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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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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80대 할머니가 MZ세대 마음을 어루만진다. 비연예인이기에 적잖은 부담이 따르지만, 시골 할머니집처럼 푸근함이 묻어나는 곳에 들어서면 어느새 마음을 연다. 할머니들은 진로, 연애, 결혼, 사회생활 등 고민을 들으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기존 상담 토크쇼처럼 틀에 박힌 답을 내놓지 않는다. 60~80년 넘게 살아오면서 다양한 굴곡을 겪은 이들의 한 마디에도 눈물짓곤 한다.

채널S 예능물 '진격의 할매'다.

올해 1월 첫선을 보인 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탤런트 김영옥(85)과 나문희(81), 박정수(69)가 MZ세대 고민을 상담하는 토크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여간 친구, 선배, 동료 등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기 쉽지 않은 시대상을 반영했다. 요즘 부모와 자식도 소통이 안 되고 '꼰대'라고 취급받기 일쑤인데, 이준규 PD는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와 잘 통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선생님들은 대본이 없다. 처음에는 미리 대본을 줬는데, 작위적인 걸 싫어하더라.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듣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MC 세 분은 예능을 많이 안 하던 분들 아니냐.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작진이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시청자들이 봐도 진짜라고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 할머니들의 조언은 출연료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찐 반응'이다."


나문희는 데뷔 61년 만의 예능 프로그램 MC 도전이다. 절친한 김영옥과 함께해 의미가 크다. 김영옥은 JTBC 예능물 '힙합의 민족'(2016)에서 랩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전문 MC들이 아니기에 걱정이 컸다. 개그우먼 박미선(55) 등 '토크쇼에 특화된 이를 섭외할까?'도 고민했다. "할머니들이 조언해주는 콘셉트가 퇴색될 것 같았다"며 "제작진 모험이었지만, '할머니들 위주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솔직히 제작진이 많이 의존하는 분은 박정수"라며 "출연자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는데, 박정수 선생님이 많이 리드한다. 두 분에게 애기 취급 받지만, 김영옥 선생님과 투닥투닥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할머니들이 서로 다른 생각으로 싸우는 게 기억 남는다'는 시청자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김영옥 선생님은 출연자들한테 버럭하기도 한다"며 "'이런 멘트 해주세요'라고 해도 안 나올 텐데 센스가 있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예능적 재미를 더한다. 할머니계의 유재석"이라고 극찬했다.

"나문희 선생님은 성격 자체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방송에 다 나가지는 않지만, 출연자를 진득하게 바라봐준다. 이들이 바라는 게 뭔지 포인트를 잡아서 이야기한다"며 "녹화 끝나고 출연자들이 '나문희 선생님 참 따뜻하다'고 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난로 같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채널S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 자회사 미디어에스가 개국했다. 진격의 할매는 신생 채널 예능물인 만큼 시청률이 높지 않지만, 유튜브 등 SNS에서 화제몰이 중이다. 한 회에 연예인 게스트 포함 총 4명이 출연하며, 유튜브에는 사연자별로 클립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는 등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PD는 "요즘은 어떤 프로그램이든 화제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젊은 층은 실시간으로 TV를 보지 않고 디지털상에서 접하지 않느냐. 신생 채널, 특히 케이블 채널은 좀 자극적인 소재를 쫓을 수밖에 없다. 채널 번호가 뒤쪽에 있어서 넘기면서 보기 쉽지 않다. 밋밋한 소재들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다. 리모콘을 돌리다가도 '어? 저 사람이 무슨 사연이지?'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비연예인이 출연하기에 섭외부터 편집까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사전 인터뷰 후 기본 가이드 구성을 잡고, 녹화 전에도 출연자들이 '이런 내용 빼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부분은 조율한다"며 "편집본 시사 후 출연자들에게 문제 될 부분을 물어보고 수정한다. 방송 이후에도 반응을 계속 확인한다"고 했다.

총 10회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출연했다. 미혼모를 비롯해 탈북자, 레즈비언 부부, 타투이스트, 트렌스젠더 등이 시선을 끌었다. 9회 출연자인 이혜림씨는 '엄마 세 명에게 모두 사랑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1회에 나온 타투이스트이자 싱글맘인 안리나씨가 녹화 후 '할머니들과 얘기하고 나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면서 "이혜림씨에게도 '한 번 출연해보라'고 소개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레즈비언 부부는 할머니 세대에서 용인이 안 되는 부분 아니냐"면서도 "오히려 요즘 할머니들은 MZ세대와 소통이 잘 되더라. 그들의 시선에서 가깝게 보고 상담해 시청자들도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는 유튜버 '유혜디'를 꼽았다. 방송에서 유혜디는 10년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어서 연축성 발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헬륨가스를 마신 듯한 목소리로 인해 악플을 받는 등 상처가 컸다. 해당 클립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약 80만 회를 기록했고,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혜디씨는 큰 용기를 내서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녹화 때 세트장에 들어와서 10분 정도 말을 안 해 할머니들이 굉장히 당황했다. 제작진도 출연자 순서를 바꿔 '다시 녹화해야 하나?' 걱정했다. 김영옥 선생님이 좀 더 지켜보자고 하더라. 나문희 선생님이 손녀 대하듯이 아이컨택하면서 이야기했고, 유혜디씨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지금은 할머니들이 조언해준 것처럼 산책하는 등 조금씩 밖으로 나간다고 하더라. 프로그램 인기를 떠나서 출연자들이 할머니 조언을 듣고 일상생활에서 변화가 생기고, 나아지는 방향으로 간다는 얘기가 들리면 보람을 느낀다."


애초 진격의 할매는 12회로 기획했지만, 화제성에 힘입어 연장했다. 2회 0.4%를 찍은 뒤 10회까지 줄곧 0.2~0.3%에 머물러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PD는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반등하길 바라지만 나만의 노력으로 되지는 않는다. 지상파·종편 프로그램도 해봤지만, 솔직히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본 적은 없다"면서도 "tvN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지금이야 시청률 10%가 넘지만 초창기에는 tvN도 1% 넘기 쉽지 않았다. 채널S는 1년밖에 안 됐는데 채널 순위 20~30위를 왔다 갔다 해 엄청난 성과"라고 짚었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도약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도 찾고 있다. 앞으로 콘셉트를 달리하기보다,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을 부족하게 여기는지 분석 중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 조언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좀 더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5~10분 잠깐 보더라도 '유쾌하다' '할머니들의 조언이 와닿는다'고 느꼈으면 한다"고 바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야외 촬영 등도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찾아가는 상담' 콘셉트로 기획했지만, 할머니들의 건강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녹화 장소 변화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활동 반경 제약을 받았는데, 이제는 많이 풀리지 않았느냐. '시골 할머니 집을 찾아가 볼까?' '소 지나다니는 밭에서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반대로 MZ세대들에게 힙한 장소인 클럽, 편집숍, 패션의 거리 등에서 녹화해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회 때 TV조선 '미스터트롯' PD 하다가 무당이 된 유민지씨가 나왔다. '진격의 할매 잘될 것 같느냐'고 하니 'MC 세분 합이 좋아서 오래 할 거라'고 하더라. 모든 프로그램이 히트할 수는 없지만, 채널S 하면 진격의 할매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대표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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