 감독은 인터뷰가 끝나고나서도 또 다른 미팅이 있다고 했다. 두터운 패딩 점퍼에 백팩을 맨 그는 마치 새로운 일을 벌이기 위한 전투복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엔 'D.P'의 성취에 취해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6년 전 한 감독이 '차이나타운'(2015)으로 데뷔했을 때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때 그는 "영화감독이 직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그는 시즌제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영화감독이 직업이 됐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한 감독은 "다작 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한 작품 한 작품 최대한 몰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D.P' 시즌2 확정 발표가 났다. 현재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대본을 쓰고 있다."

-'D.P'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분도 많을 거다. 얘기를 좀 해달라.

"시즌2 전반에 대해 논의 중이고 정리 중이라 현재 시점에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이해해달라."

-시즌2 공개 시점은 언제인가. 촬영은 내년부터 들어간다고 보면 되나.

"언제 공개될지도 아직 모르겠다. 촬영은 내년에 하려고 한다."

-시즌1을 만들 때, 시즌2를 만드는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했나.

"시즌1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좋았다. 아무것도 예상할 순 없었지만, 시즌2를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었다. 나 뿐만 아니라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그랬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생겼다. 다행스럽고 참 좋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TV시리즈 10편 중 하나로 꼽혔다. 우리나라 작품은 'D.P'가 유일했다.

"감사하다. 외국 시청자가 이 작품을 많이 봤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비평 측면에서 우리 작품의 가치를 잘 봐준 것 같아서 좋다. 'D.P'는 한국 군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정서가 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보고 다양한 논의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좋다."

-'오징어 게임'이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국내 일부 시청자는 흥행은 '오징어 게임'이 더 했을지 몰라도 'D.P'의 완성도가 더 높았다고 말한다. 또 'D.P'가 있었기에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 흥행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일은 상대 평가가 아니다. 절대 평가에 가깝다. 나도 '오징어 게임'을 무척 재밌게 봤다. 우린 우리가 해야 할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서 런칭했고,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D.P'를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 '지옥'이 연달아 터졌다.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대세가 됐다는 말이 쏟아졌다. 이 현상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황동혁·연상호 선배 감독님들께서 우리가 만든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활동할 후배들에게 좋은 토대를 만들어 줬다고 본다.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고 좋은 환경이 제공될 것이다. 물론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이제 'D.P'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이미 많은 분이 이 작품을 봤고 다양한 해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D.P'가 넷플릭스에서 만들어진 과정에 관해 말해보고 싶다. 영화 두 편 찍고 왜 넷플릭스로 갔나(한 감독은 2015년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했고, 2019년 두 번째영화 '뺑반'을 내놨다).

"'뺑반' 찍고 후반 작업하는데, 시리즈를 하고 싶더라. 그땐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어서 영화가 잘 될 때였고, 지금처럼 창작자들이 OTT 시장으로 몰려 가기 전이었다. 그때 'D.P' 들고 넷플릭스로 간 거다. 운이 좋았다면 좋았던 거다."

-앞으로 OTT가 잘 될 거라는 선견지명 같은 게 있었던 건가.

"전혀 아니다. 난 그렇게 고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오히려 직관적이다. 'D.P'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고민하다 보니 영화보다는 시리즈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 시리즈물이 돼야 한다고 봤나.

"캐릭터를 더 살리고 싶었다. 나는 여러 명의 인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차이나타운'이나 '뻉반'에서도 그런 성향이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이 나올 경우 압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물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다루며 보여주려면 시리즈를 해야 했던 거다."

-'D.P'는 경쾌한 액션 영화이면서 동시에 메시지가 명확한 묵직한 작품이다. '차이나타운'이나 '뺑반'도 장르물이면서 꽤나 명확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들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건가.

"이런 메시지를 담아야지, 라고 의도하진 않는다. 내가 만드는 작품 속 인물들이 세상에 부딪히고 깨졌을 때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들이 원하던 걸 이루지 못했을 때,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답을 찾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담기는 것이라고 본다. 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지, 캠페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이야기의 함의가 전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가 재밌는 게 우선이다."

-'D.P'가 담은 메시지엔 파괴력이 있었다. 'D.P'가 화제가 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관련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고 국방부는 군대 내 폭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떤 면에선 과도한 반응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나.

"좋은 쪽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만든 이 작품을 통해서 좋아지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만든 작품이 논의할거리를 던져준다는 건 그걸 만든 사람 입장에선 행복한 일이다."

-'D.P' 시즌2가 나온다고 하니까 기대감이 꽤 높더라. 시즌1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두 번째 시즌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건 내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글을 쓰고 현장 나가서 새벽부터 영화를 찍는 거다. 그 결과물을 좋게 봐준다면 감사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난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다."

-6년 전 했던 인터뷰 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날카롭다. 나이가 들면 더 자연스러워지고 싶다'고 했었다. 그떈 30대 초반이고, 이젠 30대 후반이다. 좀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하나.

"맞다. 그렇게 말했었다. 음…아직은 그렇게 되지 못한 것 같다.(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직은 내 스스로 날이 좀 서 있는 상태에서 일을 하고 싶다. 몇 작품 더 하고 나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예전 인터뷰 얘기를 한 번 더 하고 싶다. 당시에 앞으로 목표에 관해 얘기하면서 '감독이 직업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그 목표는 이룬 것 같다. 또 다른 목표가 생겼나.

"글쎄, 직업이 된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목표를 말한다면, 다작을 하고 싶다. 다작을 한다는 건 그 감독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계속 있다는 거다. 난 60~70살에도 현장에 있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매 작품을 정말 소중하게 찍어나가야 할 것이다."

-차기작이 'D.P' 시즌2가 되면서 영화 2편, 시리즈 2편을 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뭘 할 건가. 영화인가, 시리즈인가.

"어떤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겠다, 라는 건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플랫폼에 최적인지가 중요하다. 난 영화도 너무 좋아하고 드라마도 정말 좋아한다. 내 인생작에는 영화도 있지만 '서울의 달' '모래시계' '그대 그리고 나' 같은 드라마도 있다. 좋은 이야기, 좋은 극을 만들 수 있다면 뭐라도 좋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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