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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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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20대 여성 A씨는 '드덕(드라마 덕후)'이다. 지난달 5일 종영한 SBS TV 월화극 '사내맞선'에 푹 빠졌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2차 창작 콘텐츠를 섭렵했다. 내용 해석글부터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짧게 편집한 이미지, 메이킹 영상, 배우들의 인터뷰를 모두 찾아봤다. 그래도 뭔가 모자랐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계속 좋아하고 싶었다. 결국 처음으로 감독판 블루레이(DVD보다 5배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저장 매체, 고화질 영상 감상이 가능하다) 구매를 결심한다.

제법 팬덤을 구축한 드라마의 경우 중반 회차가 넘어가면 감독판 혹은 프리미엄판 블루레이 추진팀이 꾸려진다. 각종 OTT 플랫폼에서 전 회차를 다시 볼 수 있는데 왜 블루레이를 따로 구매하냐고? 덕후라면 집착할 수 밖에 없는 비공개 특전 때문이다. 감독판의 경우 기존 방송분을 재편집한 본편에 메이킹, NG 영상 등이 추가된다. 프리미엄판은 기존 방송분을 기본으로 부가 영상이 수록된다. 경우에 따라 배우들의 코멘터리 영상도 담긴다. 외부로 공유되지 않고 구매자만 즐길 수 있는 히든 콘텐츠다.

출연 배우 소속사나 드라마 제작사가 아닌 드덕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문과 제작에 관여한다. 추진 카페 개설, 수요 조사, 홍보까지 모두 팬들의 몫이다. 블루레이 한 세트당 가격은 20만원대 후반이며 수량 1000개 이상은 돼야 제작 가능하다. 약 3억원 규모로 수요조사 결과 목표 수량을 채우지 못하면 제작은 무산된다.

드덕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종방연 행사와 서포트 준비도 책임진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약 2년간 종방연 행사가 뜸했지만 드라마 속 상징물을 형상화한 굿즈, 레터링 케이크, 커피차 등 서포트는 꾸준히 진행했다. 언뜻 아이돌이나 배우 팬덤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배우 자체보다는 작품과 캐릭터 팬에 가깝다. 과몰입 요소가 많을수록 팬덤 형성에 유리하다.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2020)은 출연 배우가 캐릭터 SNS를 운영하고 극 중 설정으로 라이브 방송 등을 진행하며 드덕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3~4%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화제성이 높았고, 블루레이 제작에 성공했다.

이제는 시청률이 흥행을 판단하는 유일한 지표가 아니다. 2020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31.7%를 넘었으나 시청률 조사 회사는 여전히 4인 가족 가구를 표본으로 삼고 있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토종 OTT가 수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청 순위는 시청률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달리 시청률 조사 방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대신 시청률만큼 화제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방송 후 1주일 동안 온라인 뉴스, 블로그, 커뮤니티, 트위터, 동영상 에서 나타난 네티즌 반응을 조사하여 지수화 하고 분석하여 순위를 발표한다. 이야깃거리와 2차 창작 콘텐츠가 많이 나올수록 화제성이 높아진다. 드덕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방송 이후는 드덕들의 시간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마다 내용을 해석하고 드라마 장면을 이용해 짤(어떤 말이나 느낌을 대신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낸다.

기발한 별명이나 패러디는 일종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사진·영상·그림 등 콘텐츠를 통칭하는 말)이 돼 시청자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종영한 KBS 1TV '태종 이방원'이 대하사극으로는 이례적으로 화제성이 높았던 것도 극 초반 이방원을 K-직장인에 비유한 밈이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JTBC 주말극 '나의 해방일지'는 최고 시청률이 4.6%(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불과하지만 굿데이터코퍼레이션 5월1주차 드라마TV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주연 배우 손석구와 김지원은 나란히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 2위에 올랐다. KBS 2TV 주말극 '현재는 아름다워'는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25.3%를 기록했지만 화제성 순위는 8위에 그쳤다. 시청률은 '현재는 아름다워'가 5배 이상 높지만 화제성 지표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 윤시윤, 배다빈 등 주연 배우들도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많은 드덕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또 오해영'(2016) '나의 아저씨'(2018)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다. "나를 추앙해요"처럼 곱씹을 명대사와 '구씨'(손석구)의 정체 등 해석할 내용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됐고,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글과 콘텐츠가 올라오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드덕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한 지상파 PD는 "이제 방송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얼마나 콘텐츠를 재생산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팬들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거나 SNS,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리면 방송사 자체 홍보보다 효과가 좋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들이 편집하고 만든 짤이나 클립 영상이 밈으로 사랑받으면 덩달아 드라마 반응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공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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